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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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질을 책의 양이 뛰어 넘은건 아니다..

가끔 양에 집착해 책을 사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이 그랬다..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같은 작가의 '인더풀'까지 준다는 거였다.. 제목은 많이 들어봐서 어떤 책일까 궁금은 했지만 구입목록에 우선순위를 둔건 아니였는데 조건이 너무 좋아(요즘 책들의 유혹이란..^^)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싸다고 무조건 사냐는 핀잔도 들렸지만 그래도 도저히 내가 구입한 가격에 두권의 책값이 나오지 않아 구입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배송이 되어 내 손에 쥐고도 이거 혹시 허접한 책이 아닐까 하는 쓰잘떼기 없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 얇은 케이스에 두권이 같이 들어있는게 우선 마음에 들었다..(오옷! 책의 인상착의에만 집착을..)

유쾌한 책이라는 광고문구가 그득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늦은밤이였고 그날따라 책한줄 못읽은데다 피로까지 겹쳐 이 책을 읽기에는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유쾌하게 해줄거라는 기대하에..

 

첫이야기는 뾰족한 것만 보면 기겁을 하는 야쿠자의 얘기였는데 약간의 욕과 거친면들이 나와 인상이 찌뿌려졌다.. 펴자마자 이런 내용이라니... 일본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했는데 막 생기고 있었다...

깊은 밤의 독서는 하루를 마감하는 의미도 있어.. 아무리 유쾌하더라도 이런 내용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조금 읽고 책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 그러나 그런 증상을 가지고 있다 라는 소문은 별로 듣지 못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이라부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책에서 나온 증상의 진위여부를 논하였던 것은 책을 읽으면서 내마음속을  들켜버린 것처럼 엄습해오는 뜨끔함 때문이였다..

내가 감추고 있던 것들을 이라부와 환자들은 나누고 있었기에 그들이 부러운반면 나는 움츠렸다 폈다를 번복하고 있었다..

특히 장인이자 병원장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하는 다쓰로의 얘기는 가장 유쾌하면서도 통쾌하며 뜨끔했던게 늘 내가 가지고 있는 충동적인 결과의 진행여부의 상상을 통해 무언가를 일으키고 싶다는 본능의 공감 때문이였다..

조금은 거창한 말이 되었지만 예를 들면 기우뚱한 물건을 넘어뜨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결과를 상상하면서도 실행은 한번도 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과 가발을 벗기고 싶어하면서 결과를 상상하는 다쓰로와 동질감을 느끼면서 이런게 나만 있는게 아니구나 라는 안심과 함게 엉뚱한 이라부의 치료와 마유미의 주사가 못내 아쉬웠다..

도저히 의사라 할 수없는 이라부의 낙천적인면과 천진난만함.. 상식을 깨는 생각과 행동들 앞에 스스로 자신들을 찾아가는 환자들의 모습이 처음에 야쿠자의 이야기를 통해 느꼈던 불쾌함과 싸이코틱한면들이 인간미로 바뀌고 있었다... 늘 닫고 있었던 그럴 수 없다라는 것들을 하나씩 깨줌으로써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저히 진지함이란 없는 의사 이라부 앞에서 말이다..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서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생각과 행동들이 이라부 앞에서 눈깜짝할사이에 고쳐졌다면 오히려 더 황당했을 이라부의 괴상한 치료에 마음을 여는 환자들을 보며 관심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상식적인 관심을 깨는 이라부였지만 그 상식을 깨는 관심덕에 좀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지 않았나 싶다... 이라부는 치료와 관심이 아닌 환자의 상황을 오히려 즐기며 당황스럽게 만들었지만 그런 부조화 속에서 솟아나는 환자들의 편안한 마음들이 우선은 관심에서 비롯됐다고 말하고 싶었다...

새로운 환자들이 나오고 이라부를 만나는 과정의 패턴은 비슷해 식상했지만 환자 개개인에 대한 즐김의 방향이 달랐던 이라부 덕에 경계심이 웃음으로 바뀌기도 했다..

 

특이한 정신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역시나 특이한 증상들의 환자들.. 내 상상의 언저리나 존재할 것 같은 일들을 끄집어 내 독자들을 편하게 해주는 저자의 재치에 나도 항복해 버린 것이다..

처음 이라부와 만나 스스로를 찾아가던 환자들처럼 한권의 책을 읽으며 책을 펼치고 덮는 순간의 감정이 파노라마처럼 바뀌어 마치 이라부에게 치료를 받은 느낌이였다..-마유미의 독특한 주사는 없었지만 ㅋ...- 이러한 나의 감정의 변화만 보더라도 이라부의 전문이 병원이름처럼 종합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의사로 보지도 않았던 마음의 얄팍한 변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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