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의 여신 3
윌버 스미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예상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릴 것이라는 것에 대해..

토마스 만은 그런 말을 했다.(요셉과 그 형제들 4권중에...)

'모든 이별의 고통은 앞으로는 어쩔 수 없이 되리라는, 이 필연적 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망각 이후에는 아무런 고통도 느낄 수 없게 된다. 바로 그래서 미리 애통해하며 우는 것이다'

라고.. 예상치 못한 눈물의 근원을 찾은 셈이다.

난 그들과의 이별을 애통해 했다. 어쩔 수 없는 망각을 알기에.. 그리고 그 사이에 그들에게 정이 듬뿍 들었기 때문에.

타누스와 로스트리스의 죽음.. 그리고 타이타와 그외의 낯익었던 인물들과의 헤어짐이 나를 슬프게 했다. 그 헤어짐 안에는 세월의 흐름도 무시하지 못했다.

1권에서의 싱싱함.. 2권에서의 젊음.. 3권에서의 생로병사...

그 허구의 삶속에서의 그들을 그리워하고 그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나눈다 착각하며 지켜본 것인데 그들은 그렇게 떠나버린 것이다. 그들의 부재는 내가 삶을 맞이하기 전에도 있어왔고 그들을 알고 잊어 버린 뒤에도 늘 있을 테지만 나는 아직 놓아버리지 못했다. 그들의 존재를....

 

타누스와 타이타의 도움을 받긴하지만 이집트는 힉소스 족을 감당하기엔 벅찼다. 결국 이집트인들과 로스트리스 여왕 멤논 왕자 측근들은 남 나일강을 따라 망명길에 오른다. 험난한 폭포를 지나며 농사를 지어가며 국력을 강화하며 시작된 망명생활은 20년이 지나서야 이집트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전차와 말을 이용한 힉소스 족을 따라잡기엔 20년의 세월도 부족했지만 결국 그들은 테베를 기점으로 힉소스족을 몰아내고 험란한 통일의 제국의 길의 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망명생활중에 로스트리스는 점점 여왕으로써의 자질을 갖추어가고 타누스와의 변치 않는 사랑으로 공주를 두명 더 낳게 된다.(왕이 죽은 후에 로스트리스의 임신을 정당화시킬 수 있었던 건 파라오가 죽기전에 로스트리스에게 자기의 왕묘를 완성해달라는 부탁하에 파라오의 유해를 싣고 다님으로 인한 타이타의 신화적 중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망명생활이라는 그 자체가 순탄할 수 많은 없는 법...

새로운 땅의 새로운 민족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야 했고 힉소스족에게 대항하기 위해 전차를 연구하고 말을 키우고 돌림병으로 말들이 폐사하고 그런 과정속에 시간은 흘러만 간다.

그러던 중 타누스,멤논,타이타 일행은 탐험중에 에티오피라인을 만나고 그들의 분열속에 포로가 된 다른 족장의 딸 미사라에게 멤논이 반해 그녀를 구하려다 되려 타이타가 포로가 되어 버린다. 미사라와 타이타의 계획속에 타이타는 탈출하여 미사라의 아버지에게 가서 이집트와의 조건 계약을 한 후 전쟁을 일으킨다. 가장 큰 궁극적인 원인은 멤논과 미사라의 사랑 때문이였다. 그러나 그 전쟁에 참가했던 타누스는 전사하고 만다.

끝내 자기의 아내가 되지 못한 로스트리스를 남겨둔채..

타이타는 로스트리스의 슬픔을 멤논에게 떠맡겨버리고 타누스의 시신을 수습한 후 로스트리스 곁으로 돌아가 이집트로 출격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로스트리스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테베를 갈망하던 그녀는 다행히 그곳에 도착해 죽음을 맞이한다.

 

처음 1,2권을 읽을때 제목과 상응하는 내용이 안나온다고 생각했다. 나일강의 여신이라면 하피신의 보호를 받는 로스트리스를 명하는 것인데 로스트리스가 중점이긴해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3권을 읽으면서부터 나일강의 여신에 로스트리스보다 하피여신에게 내재된 의의가 더 크다는 걸 느껴갔다.

이집트에서 나일강은 빼놓을 수 없듯이 로스트리스,나일강, 하피 여신이 삼위일체가 되어 펼쳐지는 서사 속에 제목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처음 서문에 파피루스 속에서 이모든 이야기를 써내려간 타이타의 존재 속에는 마모세 왕묘속의 타누스를 만날 수 있었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타누스가 파라오가 되는줄 알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분위기는 못 느꼈다.

그러나 의문은 마지막에 풀렸다. 타이타는 타누스의 장례식과 파라오 왕묘의 완공 행사의 비슷한 시기를 이용해 미이라를 바꿔버린 것이다. 그래서 파피루스가 마모세 왕묘에서 발견될 수 있었던 것이다. 로스트리스와 타누스가 떠나고 새로운 왕 멤논과 왕비 미사라가 탄생했지만 여전히 타이타는 그들을 지켜줘야 한다며 끝을 맺는다.(끝이면서도 새로운 세계의 예고를 알리는 저자의 맺음에 그들과 또 만날 수 있다는 헛된 상상을 품어 보았다. 내가 그들을 알지 못했듯이.. 그리고 이처럼 그들을 그리워 하듯이 말이다.)

 

3권의 내용은 방대했다. 1~3권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 했고 나의 능력으로는 줄거리의 요약이 엉성할 정도였다. 이집트라는 익숙하지만 낯선 나라속에서 만나는 이방의 국가의 모험은 또다른 재미를 주었고 이집트 역사와 신들의 각축속에 신성함을 느꼈고 세대교체 속에서 그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나로써는 멤논과 미사라의 사랑과 젊음 속에 신선함을 느꼈지만 로스트리스와 타누스 그리고 타이타의 늙음이 서글펐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 법이지만 타누스와 로스트리스의 죽음을 맞이하며 내가 흘린 눈물은 그들의 안타까운 비극적인 사랑과 이별의 슬픔도 있었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는 인간의 한낱 미미함속에 더이상 그들을 잡을 수 없음이 너무 서러웠다.

망각의 눈물일지라도 그들을 놓고 싶지 않았고 그들을 잊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스며들었는데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티가 난다는 옛말처럼 그들의 부재의 허전함이 컸다.

고대 이집트에 푹 빠져들었고 어느새 이집트인이 되어가던 나였는데 이제 그 여행을 마쳐야만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방대했던 이집트의 역사,문화,문명의 발전 속에서 그들을 중점으로 너무 두지 않으려 했건만 감정에 구속되어 있는 인간인지라 그들과의 정을 이리 떼기가 힘든가 보다.

 

소설의 중점을 논한다는게 우습기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변하고 변했던 드러남의 중요함이 아닌 인간 삶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들이 충실하게 살아줬기에 모든것이 조화로울 수 있었고 그 조화속에서 모든것이 빛났던 것이다.

현실 도피를 도모하며 책 속으로 빠져드는 경향이 있는 나인데 이번에는 고대 이집트에 제대로 빠져본 것 같다.

내가 작정하고 빠지려고 해도 빠져지지 않는 것이 사람 맘인데 어느새 그 마음을 차지하고 들어오는 이집트와 이집트 인들의 삶...

그 여행이 꿈결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