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과 철학 좀 하는 괴물 - 괴물, 인간을 탐구하다 나무클래식 1
문명식 지음, 원혜진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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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모든 사물들을 흉내 내어 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존재, 그게 다름 아닌 이데아 아니겠소? 61쪽

프랑켄슈타인과 철학을 논하게 될 줄 몰랐다. 하지만 존재의 의미에서 프랑켄슈타인만큼 적합한 인물이 있을까 싶었다. 또한 프랑켄슈타인을 인간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 전에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박사이며, 창조해놓고 너무 끔찍해서 내쫓아버렸기 때문에 이름조차 없지만 자연스레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을 구분해서 말하고자 한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창조자이자 없애려고 하는 인물이며, 괴물은 존재의 근원을 찾아 헤매다 복수하고 상처 입은 존재라고 말이다.

중세 사람들은 심지어 스스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소. 예를 들면 이 세계는 무엇일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 참된 지식은 무엇일까 따위의 고민은 하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었소. 67쪽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창조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좀 더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려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런 의도도 모른 채 겉모습으로 인해 쫓겨난 괴물은 정처 없이 헤맨다. 그저 따뜻한 불이 있어 다가갔고, 배가 고파 음식을 찾아 다녔지만 사람들은 그를 피하고 매질을 한다. 사람들이 왜 자신을 그렇게 대하는 지 용납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봐주기는커녕 자신을 해칠 존재로 대하고 있었고, 그건 괴물이 자처한 것이 아니기에 혼란과 불협화음은 당연했다.


그러다 서로에게 친절한 한 가족의 오두막을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지만 결국엔 괴물의 존재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거부되는 것을 보며 깊은 상처를 입는다. 괴물은 모든 것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잘못이라 여겨 그의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씩 해친다. 그러면서 왜 나를 창조했는지 묻지만 프랑켄슈타인 박사조차 철저히 외면하는 바람에 그들은 서로 목숨을 걸고 죽이려는 관계가 되고 만다. <프랑켄슈타인>원작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 어디까지가 소설과 일치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프랑켄슈타인> 소설을 바탕으로 플라톤을 등장시켜 괴물과의 철학적 대화를 통해 본질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하게 한다.

존재의 고민을 누구보다 간절히 하며,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 했던 괴물에게 플라톤의 등장은 귀찮고 힘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통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프랑켄슈타인, 괴물, 플라톤의 입장이 되어 각각의 처지를 생각해볼 때 굵직한 질문을 만들어냈다. 괴물은 인간인가, 그저 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인가, 인간이란 존재는 과연 존중받고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던져진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 말이다. 당연하게도 어떤 질문에도 쉽게 답을 말할 수 없었다.

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네. 세계든 인간이든 우리가 만들어 가는 거야. 이성은 그럴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고, 우리가 지금 여기에 이 모습으로 태어난 건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오늘과 미래의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만들어 나갈 수 있어.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인간이고 그게 바로 인간만의 본질일 거야. 214쪽

플라톤 역시 그러한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한다. 과연 그런 공간을 인간이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인간의 본질이 맞을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마치 인간에게 부여된 숙제처럼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이러한 질문들이 더 밀접하게 다가올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질문에 대한 본질을 잃지 않는다면 조금이나마 답을 찾아가는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어디에도 정확한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답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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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반짝님 새해 복많이받으시고 명절연휴에 맛있는거 많이 드소서! Be happy~🎶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 오랜만에 여행을 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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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어차피 노인네니까! 41쪽


시장에서 오징어 낚시를 하다 바지에 물총을 맞은 남편이 옷을 갈아입으려 하자 부인이 ‘굳이 갈아입으러 가고 그래요. 금방 마를 텐데.’ 라며 말린다. 하필 젖은 부위가 오줌 싼 것처럼 오해할 수 있어 갈아입으려다 ‘어차피 노인네니까.’ 하고 그냥 둔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좀 씁쓸했다. 노인은 아니지만 나 역시 ‘아줌만데 뭐, 어때?’ 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에는 상황에 따라 장,단점이 작용한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때는 옷이 꼬질꼬질해도, 화장기 하나 없고 배가 나와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육아에 찌들어 나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점점 커서 몸이 자유로워지면서도 타인의 눈살을 찌푸릴 정도만 아니면 역시나 아줌만데 뭐 어떠냐는 식으로 넘어갈 때가 많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소소한 일상을 공감 있게 담아내서 좋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무심코 지나가는 대화에 내 경험을 끌어낼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타인의 소소한 일상을 지켜보면서 안도하듯 지나쳐버리는 내 일상들을 되짚어 보는 것.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는 책들도 좋지만 종종 이렇게 긴장감을 늦추고 편하게 사색할 수 있는 책도 좋다. 읽고 나서 ‘무슨 얘기를 읽은 거지?’란 느낌이 남지 않아도 뿌듯한 책이라고나 할까? 제목처럼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 이야기는 그렇게 노부부의 일상, 딸의 일상,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세상의 넓이는 느끼는 것은 ‘이동’ 뿐만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내 안의 힘이야. 140쪽

홀로 여행을 떠난 히토미 씨가 여행하면서 한 생각이다. 여행에 의미를 둘 수 있는 것과 목적은 여러 가지겠지만 눈으로 보고 직접 발로 뛰지 않아도 ‘내 안의 힘’으로도 세상의 넓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특히나 움직이는 것, 여행, 직접 발을 내딛어 찾아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적확한 말일 정도로 울림을 주었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면 그것 또한 마찬가지지 않을까? 외부의 수많은 유혹과 자극이 들어올 때 적절히 ‘내 안의 힘’에 미루어 결정하고 따라가는 것. 물론 언제나 ‘내 안의 힘’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보장할 수 없지만 중심이 잡혀있을 때와 없을 때의 혼란을 알기 때문에 ‘내 안의 힘’을 기르자고 해석했다.


며칠 전 인생은 길어야 백 년이기 때문에 인생은 소중하다는 걸 느낀다는 강연을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길어야 100년이라고 했듯이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많은 것들에 소소할지라도 의미를 두면 좀 달라 보이지 않을까?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담은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나의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그렇기에 내 삶을 다양한 이미를 두어 만끽해보려 한다. 특별한 변화는 없을지라도 매일매일 다채로운 날들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면 그 사실에 감사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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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 딸기 레이어 케이크 편 빨강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 / 대원앤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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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 푸드 에피소드’로 만난 빨강 머리 앤이 눈물을 머금게 할 줄은 몰랐다. 짤막한 글과 애니메이션 그대로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처음에는 음식에만 집중되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읽어나갔다. 그러다 점점 음식에 깊게 얽힌 에피소드를 만나게 되었고 감정이입이 되었다. 2년 전에 초콜릿 캐러멜을 먹어봤다는 앤의 이야기에 사탕 가게에 들른 매튜 씨, 그런 캐러멜을 절친 다이애나와 나눠먹고 기뻐하는 모습이 뭉클했다.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고, 자신만의 도시락을 갖게 된 기쁨, 직접 만든 브라우니를 함께 나누는 모습에서 되레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추억이 드러날수록 앤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남자 아이를 입양하길 원했지만 착오로 앤이 오게 되었고 결국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서툴지만 서서히 앤으로 인해 마음이 열리고, 사랑을 알게 되는 마릴라 아줌마와 매튜 아저씨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했다. 앤은 처음부터 초록 지붕 집을 좋아했다. 그런 만큼 마음 깊이 사랑하고 애정을 쏟는 것처럼 ‘우리 집’으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좋았다. 처음으로 음악 콘서트에 다녀 온 날 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 준 마릴라 아줌마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고, 앤이 콘서트 보다 더 좋았던 건 ‘집에 돌아오는 거였어요!’ 라고 말할 때 내가 더 기뻤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고 돌아오는 것을 기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가족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당연해서 모든 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날 밤, 마릴라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이제 복도 저편에 있는 작은 방에서 발랄하고 착했던 앤의 모습을 볼 수 없고, 따뜻한 숨결도 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을 쥐어짜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138쪽

침대에서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리는 마릴라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앤이 공부를 위해 집을 떠났고, 앞으로 독립할 것을 생각하면 마릴라의 마음이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면서 헤어지지 않았으면 싶었다.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넌 이곳 에이번리의 앤이야. 초록 지붕 집의 앤이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말이다.’ 라고 책은 마무리 되지만 앞부분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이야기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오래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봤으면서도 기억이 가물가물 해 다시 알고 싶어졌다. 이 책에 애니메이션으로 되어 있어 같은 그림의 책으로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출간되고 있는 만화를 구입해서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이번 기회로 빨강 머리 앤을 다시 만나보려 한다. 사랑스런 앤의 세계를 맘껏 누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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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오늘도 책 도착!

왜 이렇게 책만 사고 있을까! ㅋ

 

 

 

 

담요, 빨강 머리 앤 물병, 셜록 변색 머그!

 

 

 

 

담요, 빨강 머리 앤 물병, 셜록 변색 머그!

 

 

 

 

 

 

뜨거운 물을 부으면 이렇게 변한다.

오옷!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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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23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나네요 탐나 지를까요? ㅎㅎㅎ

안녕반짝 2019-01-23 23:23   좋아요 1 | URL
지르는 거 찬성입니다^^ 저도 굿즈 받으러 꾸역꾸역^^

psyche 2019-01-2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그도 물병도 너무 이뻐요! 아 갖고싶다 ㅜㅜ

안녕반짝 2019-01-23 23:22   좋아요 0 | URL
많이 산 것도 아니고 보이는 책 대로 샀는데 굿즈 선택을 많이 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담요까지 세 가지나 선택했어요~ 이뻐요^^
 
도쿄전력 OL 살인사건 걸작 논픽션 14
사노 신이치 지음, 류순미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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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상하게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라 더 궁금해진다.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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