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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 딸기 레이어 케이크 편 ㅣ 빨강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 / 대원앤북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28개 푸드 에피소드’로 만난 빨강 머리 앤이 눈물을 머금게 할 줄은 몰랐다. 짤막한 글과 애니메이션 그대로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처음에는 음식에만 집중되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읽어나갔다. 그러다 점점 음식에 깊게 얽힌 에피소드를 만나게 되었고 감정이입이 되었다. 2년 전에 초콜릿 캐러멜을 먹어봤다는 앤의 이야기에 사탕 가게에 들른 매튜 씨, 그런 캐러멜을 절친 다이애나와 나눠먹고 기뻐하는 모습이 뭉클했다.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고, 자신만의 도시락을 갖게 된 기쁨, 직접 만든 브라우니를 함께 나누는 모습에서 되레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추억이 드러날수록 앤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남자 아이를 입양하길 원했지만 착오로 앤이 오게 되었고 결국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서툴지만 서서히 앤으로 인해 마음이 열리고, 사랑을 알게 되는 마릴라 아줌마와 매튜 아저씨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했다. 앤은 처음부터 초록 지붕 집을 좋아했다. 그런 만큼 마음 깊이 사랑하고 애정을 쏟는 것처럼 ‘우리 집’으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좋았다. 처음으로 음악 콘서트에 다녀 온 날 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 준 마릴라 아줌마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고, 앤이 콘서트 보다 더 좋았던 건 ‘집에 돌아오는 거였어요!’ 라고 말할 때 내가 더 기뻤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고 돌아오는 것을 기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가족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당연해서 모든 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날 밤, 마릴라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이제 복도 저편에 있는 작은 방에서 발랄하고 착했던 앤의 모습을 볼 수 없고, 따뜻한 숨결도 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을 쥐어짜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138쪽
침대에서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리는 마릴라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앤이 공부를 위해 집을 떠났고, 앞으로 독립할 것을 생각하면 마릴라의 마음이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면서 헤어지지 않았으면 싶었다.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넌 이곳 에이번리의 앤이야. 초록 지붕 집의 앤이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말이다.’ 라고 책은 마무리 되지만 앞부분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이야기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오래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봤으면서도 기억이 가물가물 해 다시 알고 싶어졌다. 이 책에 애니메이션으로 되어 있어 같은 그림의 책으로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출간되고 있는 만화를 구입해서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이번 기회로 빨강 머리 앤을 다시 만나보려 한다. 사랑스런 앤의 세계를 맘껏 누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