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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더 좀비스'의 이번 시리즈(?)는 전작의 유쾌함과 발랄함(?)의 느낌이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사건을 해결하는 이미지가 강했고 고등학생이 대학의 깊은 속사정에 관여하다 보니 -이건 억측이다. 전작에서의 예들은 이것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부족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미지가 강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껄끄러움의 속사정을 나름대로 추측해 보건데 불륜, 그리고 돈, 권력, 대학이라는 거대한 압박까지 가세해 숨통을 조여서 '더 좀비스'답지 않았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더 좀비스에게는 이런게 전혀 어울리지않았다. 돈과 권력? 대학??
물론 그들의 심중에 이런걸 누리고 싶은 마음들이 왜 없겠냐만은 그들에게 왠지 세상의 때로 느껴지는 것들을 미리 느껴보게 하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 세상의 때가 골수까지 파고들어 상처가 넘쳐나는 그들인데 나도 참..... )
문제아,꼴통들로 보일지라도 그들이 세계에서 '더 좀비스'는 멋졌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곳에 주늑들고 - 대학이라는 추상적인 의미로 볼때- 돈과 권력에 무릎 꿇고 그들의 세계에서 당연히 추구되는 것들일지라도 벌써부터 그들에게 고3이라는 고삐리의 신분을 벗겨내기가 싫었다.
왠지 대학교내의 사건에 말려 듦으로써 대학과 그들의 모습을 일직선에 두고 비교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모순이 되어갔다.
그들은 취직을 위해 대학을 선택하고 지식과 학구열을 불태우기 위해 대학을 선망하는게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문대 앞에서 그들이 왜 초라해 보였는가..
그들은 명문대를 추구해 옴이 아닌대도 그들은 그 사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삶을 삶에도 왜 난 그들을 단박에 초라하다고 말하는 걸가.. 시선의 차이였다.
난 '더 좀비스'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갈망하는 자,평탄한 길을 추구하는 자들의 시신에서 '더 좀비스'를 바라봤다 왜?
그런 울타리가 짐짓 튼튼해 보였기 때문이였다. 그들의 삶의 방향을 추구했음에도 겉모습에 홀라당 넘어가 버리는 나의 허영이 얄미웠고 '더 좀비스'를 초라하게 만든 사건의 실태가 맘에 들지 않았다.
결국 이런 나의 맘에 들지 않음이 명문대를 싸고 잇는 온갖 허영들을 벗겨 주었지만 그 벗김이 후련하지 않았다.
그 안에는 개선될 수 없는 사회의 구조의 답답함과 그 구조를 따라가야 하는 사람들 틈에서의 반항적인 '더 좀비스'들이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책의 중심 내용과는 다르게 나의 이야기가 많이 빗나가고 말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런 마음의 응어리가 자꾸 꾸역 꾸역 올라오는건 왜 였을까? '더 좀비스'가 성인이 된다는 생각?(어떤 식으로?)
삶이 더 고달파 질거라는 생각?(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그들의 삶이 결코 평탄치 않음을 알고 그 조건을 즐겼음에도 난 왜 이렇게 무겁게 얘기하고 있는 걸까?
물어도 대답없는 '더 좀비스'들이여..
떠나지 말지어다. 변하지 말지어다.
조금은 징그러운 발랄함 속에서 영원한 고딩으로써의 삶을 지속시켜 달라는 요구는 얼토당토 않는 나의 억지요 불순환이라는 걸 알지만 난 그들을 세상속에 덩그러니 놓아두기 싫었다. 그들에게 존재하지도 않았던 보호막을 걷어 내는 것도 아니오.. 그렇다고 그들이 죽는 것도 아닌데 - 더 좀비스니까- 난 그들의 미래가 심각하다.
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더 좀비스'는 실질적인 매력을 잃을 것 같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미래가 부여될지 솔직히 걱정된다.
나의 삶의 미래가 아닌 왜 '더 좀비스'를 걱정하는가..
그들에게 정이 들었다라고 말하는 건 너무 단순하지만.. 왠지 그냥 그 자리에 있어줬음 하는 바램이 생긴다.
헤어짐의 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냥 내게 ' 더 좀비스'로 남아주면 안되는 걸가...
좀비스의 곁에 사건과 '새침한 여학생'-책의 설명을 빌어- 을 첨가시켜 그들을 나이먹고 철들게 하는 것보다 사고쟁이, 철없는 그들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걸 좋아하는 그들로써 나의 소망이 실현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결국 나의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느 얘기군...
그래 좋다.
내게서 '더 좀비스'는 매력으로 넘쳐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단순하지만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불멸의 존재로 남겨 두는 수 밖에...
'더 좀비스'여 영원하라.. 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