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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배낭여행은 늘 꿈꾸던 것이였다.
그러나 배낭을 싸보기도 전에 오만가지 근심 걱정을 들어가며 포기해 버리기 일쑤다. 정말 내가 갈 수 있을까.. 위험하지 않을까.. 난 돈이 별로 없고 현실을 떠나기에 용기가 부족한데...
그러나 그들은 떠났다.. 현실을 버린 것이 아니라 현실을 옮겼다.
세계의 한가운데로.. 그리고 현실은 늘 변했다. 나와 같은 똑같은 일상이 아니라 그들은 늘 새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4년을 준비하고 세계여행을 떠난 부부.. 자퇴하고 여행을 온 여고생..중년의 나이에 배낭여행을 하는 부부.. 마약과 섹스에 빠져 있다 여행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외국인 등 카오산 로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연들을 안은채 여행하고 있었다.
방콕의 카오산을 왜 이렇게 많이 오는걸까?
세계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다는 기록을 과시하듯 거대한 쇼핑센터 같다는 말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몰려든다. 그 안에는 활기와 열정이 있었다. 장기간 있는 사람들보다 머물러 있다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늘 움직였으니까 그리고 늘 간구했으니까..
그래서 카오산을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나도 그들을 좇아 늘 움직였기에..
몇년씩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정말 한번이라도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웠다. 나도 저들처럼 떠나고 싶지만 대단할 것이 없는 나의 현실은 늘 내게 족쇠를 채운다.
떠나지 말라고.
그래도 저렇게 여행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일꺼야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국경을 떠나 나이를 떠나서 평범한 사람들이였다. 오히려 내가 그들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을 뿐 그네들은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방구석에 가만히 누워서 내가 생각하는 오만가지 걱정들보다 쉽게 생각하고 쉽게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말한다. 꼭 배낭여행을 떠나보라고..
끔찍한 슈트케이스가 아닌 배낭을 메어보라고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그들이 한가해 보이고 막연하기도 했다.
과연 돌아가서 어떻게 기반을 잡을 것인가라는 분수에 넘치는 걱정도 해봤다. 그러나 오히려 그들은 그런 미래의 불안함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고했다. 모든걸 내가 결정하고 책임지는게 조금 힘들 뿐이지 언어, 돈은 문제가 아니라고..
한결같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서 진부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용이 너무 같은거 아니야?' 라는 푸념을 해 보아도 사람들은 대부분 하는 말들이 비슷했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부러워서 가방을 싸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것도 처음의 만남일때 뿐이였다. 중간으로 넘어갈수록 후반으로 갈수록 그들의 여행에 대리만족을 해가며 서서히 현실과 타협하고 있었다.
처음의 흥분과 열정은 책을 읽어가면서 많이 수그러 들었지만 그 가벼움은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1년 후라도.. 지금부터 준비해서 떠나보자라는 한가닥 꿈이...
그리고 배낭여행이 편하다라는 말은 별로 못들었지만 유럽을 갈망했던건 어쩜 그 편안함을 조금이나마 추구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진로를 바꿔 보았다.
중국을 거쳐 인도를 거쳐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그리고 돌아와서 아프리카로의 봉사활동...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가능성으로 바뀌고 있었다.
못할게 뭐 있겠는가...
'왜 꿈만 꾸는가.. 한번은 떠나야 한다. 떠나는 건 일상을 버리는게 아니다. 돌아와 더 잘살기 위해서다.'
이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