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평점 :
사진을 잘 찍고 싶었고 잘 찍어야 했을 때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이미 입소문으로 이 책의 존재를 알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마치 내가 이 세월을 살아낸 것처럼 가슴이 뭉클해져 버렸다. 언제든 꺼내서 보고 또 봐도 쉽게 흘려버릴 수 없는 사진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타인이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집인데도 한 장 한 장에 담겨 있는 것은 너무나 많았다. 가장 큰 것은 사랑이었고 그 다음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이었다.
『윤미네 집』이 변함없이 사랑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가족을 향한 그 따뜻한 아버지의 사랑과 그 사랑을 사진으로 기록하고자 한 열정, 그리고 사진집 이면에 드러나는 전몽각 선생의 삶을 사랑하는 방식 때문일 것이다. (165쪽)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기르면서도 일기를 써준다거나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 쉽지가 않음을 경험하고 있다. 처음에는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사진도 매일 찍고 조그마한 몸짓에도 감탄하고 기뻐했는데 조금씩 무뎌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손에 쉽게 쥘 수 있는 핸드폰으로도 사진 찍는 걸 귀찮아하는 나를 보고 있으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아이의 성장과정은 지금밖에 지켜볼 수 없으며 다시는 이런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너무 무신경하게 보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무언가를 매일 남겨준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시간을 쪼개어 지금 이 소중함을 남겨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든다는 의이다. 그래서 다시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부끄러운 기록이 되지 않을까란 염려가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 아버지가 아이가 태어나서 시집보낼 때까지 기록한 이 사진집을 보고 있으면 뭉클해진다. 아마추어지만 절대 아마추어라고 할 수 없는 이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무엇보다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는 작가라고 해도 사랑하는 가족을 이렇듯 생생하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찍을 수 없을 것이다. 특별한 날 사진기를 의식해서 찍은 사진과는 판이하게 다른, 아버지의 눈으로 보아온 사랑하는 가족 중에서도 특히나 큰 아이를 중심으로 찍은 이 사진들은 그래서 더 소중할 것이다.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란 부제가 붙어있지만 사진 속 ‘윤미’의 성장과정에는 오로지 윤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 남매가 있고 아내이자 엄마가 있고 자잘한 배경에는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들, 그렇지만 행복으로 견뎌낸 세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만약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저렇게 행복해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가질 정도로 고단한 모습도 있었지만 가족과 함께 잘 살아왔단 느낌이 물신 드는 사진들이 가득했다. 한 순간을 정지시킨 사진을 보면서 당시의 세세한 심경과 배경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들이 현재의 모습을 만든 과정이라는 사실을 낱낱이 보여주는 듯했다.
시집가던 날에서 멈춘 사진을 보며 그 다음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다. 이런 마음을 알 듯 사진 속 주인공의 인터뷰, 세상을 떠나기 전 아내를 위해 만든 사진집의 서문,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의 인터뷰 등 그 이후의 이야기와 사진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사진을 찍은 저자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건 사진이 전공이 아니었음에도 이렇게 멋지고 애정 어린 사진을 찍어냈다는 것, 당시에 구하기 힘들었던 사진기에 이렇게 소중한 기록을 담아냈다는 사실이다. 오랜 세월 애정을 담은 이 사진들이 빛을 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를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누구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 소중한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행복한 나날이 더 많음에 감사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 주변의 소중한 이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된다. 우리가 함께 있음에 감사하는 것. 사랑하기도 바쁜 나날 속에 누군가를 미워하는 게 헛되다는 누군가의 말이 마음 깊이 아로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