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열리는 나무 온세상 그림책
사라 스튜어트 지음, 유시정 옮김, 데이비드 스몰 그림 / 미세기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만약 나에게 돈이 열리는 나무가 있다면 어떨까? 아마 꽁꽁 숨겨둔 채 돈을 모조리 모아 숨겨두기도 하고 부지런히 쓰기도 할 것이다. 주변 사람은커녕 가족들에게도 쉬쉬할지 모른다. 그 나무를 탐낼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는 돈이 있으면 편하겠지만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내 안에 숨겨진 탐욕은 이렇듯 뻔하다. 이내 그렇게 불안해하고 욕심냈던 마음을 부끄러워하며 반성하겠지만 그런 나무가 있다면 결코 태연해질 용기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맥 아주머니가 참 대단해 보인다. 어느 날 앞마당에 처음 보는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이한 모양에 빨리 자라며 돈이 열리는 것을 보면서도 태연하다. 집주인이 그렇게 태연하니 주변에서 그 나무를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낯선 사람들이 그 나무를 구경하러 와도 아주머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가지를 잘라가게 해 준다. 그리고 태연히 나뭇잎을 따 가도 되겠냐는 물음에 사다리까지 빌려준다. 가지치기를 해주지 않으면 가지가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하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점점 그 나무에 미처 쉼 없이 나뭇잎을 따가고 아우성인데도 아주머니는 동요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며 사람들이 지치지도 않는 것에 의아할 뿐이다.

 

  이런 이야기 안에 나는 분명 나뭇잎을 따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에 속해 있을 확률이 높은데 그런 정신없는 와중에서도 섬세한 그림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돈이 열리는 나무가 이 책의 주요 사건이긴 하지만 맥 아주머니의 시선에서 보면 그 나무는 그저 새들이 씨를 날라 우연히 마당에 싹을 틔운 나무일뿐이고, 아주머니의 정원이라던가 집, 일상들이 더 돋보인다. 섬세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과 달리 이렇게 자극적인 나무가 등장하는 것이 부조화일지 모르나 오히려 그 부조화 속에서 맥 아주머니의 일상에 더 관심을 쏟게 되는 것이다. 괜히 타샤 할머니의 정원도 생각나면서 잠시나마 맥 아주머니처럼 돈이 열리는 나무가 아닌 평범한 한 사람의 삶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1월에 싹을 틔운 이 나무는 10월에 입사귀가 물들어 갔다. 아주머니는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12월이 되자 낯선 사람들이 굳은 표정으로 쌓인 눈을 헤집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나뭇잎이 달려있지 않은 겨울이건만 사람들은 여전히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주머니에겐 그 나뭇잎이 중요하지 않다. 겨울을 나기 위해 땔감이 필요해 그 나무를 벨 뿐, 낯선 사람들처럼 나뭇잎에 환장하지 않는다. 나뭇잎을 모아놓으면 힘들이지 않고 땔감을 구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잘만 쓴다면 훨씬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넌지시 말을 건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맥 아주머니는 그 나뭇잎보다 현재의 평화를 선택한 것 같다. 지치지도 않고 달려들었던 사람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듯이 맥 아주머니는 현실에 만족하며 주어진 일상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였다. 나는 결코 맥 아주머니처럼 평정을 유지할 자신도, 돈 나뭇잎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며 나무를 땔감으로 쓸 배짱도 없지만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알고 있다. 큰돈이 생겨 내 삶에 큰 변화를 주어야 한다면 나는 단박에 그러겠다고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늘 빠듯하게 살고 있지만 분명 지금을 되돌아보며 잘 살아왔노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양심은 아직 세상의 온갖 유혹에 흔들리고 있지만 그것을 다잡으며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현재 나에게 주어진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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