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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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를 읽지 않았더라면 하루키 에세이를 전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에세이뿐만 아니라 내가 유일하게 읽었던『상실의 시대』와『1Q84』이외의 소설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1995년 일본 지하철에서 일어난 독극물 테러 사건의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담은『언더그라운드』는 저자가 기록한 것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그렇게 똑같은 형식의 인터뷰를 끈질기게 했는지, 그 사건으로 인해 우리가 보아야 할 진실은 무엇인지를 책의 말미에서 느끼게 되자 그제야 저자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기에『언더그라운드』에 실린 피해자들의 인터뷰만으로 그 사건의 진실을 온전히 알 수는 없었다. 왜 그런 사건을 일으켰는지 당사자들은 만날 수가 없었기에 옴 진리교에 몸담거나 몸담았던 사람들에게 좀 더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이 책을 쓴 것이다.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내심 궁금했지만 책을 덮고 나자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들이 몸담았던 종교, 그 안에서의 사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지만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들을 만날 수 없었기에 큰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었다. 일반인에게 테러를 행한 행동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옴 진리교를 보자면 평범한 집단으로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릇된 생각을 가진 몇몇이 일으킨 사건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 뼈저리게 느낄 만큼 모순을 간직하고 있던 집단과 그 안의 사람들. 타인의 아픈 마음을 잘못된 방법으로 끌어 모으고 제대로 안아주지 못했던 우두머리와 넓게는 무관심이 팽배한 현대사회의 문제점의 결과이기도 했다.

 

  이미 사건을 일어났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고통 중에 있으며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그것으로 용서받을 수 있을까? 어떤 이유에서든 타인에게 행하는 무차별적인 테러는 절대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이다.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지나쳐 버린다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도 있다. 저자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두 권의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진실을 알리려 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과 예방책이 서투름에 안타까워했다. 그런 고질적인 문제를 우리나라도 안고 있고 성격이 다르지만 굵직한 인명사고로 인한 폐해는 여전해서 지켜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모든 진실을 회피하고만 싶어진다. 오래전에 읽은 책임에도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이 책에 대한 내용을 남기는지 나로써도 괴롭고 이해가 가질 않는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귀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영정 앞에 꽃 한 송이 놓지 못한 마음을 풀 길이 없어 이러는 건지, 타국에서 일어난 비극에 애도하기보다 비난하기 바빴던 마음이 부끄러워서인지 모르겠으나 타인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하면 너무 뻔뻔한 걸까? 그 타인이 행위만 하지 않았지 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무거워진다.

 

  이 두 권의 책이 하루키 문학의 일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하지만 하루키 소설과 에세이를 뒤죽박죽 읽어서인지 정확한 흐름을 짚어 내지는 못하겠다. 그러나『1Q84』에 이 사건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언더그라운드』를 통해 알게 되었다.『1Q84』에 등장하는 그릇된 종교집단을 통해 이 사건을 조금이나마 마주보게 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소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실적인 허구를 통해 우리가 마주봐야 할 현실세계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과정에 이 책이 발판이 되었고 이 사건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세월호 참사가 그렇듯, 쉽게 망각하고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잊힘.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이 온전히 지켜져 더 이상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철저한 규명과 대책이 강구되어 그들의 희생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를 오래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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