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ears PRADA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았냐고 애처로운 표정으로 합리화하는 앤드리아.
하지만, 그녀에게 선택의 여지는 있었다.
앤드리아는 에밀리를 밟고 미란다에게 선택받는 대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흥미로운 점을 꽤 많이 갖추고 있다. 초반 5분의 법칙도 잘 지키고 있고..
어리버리 앤드리아가 어정쩡한 자세로 편집장실에 전봇대처럼 붙박혀 있는 동안
에밀리가 받은 이른 아침의 전화 한 통은 <런웨이>의 모든 직원들을 순식간에 초긴장상태로 몰아 넣는다.

* 런웨이(runway) -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걸어다니는 스테이지를 일컫는 말. 영국에서는 캣워크(Catwalk)라는 단어를 대신 사용한다. (출처:씨네21)

아이보리색 프라다 토트백을 들고 선글라스를 끼고 보무도 당당하게 등장하는 미란다 프리슬리.
사족이지만, 올 초 외국에 나가기 전 면세점에 갔다가 사고 싶어서 몸살 날뻔한 빨간색 프라다 토트백이 있었다. 엄마한테 사달라고 하고도 싶었지만, 차마 사달라고 하지 못한... 젠장. 아이보리색도 있구나. 하면서 잠깐 부러웠다.

메릴 스트립이 나온 영화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그녀의 연기는 정확히 기억한다.
바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통해서다.
그 두 편은 벌써 오래전 영화니까 그녀도 늙었다.
하지만, 아~ 내가 알던 메릴 스트립이 맞나 싶을 정도로 끝내주게 멋있다.
메릴 스트립이 아니었다면 이런 미란다는 절대 탄생할 수 없었을 거다.

어리버리 앤드리아를 new 에밀리라 부르고, 받아적거나 외울 정신도 없는 어리버리한 비서 앞에서
속사포처럼 지시사항을 쏟아내고는 "That's all."
이 한마디로 모든 상황은 종료된다.

상대가 누구든 절대 타인 앞에서 굴하지 않는 미란다의 '굴욕'을 목격한 new 에밀리는
그 다음날 바로 해고통보나 다름없는 요구를 지시받는다.
그냥 그 자리에서 해고해 버리는 게 더 낫겠다 싶지만, 어디 세상이 내 맘대로 돌아가야지...

지미 추나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최신 고급 의상을 입은 미란다의 비서들은
100만명이 노리는 그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쇼핑백을 3~4개 들고 찻길을 무단횡단하고,
쌍둥이들의 숙제를 대신 해준다.

누구나 비싼 명품을 입고 싶어하고, 누구나 미란다 같은 삶을 원하는 건 아닌데
미란다는 잘못 알고 있었다.
미란다가 불쌍했다.
더이상의 결혼은 나와 맞지 않는 것이라는 듯 자기가 원하는 바를 손에 넣는 대단한 추진력의 미란다.

앤드리아의 대사처럼 미란다가 남자였으면 훨씬 높게 평가받았을 거다.
사랑과 나의 삶을 택할 것이냐, 가슴은 공허하지만 외모는 화려하게 살 것이냐.
그건 어디까지나 선택하는 사람의 몫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6-11-09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였다면 존경받을 거라는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 이 영화가 재미있는 건 메릴 스트립이 미란다이기 때문인 거 맞죠?^^

프레이야 2006-11-0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앤드리아는 분명 선택한 거죠. 미란다의 비서일도, 박차고 나와 기자로 일하는 것도요. 미란다의 비서일이 헛된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하루님, 오늘도 신나게 보내시기 바래요^^ 어느새 11월도 삼분의 일이 지나가려합니다...

하루(春) 2006-11-09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영화가 참 쉽게 다가오더군요. 모든 장면, 대사가 다 생각나요. 주로 메릴 스트립 덕에 웃었는데요. 미란다가 불쌍해요. 그도 어쩔 수 없는 피고용인인 것 같아서요.
배혜경님, 그쵸. 미란다의 비서가 아니었으면 어디서건 절대 겪을 수 없는 경험이,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한 기억으로 남을 테니까요. 멋있었어요.

blowup 2006-11-09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치만 해리포터 에피소드는 너무 현실성이 떨어졌어요.
전 그런 드라마가 징글맞게 현실적이었으면 좋겠거든요.
바람이 지나친가.-.-

하루(春) 2006-11-10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란다가 주문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걸 복사, 제본까지 해서 기차에 탈 쌍둥이한테 주는 것까지 마친 건 좀 당황스러웠죠.
저는 이 영화 장르를 그냥 드라마 정도로 생각했는데, 코미디로 분류하더군요. 패션계의 사정을 거의 모르는 관객들에게 판타지와 코미디를 제공하기 위한 좋은 장면이었다고 보는 게 이 영화를 위한 감상법이 아닐까 싶어요. namu님 귀여우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