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쯤 전에 아마도 이대로 고정모임이 될 것 같은 번개를 마치고 들어왔다.
밤늦게 비가 온다더니, 비는 올 생각도 안 하고 시원한 바람만 살랑살랑.
지금보다 꽤 어렸을 때는 스스로를 컨트롤할 능력이 부족해서 밤새껏 마시기도 전에 친구들 옆에서 뻗곤 했었다. 혼자 경월소주 1병을 컵으로 2번에 나눠서 마시고는 그 다음날까지 정신 못 차리고 강의 완전히 제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서도 그렇게 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뭐든지 자신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지만, 어쨌든 나의 상태나 여러가지를 볼 때 필름이 끊긴다거나 집에 안 들어가겠다고 버티는 무모한 짓은 더이상 안 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ㅅ님께는 죄송하다. 사실 오늘 모임에 나가야 했던 혹은 나가려 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ㅅ님께 dvd를 빌려드리기 위해서였는데 낮에 나가면서 dvd는 생각도 못하고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갑자기 생각이 난 거다. 집에 갔다와도 될만한 시간이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대학로가 가까워야 그렇게 하지...
사실, 집에서 다시 대학로를 향해 가려면 어떤 방법으로 가야 할지 저울질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가기 싫어질 우려도 있다. '가을'에서 자리를 잡았어야 하는데... 모두들 기분 좋은 표정과 몸짓으로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데 거기 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정말 컸다. 오늘도 밤새껏 마신다 해도 계속 좋은 감정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참, 마지막으로 내가 들이대는 카메라를 못 이기는 척 관대하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