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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명의 연인과 그 옆 사람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나도 그랬던 때가 있었지. 뭐, 이러니까 내가 작가보다 나이가 더 많은 건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아니다. 나는 아직 추억의 반도 완성하지 못했다.
첫 키스를 하던 그 날의 떨림이 여느 때보다도 생생하게 떠올라서 솔직히 좀 힘들다. 회와 함께 마신 소주에 거나하게 취해 강바람을 맞으면서 밤길을 걸어오던 그 날은 아무리 애를 써도 과거이고, 추억이다. "내가 그렇게 좋아?" 라며 조용히 속삭이던 그 친구의 목소리에 귀가 간지럽다.
가슴이 저리다. 사업을 하는 윤대녕, 그의 애틋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져서 슬프다.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가면서 점점 슬퍼진다. 처음엔 그저 흥미롭고, 재미있기만 했는데... 뒷부분이 궁금해서 책장을 넘겼을 뿐인데... 이 작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자신의 고객들에게 이렇게 보이고 싶어하는구나.
맥주 한 병을 마시기 힘든 가을이다.
"외로움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가끔 고독감이 엄습할 때는 있죠."
"외로움과 고독감이 어떻게 다른 건데요?"
"외로움은 누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감정에 가깝고 고독감은 오히려 혼자 있고 싶다는 감정에 가깝죠. 제 경우에 그렇다는 겁니다."
깊어가는 가을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들의 연속이다. 낙엽 수북이 쌓인 산길 한 번 못 밟아보고 이 좋은 계절을 보내게 될까 두렵다. 이름은 같은 계절, '가을'이지만 올해의 가을은 작년이나 내년의 가을과는 분명 다를 텐데... 난 지금 외로운 걸까, 고독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