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임진각에 갔다. 세계평화축전을 하고 있다는 건 광고판을 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4시쯤 도착해서 전시관 돌고, 티모르 커피 마시고, 전망대에 올라가고, 분수대가 있는 연못을 구경하고, 저 멀리 갈 수 없는 북녘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저녁을 먹고, 집에 갈까? 하시는 부모님을 붙잡아서 "지금 가면 후회할 것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벌써 가는 건 아쉽지 않을까?" 했다.

자신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하는 '주차단속' 요원과 '노점상 단속' 요원들 덕에 대체 그 곳의 구조가 어떻게 돼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은근히 화도 났다. 이정표도 없어서 스스로 찾아가기도 힘들고, 지도를 봐도 방향을 알기 어렵게 돼있고, 길을 물어보고 싶어도 알만한 사람들은 눈에 안 띄는 희한한 체계..

그냥 들어온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그제서야 길을 안내해주는 임무를 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멋있다. 정말로...  '돌무지 공원'을 지나 '생명축제 파빌리온'으로 가는 길을 그야말로 신경써서 해놓은 것 같았다. 부모님이 작년엔가 '장단콩 축제'에 가셨을 때에는 길이 엉망이었다는데... 그 사이 완만하게 산을 깎고, 잔디를 심고, 보행로를 만드는 수고를 한 것이다.

특히, 물 위에 있는 카페 '안녕'을 지나면 바로 나타나는 ' 바람의 언덕 - 바람개비를 색깔별로 꽂아놓은 작품'이 정말 멋있었다. 늘 그렇듯이 '딱 이거다' 하는 순간에 내 손엔 디카가 없어서 눈으로만 열심히 즐겼다.

주최는 경기도인데 마치 파주시가 혼자 모든 걸 다 준비한 양, 온통 파주시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10시에 카페 '안녕'에서 한 타펠 무지크Tafel Musik 의 바로크 음악 연주가 오늘 내가 본 것 중 가장 좋았다. 처음 본 악기 - 챔발로, 리코오더, 알토 리코오더, 루트-  연주를 들었는데 그 중 리코오더 연주는 소리가 청아하고 특이한 것이 초등학교 때 삑삑 소리 내며 연주하던 것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소리였다.

시간을 맞춰서 갔으면 카페 2층(복2층 구조임)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을 텐데, 좀 늦어서 밖에서 듣다 보니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바람에 시끄러워서 자원봉사자에게 부탁해서 안에 들어가 연주자들 5미터쯤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감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들어가서 보길 잘한 것 같다. ^^

그 후엔, 바로 불꽃놀이..

솔직히 난 무서웠다. 지나치게 큰 소리도 그렇고, 쏟아질 듯한 불꽃들이 정말로 쏟아질 것 같아서 수많은 사람들은 불꽃을 향해 감탄의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데, 나는 등지고 계속 앞으로 나갔다. 수많은 돈을 들여서 왜 그런 허무한 걸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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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8-0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꽃놀이를 허무한 걸로 생각하는 하루님.
허무하긴 하지만 아름답잖아요.ㅎㅎ

hanicare 2005-08-0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아름다운 인화지는 망막이거나 머릿 속의 어디겠지요.

하루(春) 2005-08-0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허무해서 더 아름다운 불꽃이여.. ^^;;
hanicare님,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가 해마hippocampus라죠? 맞아요. 가장 아름다운 인화지는 망막이거나 머릿 속 어디겠죠. 으음.. ^^

moonnight 2005-08-07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으셨겠어요. 디카가 없어서 서운하셨겠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보셨기에 이렇게 멋진 후기가 나온 건 아닐지. ^^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