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숨죽이다가, '저게 뭐야' 욕하다가, 지루해하는데 덜컥 영화가 끝나 버렸다.

영화 첫 장면 멀리서 서서히 클로즈업하는 카메라. 씨네코아, 간판명은 시네코아를 보여주는 장면을 보는데 마치 부천시 같은 데서 영화 시작 전 으레 보여주는 지역광고 같았다. 그 숱한 세월, 시네코아에서 영화를 보고, 계단을 걸어 내려오고, 파출소 옆 자판기가 있는 문으로 나와서 경사로를 내려오고, 그 옆 카페에서 멋진 바리스타를 훔쳐보면서 차를 홀짝거리고...

재작년엔가 처음으로 가본 시애틀즈 베스트 커피.. 그 앞 거리에 포장마차가 즐비해있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우연찮게 김기덕 데뷔작부터, 홍상수 데뷔작부터 다 봤다. 이해는 털끝만치도 못하면서... 평론가들의 글을 보는데 "아하~ 그랬구나" 하며 감탄만 할 뿐, 아무런 연상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이동진 기자는 기자 시사회에 가면 어두운 관객석에서 빨간 볼펜을 들고 줄거리를 쓰느라 끝나고 나오면 왼손이 빨간 볼펜 범벅이 돼있다는데 나도 그래야 하는 걸까? 사람들이 웃겼다고 하는 대사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 속 영화도 어쩜 그렇게 만드는지... 풋~ 유치해. 어리숙하고,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동수. 그 뻔뻔남의 뻔뻔한 작업멘트. 영화순례를 하는 거냐구? ㅋㅋ~

"지금 좀 누워있고 싶어서 그래요."

"남산 한번도 못 가봤는데..."

"말보로 레드 펴야 하는데..."

자살하기로 맘먹었으면서 뭐 그리 가리는 게 많니? 그런 영화를 찍은 영화 속 감독은 동수 앞에서 울면서 죽기 싫다고 애원한다. 자기 앞에 닥치면 뭐든 무심코 흘려보낼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많이 아파했던 일이 생각나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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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06-0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보셨군요. 저도 보고 싶은 영화예요. 영화의 줄거리나, 대사들 저역시 잘 기억하지 못해요. 하루님처럼 무언가 느끼고 생각하고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 영화의 매력인 거 같아요. 많이 아팠던 기억이라두요.

하루(春) 2005-06-0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보시길.. 대신 영화가 별로였다고 절 원망하진 마시길... ^^ 어제 CGV에 갔는데, 다른 건 죄다 매진이면서 이 영화는 잔여좌석 55석.. 맘이 아팠어요. 또 볼까 하다가 여러가지로 내키지 않아서 관뒀죠.

날개 2005-06-0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닌것 같지만, 님의 리뷰는 맘에 드네요..^^

살수검객 2005-07-1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네코아에서 보려고 했는데,,영화 상영이 끝났더군요..이제 이번주 금요일에 나올 비디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참,,이 리뷰 퍼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