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에서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본 건 8월 초였다. 굉장히 힘든 여름을 보내고 정신적으로 지친 나는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보고 읽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계속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맘 속으로만 동경하며 동네 도서관에 신청했다. 그리고 12월 초 신착 도서목록에 들어있는 이 책을 바쁜 맘으로 빌려왔다.

읽어야 할 책 vs 읽고 싶은 책

지금 내 상황에서 이 책은 읽고 싶은 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읽어야 할 책을 밀어놓고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책을 그런 식으로 나누는 건 모순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국가 최고의 법인 헌법이 한 나라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들어본 적도 별로 없는 무지한 국민들이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일을 겪은 연후에 나온지라 시의성이 이보다 적절할 순 없는 책이다. 우리가 대통령이 탄핵될 뻔한 상황까지 겪고서도 이 책을 이분법적인 논리로 구분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이 책은 '읽어야 할 책'이라고 권하고 싶다.

안네 프랑크 vs 아돌프 히틀러

어릴 때 안네 프랑크에 관한 책을 읽으며 히틀러의 잔혹상을 알았다. 몇년 전에는 어디선가 히틀러가 유태인을 학살한 이유가 어릴 때 자신의 집이 무지하게 가난해서 주인이 유태인인 전당포에 가서 어머니가 돈을 자주 빌렸는데 주인이 구두쇠라 어머니에게 매몰차게 굴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유태인에 대해 증오심을 키웠다고... 이 시점에서 나는 그 유태인 전당포 주인이 원망스럽다. --;

이 책은 막연한 것만 알던 내게 나치의 정체를 여실히 보여줬다. IBM이 그런 식으로 큰 회사라는 것, 나치의 어마어마한 조직력에 소름끼쳐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괴물의 수족 vs 똥개 법률가

나는 스스로 휴머니스트적 기질이 뛰어난 사람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편하게 살기 위해 성공을 꿈꾸는 사람을 싫어한다. 의사라면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료진료도 해줄 수 있어야 하고, 변호사라면 무료변론도 선뜻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고 변호사 등 법조인들을 존경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애초에 그들을 존경할 계기가 있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무료변론은 커녕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한 채 고문, 학살 등 국가권력에 동조한 그들의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썩을대로 썩은 법조계에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는 하나 그런 걸 느끼려면 최소한 5-10년은 지나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난 기득권층을 불신한다.

마무리

이 책을 읽으며 그들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 우리는 작년 이맘 때인가 검찰이 전례없는 '대선자금 수사'를 할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의 팬클럽이 생기는 웃기는 상황을 봤다. 팬클럽 회원들은 힘 내라고 도시락까지 싸다주며 응원을 했었다. 그동안 우리 검찰이 말도 안 되는 행태를 얼마나 많이 벌이고 다녔으면 그런 해프닝까지 생기는 걸까?

21세기는 정보화시대이고, 불확실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개개인의 역할이 점점 커진다. 따라서 국민의 자각과 관심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주권자인 국민이 변해야 대.한.민.국.도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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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18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눌렀어요.
책을 사봐야 할 텐데요.^^

하루(春) 2005-01-18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하고 봤더니 로드무비님이셨네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제 리뷰에 추천도 모자라 땡스 투까지 누르시다니... 전 아까 땡스 투 마일리지가 있길래 누가 지나가다 잘못 눌렀나 했거든요. --; 이 책은 제가 도서관에서 처음 빌려본 책인데 정말 재밌어요. 법지식이 조금 있으면 더 재밌을 거고 그렇지 않아도 잘 읽어보면 재밌을 거예요.

마늘빵 2005-02-15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원하기도 했고요. 법조계에 있어 철저한 아웃사이더인 필자가 그 무겁고 뻣뻣한 법조계를 강타하는 꼴이라니. 필자의 경험이 그대로 묻어나 더욱 재밌게 봤죠.

하루(春) 2005-02-15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책 재밌죠. 문희만 변호사.. ㅋㅋ~ 지금도 생각나고 웃겨요.

인터라겐 2005-06-2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집 검사넘과 매일 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왜 이책을 이제야 발견을 했을까요..
검찰청장앞으로 진정을 내려고 서류준비중인데 먹힐지 모르겠어요.. 주변에선 괜히 불똥튄다고 참으라는데 피해자인데 설마 무슨 탈있겠어요.. 그래도 심장이 뛰는건 왜죠.. 땡스투 누르고 주문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