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당신의 추천 영화는?

며칠 전 갑자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보고 싶어졌다.
그보다 며칠 전 '미스트'를 봤는데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암울하기 이를 데 없는 결말에 있다. ‘미스트’의 종반부는 그 직전까지 이 영화에서 본 그 모든 섬뜩한 묘사들을 깡그리 잊어버리도록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고 뛰어나다. 그 결말을 보고 나면, 아마도 당신은 오래도록 탄식할 것이다. 라는 이동진 기자의 글처럼 너무나도 허탈해서 영화가 이랬다 저랬다 떠들 기운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직장에서 맥스무비 사이트를 이용해 싼 값에 예매를 하려고 하는데 공인인증서가 담긴 usb memory를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점심시간 약 20분을 허비하고 문득 롯데시네마에 포인트가 많이 쌓여 있는 걸 생각해냈다.
이보다 더 기쁠 수는 없는 순간.ㅋㅋ뭐든 하고 싶은 기분이 강하게 들 때 해야 성과도 좋고, 보람 또한 최고에 이르니 이렇게 해서라도 그 날 '우.생.순'을 봐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탁월했다.
펄떡펄떡 힘차게 살아 숨쉬는 생생한 인물묘사는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왜 나는 이런 영화는 오프닝부터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 건지... 그러나 이런 영화는 관객의 기분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힘을 지니고 있는 건지 시종 울면서도 이렇게 많이 우는 게 꼭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늘 그런 건 아니니까...
이 영화의 감독인 임순례는 장편영화를 딱 3편 만들었다. 데뷔작인 '세 친구'는 비디오대여점에서도 빌릴 수가 없어서 아직 못 봤지만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극장에서 본 아주 인상적이고 개성 강한 소규모 영화였다. 그 해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오지혜는 수상소감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이 영화를 보신 10만 관객들께 고맙다"고.
그리고 그로부터 7년 후 임순례 감독의 따뜻한 시선, 배우들의 고생과 열연, 관심을 끌 만한 소재의 발견, 탄탄한 시나리오의 결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100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사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 대다수는 임순례 감독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거다. 나는 이런 푸근한 감독의 작품이 속된 말로 떠서 기분이 덩달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