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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읽는 퍼즐북 - 뉴욕의 프로그래머 임백준의 퍼즐이야기
임백준 지음 / 한빛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독서 애호가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종류의 분야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특히 더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책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대부분의 책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거의 모두 좋아하는 편이지만, 일반 상식이나 알아맞히기 방식의 책들은 피하는 편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별로 재미를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짜맞추기 놀이 방식의 퍼즐(puzzle) 이야기를 모아 만든 책 한 권을 지금 읽고 있습니다. 즐겨 읽거나 찾아서 읽는 책이 아니다 보니, 많이 낯설고 읽는 속도도 잘 진행되지가 않고 있지만, 임백준이 쓴 '누워서 읽는 퍼즐북'이라는 제목의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며, 수필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놀이처럼 읽을 수 있는 책, '누워서 읽는 퍼즐북'
이 책의 지은이, 임백준은 총 15권의 책을 쓴 중견 작가이기도 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인디애나 주립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했습니다. 삼성SDS, 뉴저지 소재 루슨트테크놀로지스에서 근무했으며, 지금은 월스트리트에 있는 회사에서 금융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뉴저지에서 아내,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한빛미디어에서 '프로그래밍은 상상이다(2008)'와 '뉴욕의 프로그래머(2007)', '소프트웨어 산책(2005)', '나는 프로그래머다(2004)', '누워서 읽는 알고리즘(2003)', '행복한 프로그래밍(2003)' 등을 출간하였습니다.
이 책은 크게 3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 "커피와 토스트를 먹는 분주한 아침에"에서 임백준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면서 접하거나 책이나 영화, 인터넷 퍼즐사이트에서 접했던 짜맞히는 문제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IQ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쉽게 이해되며, 어렵지 않게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주로 수학 관련 문제들을 모아 설명합니다.
지은이 임백준은 우리 일상에서 한번쯤은 들어보왔을 초콜릿 나누기, 만원의 행방과 같은 다양한 퍼즐(Puzzle) 문제들을 예로 들어 소개하고 쉽게 해결하는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두 동전을 던져 적어도 한면이 앞면이 나오는 경우의 수나 두 모례시계를 이용해 시간을 계산하는 방법, 유리컵 안의 물이 딱 반을 넘었는지 알아보는 방법, 맨홀 뚜껑이 둥근 이유, 펠린드롬(palindrome, 회문(回文)) 등 실생활의 확률 문제들을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제2장, "나만의 음악을 듣는 따스한 오후에"에서는, 체스, 바둑, 포커,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진짜 게임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안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게임이론과 그 원리를 주요 주제로 모아 수학적인 논리로 설명합니다. 소위(所謂)'죄수의 딜레마', 또는 '여행객의 딜레마'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내쉬평형의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례들을 주로 소개하고 게임이론에 입각한 논리의 전개를 보여줍니다.
우선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같은 주변의 실례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경우의 수와 심리전, 시대상황에 따른 부의 분배 방식 등을 고려하여 풀 수 있는 확률 문제들을 소개합니다. 외딴 섬의 기사와 용의 결투나 사형수들의 모자, 빨간 색 눈의 승려와 밤색 눈의 승려, 대통령 암살 사건, 검은색 모자와 흰색 모자, 인디아나 존스의 보물상자, 해적 문제 등 '분쟁지역의 공평한 분할방법'을 통하여 최적의 지급 방식과 정확한 할당 방법들을 실생활의 적용 실례와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보여줍니다.
제3장,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운 저녁에"에서 임백준은, 1959년 제1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와 같은 수학경시대회에서 소개되었을 문제들을 소개하고 그 풀이과정을 실생활의 예와 관련하여 쉽게 설명합니다. 매년 열리던 초창기에는 소련과 헝가리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이 1-2위를 다투었으나 80년대 이후의 성적은 19위에 머물러있으며, 1988년부터 시작하여 지난 2009년에 참가했던 우리나라도 4위를 기록했던 경력과 아직까지는 단연 중국이 수학 강국으로서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음을 소개합니다.
즉 도형, 공간, 시각적 상상이 필요한 수학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개인의 전적인 몰입과 상념을 통하여 문제를 푸는 기쁨과 쾌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소개합니다. 도형 나누기, 삼각형의 갯수 찾기, 도미노 조각, 신기한 삼각형 등 쉬운 문제에서부터 듀드니의 기묘한 체스판, 시거 던지기, 다이너마이트의 불꽃, 앤드류 골드의 잘못된 그림, 개미와 큐브, 연필 굴리기, 가벼운 당구공, 100개의 수를 기억하는 방법, 라쇼몽, 100번째 탑승객, 카드마술, 산가쿠와 같은 어려운 문제들까지 소개하고 상상력과 문제 해결력을 자극합니다.
이처럼 아주 쉬운 퍼즐 문제에서부터 수학 전문가들이 풀 수 있는 어려운 문제들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확률 문제들을 소개하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자의 생각과 취향에 따라 쾌감을 느낄 수도,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는 그런 책입니다. 이 책 '누워서 읽는 퍼즐북'에 대해 읽고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총정리합니다.
짜맞추기 수학 놀이, '누워서 읽는 퍼즐북'
첫째, 이 책은 뉴욕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으며, 수학을 전공하고 좋아했던 지은이 임백준이, 우리 일상과 관련한 아주 쉬운 수수께끼 같은 문제에서부터 전문가들이나 흥미를 갖고 풀 수 있는 확률 문제까지 다양한 퍼즐 이야기를 모아놓은 자료구조 관련 책입니다.
즉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에게 이 책이 좋은 벗이 되어 주고, 스스로 정답을 찾아냈을 때의 유쾌한 쾌감을 선사하는 책입니다. 그러므로 수학에 남다른 관심과 재능을 가지고 있거나 수학을 전문적인 수준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둘째, 그러나 이 책은 수학과 관련한 퍼즐 문제들만을 모아 소개하고 그 풀이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독자 각각의 개성에 따라서 그 재미는 배가될 수도 있으며, 또 더러는 전혀 재미를 못 느낄 수도 있는 책입니다.
즉 이런 '알아맞히기 놀이'와 같은 문제들은, 답을 찾는 방법보다는 답에 이르는 논리와 관점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개인 각자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도 다 다를 것이고 또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이 책의 지은이가 소개하는 모든 풀이과정에 100% 다 공감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는 책임을 강조하며, 아울러 이 책을 읽을 독자는 염두해 둘 것을 당부합니다.
셋째, 이 책의 겉 모습은 반양장 표지이며, 길이도 308쪽이고, 크기는 195×153mm인 일반적인 모양으로, 약간 가로로 긴 형태입니다. 종이의 폭이 넓은 편이어서 내용만큼이나 속독에도 도움이 되지 않던 책이었습니다. 속 종이의 재질도 무척 두꺼운 용지여서 뒷 장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고 신경도 쓰이지 않았으며, 책장 끝 가장자리도 상대적으로 날카롭지 않아 내내 읽기에는 편리했습니다.
넷째,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고, 어법이나 어순, 띄어 쓰기가 잘못된 부분은 다행히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꼭 한 달도 아직 안 된 2010년 1월 16일에 초판 1쇄로 발행된 최근의 신간입니다. '한빛미디어' 출판사의 이런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관리는 대부분 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 임백준은 시종일관 자신의 일상이나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실례들과 관련하여 각각의 문제들을 적용하고 풀이합니다. 그래서 지은이의 소소한 일상과 생각들도 엿볼 수 있는 결코 무겁지만은 않은 수필집이기도 합니다. 또한 3단원 안에 각각의 소제목이 60여 가지가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틈나는 짜투리 시간에 한 장씩 편하게 읽기에도 좋습니다.
그러므로 이 '누워서 읽는 퍼즐북'은 이런 60여 가지의 다양한 퍼즐 문제를 풀면서 지적 유희를 즐기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또한 수학에 큰 관심이 없는 독자라고 할지라도, 우리 주변의 일상과 관련하여 풀이한 퍼즐 문제들을 한번쯤은 큰 부담 없이 편하게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세월 참 빠릅니다. 벌써 2010년의 2월도 첫째 주말을 보냈고 새 한 주를 맞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이상 기후와 유래없는 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지난 주에 입춘 절기가 지나가서인지, 저 멀리서 손 흔드는 봄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활기찬 한 주의 첫 날을 열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