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비로 만나는 아름다운 시
이정란 지음 / 예문당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왜 아름다운 '시'가 어렵다고 생각될가요. 특히 근대적이거나 전통적인 시보다 현대에 쓰여진 시가 더 어렵게 생각되고, 또 어려워서 읽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일가요. 그 이유가 무엇일가요. 그렇다면 '시'란 무엇일가요.
그래도 시를 쉽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가요. 우리 삶의 순간을 담고 있는 시의 일상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심미주의, 하나의 시에 담긴 운율(韻律)과 압축성, 음악성까지 시를 쓴 시인의 느낌 그대로 고스란히 다 공감하는 방법은 쉽지 않습니다.
바람과 세월을 맞아 느슨하게 풀린 시를 만나는 방법
그런데 이런 시에 여유롭고 자유롭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즉 돌에 새겨진 시비들을 찾아 여행하며, 세상의 어려움과도 같은 풍상(風霜)에 맞아 한껏 풀린 자유로운 시를 바람이 낭송하고 나뭇잎이 말해주는 감상 이야기들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이정란은, 1999년 '심상'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고, 현재 중앙대 예술대학원에 재학 중입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어둠 - 흑맥주가 있는 카페', '나무의 기억력'과 수필집, '간이역 풍경', '사랑하는 날 아침에는', '시비로 만나는 아름다운 시', 그리고 바른말 지도서 '고운 말과 바른 글 여행' 등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총 55명이나 되는 시인들의 시와 시비들을 소개합니다. 여의 나루 옆 공원에 새겨진 구상 시인의 '강가에서'와 '강 16'이란 시를 비롯하여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순창 귀해체육공원에 조성된 시비가 있는 권일송 시인의 '반딧물'과 대전 보문산에 시비가 있는 김관식 시인의 '다시 광야에', 그의 모교이자 재직했던 중동고등학교 교정에 자리잡은 김광섭 시인의 '마음', 방이동 보성고등학교 교정에 서 있는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 진해 시민회관 광장에 시비가 있는 김달진 시인의 '열무꽃' 등 아름다운 시와 시비들로 안내합니다.
또한 강릉 호반 산책로의 아름다운 풍경 입구에 서있는 시비에 새겨진 김동명 시인의 '수선화'을 비롯하여 남산 도서관 뒤편 풀밭에 그 시비가 서있는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와 도봉산 중턱에 시비가 새겨진 김수영 시인의 '풀', 강진읍 탑동 그의 생가 앞마당에 묵직한 시비가 세워진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란 시로 안내합니다. 더불어 광릉수목원 앞 수목원 가든 입구에 세워진 김종삼 시인의 '민간인'과 마산 3.15의거 기념관에 시비가 세워진 김춘수 시인의 '베꼬니아의 꽃잎처럼이나', 전주 덕진연못이 있는 덕진공원 안에 시비가 세워진 김해강 시인의 '금강(金剛)의 달' 등 운치있고 가슴 시린 사연이 있는 시와 시비들도 소개합니다.
반딧물 -- 권일송
하늘에게 가는 목숨이야
어디 날개 달린 새뿐이랴
모시 수건으로 정갈히 닦아낸
쟁반 위의 밤하늘엔
반딧불로 어지러운
떠돌이의 고향이 보인다
여기에 광주 무등산공원 숲 속에 세워진 김현승 시인의 '눈물'이란 시를 비롯하여 과천 어린이대공원 다람쥐동산에 시비가 서있는 노천명 시인의 '사슴'과 안성의 시립 도서관 입구에 세워진 박두진 시인의 '고향',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홍도휴게소에 세워진 운치있는 시비에 박목월 시인의 '달'이란 시가, 광주 사직공원의 시비에는 박봉우 시인의 '조선의 창호지'란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더불어 길이가 2m가 넘는 묘비처럼 네모 반듯한 직사각형 시비에 박용래 시인의 '저녁눈'을 더불어 광주의 광주공원과 송정공원 시비에 박용철 시인의 '떠나가는 배'란 시와 강원도 인제 아미산 공원에 건립되었다가 공사로 지금은 인제 내린천 휴게소로 옮겨진 시비에 박인환 시인의 '세월이 가면'이란 시가, 경남 삼천포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노산공원 정상에 세워진 시비에 박재삼 시인의 '천년의 바람',을 따라 여행하며 안내합니다.
또한 정읍의 내장산 호수공원 입구에 세워진 시비에 박정만 시인의 '산 아래 앉아'와 더불어 익산 원광대학교 학생회관 정원에 세워진 시비에는 박항식 시인의 '매화사(梅花詞)'와 진주 남강의 진주성 입구 촉석문 앞마당에 서 있는 번영로 시인의 '논개'가, 전북 고창의 선운사 시비에는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더불어 진주성 맞은편 강가에 두상과 함께 서 있는 시비에 설창수 시인의 '남강 가에서'를 비롯하여 만해 마을 만해기념관에 신경림 시인의 '파장'과 충북 단양 근린공원의 덩치 큰 자연석에 신문동 시인의 '내 노동으로', 부여 송림공원에 서 있는 신동엽 시인의 '산에 언덕에', 전주 덕진공원 시비에는 그의 동상과 함께 신석정 시인의 '네 눈망울에서는', 충남 서천 한산모시관 근처 공원의 산비탈에 세운 시비에는 신석초 시인의 '꽃잎 절구(絶句)' 등이 새겨져 있음을 안내합니다.
또한 도봉산 빨랫골 골짜기의 묘소와 함께 서있는 시비에는 오상순 시인의 '방랑의 마음1'이란 시와 더불어 백담사의 시비에는 오세영 시인의 '강물'과 경북 영양 청기면의 생가의 시비에 오일도 시인의 '저녁놀', 통영 남망산 공원의 시비에 유치환 시인의 '旗ㅅ발', 충남 서산의 문화회관에 서 있는 시비에 윤곤강 시인의 '나비', 연세대학교 교정과 중국 용정의 용정중학교에 있는 시비에 윤동주 시인의 '서시', 광주 사직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턱 시비에 이동주 시인의 '강강술래' 등을 소개합니다. 더하여 보성고등학교 교정의 시비에 이상 시인의 '오감도'와 대구 달성공원의 우리 문단 최초로 세워진 시비에 이상화 시인의 '나의 침실로', 백담사 경내 시비에 이성선 시인의 '산시 30', 광주 사직공원 산책로 시비에 이수복 시인의 '봄 비', 안동 이육사 기념관 시비에 이육사 시인의 '절정(絶頂)', 정부종합청사 별관 주차장 한편 소나무 밑 큰 돌덩이에 전봉건 시인의 '새들에게', 그리고 충북 옥천 생가 시비에 정지용 시인의 '향수(鄕愁)', 부여 백마강 옆 구드레 조각공원에 세워진 시비에 정한모 시인의 '새'란 시 등을 소개합니다.
여기에 안성 고속도로 휴게소에 세워진 시비에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을 더불어 남산 산책로 한쪽 시비에 조지훈 시인의 '파초우'와 세종문화회관 작은 공원 시비에 주요한 시인의 '빗소리', 마산 산호공원 시비에 천상병 시인의 '귀천', 대전 시민회관 광장 시비에 한성기 시인의 '역', 충남 홍성의 생가 입구 시비에 한용운 시인의 '나룻배와 행인', 김포 장릉 묘원 시비와 묘석, 소록도에 누워있는 한하운 시인의 '보리 피리', 화성 묘역 시비에 홍사용 시인의 '나는 왕이로소이다'등으로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이에 덧붙여 시비들이 모여 있는 곳을 따로 소개했는데, 마산 '시의 거리'와 부산 어린이 대공원에 있는 '시가 있는 숲', 부산 용두산 공원의 '시의 거리', 그리고 전남 구례 화엄사의 '시비 동산'에 있는 몇몇 시들까지 소개합니다.
시비를 찾아 떠나는 여행, '시비로 만나는 아름다운 시'
이처럼 이정란의 안내에 따라 우리나라 각 도처에 흩어져 있는 시비를 따라 각각의 좋은 시들을 만나 편안한 감상을 했으며, 즐거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이 '시비로 만나는 아름다운 시'에 대해 읽고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7가지로 총정리합니다.
첫째, 이 책은 우리가 다소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 '시'에 대해 그 시비를 찾아 소개함으로써 흥미롭고 재미있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소 시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둘째, 또한 시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분들이라도 풍상(風霜)에 자유로워진 시들을 통하여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시간 짬짬이 1-2편씩 펼쳐 보기 좋은 여유로운 책으로 추천합니다.
셋째,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시인들의 거의 모든 고전과도 같은 잘 알려진 좋은 시들을 거의 다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소 시에 관심이 없던 독자들이라고 할지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시집으로 추천합니다.
넷째, 이 책의 겉 모습은 반양장 표지이며, 길이도 349쪽이고, 크기는 223×152mm인 가장 일반적인 크기로, 가로로 긴 형태입니다. 종이의 폭이 좁은 편이었고, 속 종이의 재질도 무척 얇은 용지였으나 뒷 장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고 신경도 쓰이지 않았으며, 책장 끝 가장자리도 상대적으로 날카롭지 않아 내내 읽기에 편리했습니다.
다섯째,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고, 어법이나 어순, 띄어 쓰기가 잘못된 부분도 다행히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5년 10월 10일에 초판 1쇄로 발행된 책입니다. '예문당' 출판사의 이런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관리는 거의 완벽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섯째, 이 책을 통하여 또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여행이 생겼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이정란처럼,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 숨은 시비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입니다. 자전거 여행도 좋을 것 같고, 여유롭게 자가용 산책을 하듯 지방 한 곳을 정해 2-3곳을 한번에 둘러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시가 주는 느림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으로 느끼고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각 시비가 세월의 농익은 음성으로 들려주는 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며, 바람과 서리가 들려주는 시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 한 권을 들고 느림과 여백의 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기획하거나 떠나보는 것은 어떨가요.
일곱째, 이 책은 지난 2009년 성탄 즈음해서 예문당 창립 32주년 기념일(2010년 1월 3일)을 맞아 예문당님의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댓글을 달았던 이웃지기님들을 대상으로 예문당 출판사의 책들을 무료로 나눠주는 감사 마당이었습니다.
그 때 저도 예문당님께서 골라 보내주셔서 받았던 책이 바로 이 '시비로 만나는 아름다운 시'였습니다. 처음에는 시집이어서 다소 놀랐지만, 시비를 따라 여행하며 한 편씩 읽고 감상하다 보니 즐겁고 마음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책이어서 무척 고마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정겨운 이웃지기님, 예문당님께 다시 한번 더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마음을 안정시키고 다스리고자 시와 함께 하루를 정리하기에 꼭 좋은 책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퇴근하여 숨고르며 읽기에도 좋은 책으로 추천하며, 이에 대한 모든 후기를 갈무리합니다.
어제는 벤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금메달을 딴 모태범 선수의 선물로 참 신나고 눈물나는 날이었습니다. 그의 생일에 친어머니와 국민 모두가 하나된 듯 기뻐한 날이었습니다. 오늘도 우리 국민 모두 신나는 일만 함께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