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 고양이
데이비드 루리 지음, 재연 옮김, 테드 블랙올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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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람이 불교를 만화로 그렸는데 한국 스님이 번역을 했다... 솔깃한 카피가 아닐 수 없다. 불과 86쪽 남짓의 가벼운 분량에 부담없는 가격, 각각 2쪽 남짓의 단편모음집... 옆에 있다면 집어들어보지 않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들춰보게 된 본작은 과연 책으로 일독하기보다는(어차피 1시간이면 충분히 다 본다) 잡지, 사이트, 아니면 문지방에 걸어두고 오며가며 한번씩들 웃기 좋은 작품같다. 요컨대 집중이 아닌 산개전 식으로 퍼져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뜻인데, 그러니까 마치 지하철 역사 벽에 붙어있는 싯구나 산문구절 혹은 있을 만한 데마다 꼭 걸려있는 서예나 동양화 족자처럼, 그렇게 가볍고 부담없으면서도 그렇게 적당한 여운을 남겨준다. 알고 지내온 누군가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별스럽지도 않은 한 마디를 툭 던지고 지나갔는데 그게 묘하게 한나절쯤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경험과 같은 것, 을 여기서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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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손자병법 - 전4권 세트
정비석 지음 / 은행나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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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신세대가 설치고 포스트주의가 날뛰어도 사극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끝도 없이 방영되는 TV 사극이 그렇고, 영화로 줄줄이 쏟아져나오는 동서양 역사물들 [트로이], [영웅] 등 이 그렇고, 역사소설이 그렇다. 그중 [삼국지]와 국내물들을 제외하면 가장 각광을 받았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이 아닐까 한다. 재미 위주의 '대중 역사소설'을 많이도 써내려갔던 그리고 한때 열심히 친일도 했던 작가의 최대히트작 중 하나답게 재판도 여러 번 나왔다.

[열국지]의 오초 전쟁편을 중심대본으로 해서 써나간 것으로 보이는 본작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TV 사극같은 역사소설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장점과 단점도 딱 반반이다. 어차피 아득한 2500년 전 남의 나라 이야기니만큼 심각하게 따질 것까진 없다손 치더라도 이 소설의 장점은 어디까지나 흥미에 있지 깊이에 있지는 않다. 딴은, 중국 역사소설 중 제일 고단수면서도 또한 제일 딱딱한 것이 [열국지]임을 감안한다면 일부분이나마 이처럼 흥미롭게 풀어 읽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할 것이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어내려간 후 사극 특유의 찌끼미가 좀 남더라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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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구를 위한 현대사상가 50 - 문화교양 6
존 레흐트 지음, 곽동훈 김시무 옮김 / 현실문화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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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에서 뚜렷이 드러나듯이, 이 책의 목적은 20세기 유럽의 인문학 중 문화이론과 관련을 갖는 주요 이론가들을 개괄식으로 소개하는 데 있다. 총 50명, 책의 분량 500쪽, 따라서 1인당 10쪽 내외가 할애된다는 계산이 나오며 실제로도 그렇게 되어있다. 구조주의-포스트구조주의-포스트모더니즘 계열에 유난히 많은 분량을 배정하고 있는 것은 필자의 기호이거나 혹은 원서가 발간된 시점(1994년)의 '유행'에 대한 고려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분야와 관련하여 이보다 쉽게 써먹기 좋은 인물사전류의 책도 별반 찾아볼 수 없으므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권 비치해놓고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원서가 발간된지도 벌써 10년 세월이 흘렀고 국내에 번역된 것 역시 7~8년(97년 개정판 발행)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거사가 되고 말았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신 흐름에 대해서라면 별도의 자료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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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4-09-27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글을 쓰셨네요. 아, 처음 인사드려요. 그간 몰래 몰래 소리없이 서재에 놀러왔었어요.^^
 
문화연구와 문화이론 - 문화교양 2
존 스토리 지음, 박모 옮김 / 현실문화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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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운동이, 문화이론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던 시대가 있었다. 구조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을 모르면 지식인 축에 끼지도 못하던, 현대 프랑스 이론가들의 이름을 적어도 대여섯은 얼른 주워섬길 줄 알아야 대화에 끼일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 시대도 이미 다 과거가 되어버렸고, 개인적으로 그 많은 이름들, 개념들을 외워 나아진 것이라고는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수입사정 뿐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시대는 흘러고 유물은 남는다. 이를테면 이 책은 유물발굴을 위한 약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영국인이어서 그런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낯선 영국의 문화이론들(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유한)이 맨 앞에, 그리고 상당히 충실하게 서술되어있으며, 그밖에 맑스주의와 네오그람시언,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즘 등의 다양한 입장들이 요령있게, 다시 말해 각자의 강조점과 차이, 대립지점 등을 적절히 조명하면서 서술되고 있다.

원제가 [문화이론과 대중문화]인 데서 알 수 있듯이 특히 20세기 후반의 대중문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중문화 작품들에 대한 구체적 분석, 비평이 아니라 대중문화라는 것 전반에 관한 이론적 차원의 쟁점들을 주로 다룬 책이므로 그다지 술술 이해되는 류는 아니다. 그러나 '이론'을 다루기 위해서는 아무리 개괄서라도 이 정도는 되어야 실속이 있다. 더구나 작품들에 대한 구체적 비평을 사례로 제시하고자 노력한 흔적도 군데군데 뚜렷하다. 이 다양한 입장들 중 어느 것을 택할지, 아니면 여기에 없는 또다른 입장을 가질지(이 책은 철저히 현대 서유럽의 이론들만 소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나아가 꼭 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독자 개개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하여간 이 방면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지지고볶았다더라고, 책은 착실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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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 - Play The Blues (재발매)
김목경 노래 / 모닝힐 레코드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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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 뮤지션'이라는 호칭으로 알려진 김목경이지만(그 외에 요즘 이런 호칭을 들을 만한 국내 음악인이 거의 없는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꼭 전형적인 12마디 블루스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음반들을 들어보면 컨트리 성향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으며, 포크나 락도 적당히 섞여있다. 그리고 이 4가지가 잘 블렌딩된 결과는 '30~40대 한국의 대중음악 애호가들이 듣기 딱 좋은 음악'이 된다.

전작 [Livin' with the Blues]가 시종일관 땡겨대는 펜더 일렉트릭 블루스의 향연이었다면 4집은 그에 비해 한결 '가요화된'(좋은 의미다) 오지랖과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 수록곡 중 <부르지마>가 라디오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려졌지만, 그밖에도 모든 곡들이 결코 블루스적 정서를 벗어나지는 않는 한도 내에서 적당히 대중적이다. 단지 연주만이 아니라 좋은 가사와 곡조를 써내는 것도 블루스 뮤지션의 큰 능력이라고 해야 할 텐데, 이 부분에서 상당한 강점을 드러내는 김목경의 면모가 잘 발휘된 음반이다. 이 정도 되는 음반이 왜 그렇게 안 팔렸을까가 궁금할(실은 딱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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