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Chaos (Hardcover)
Josef Koudelka / Phaidon Inc Ltd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따를 수 없는 비범한 감각의 소유자이자 흉내내기 힘든 천성적 방랑자인 사진가에 의해 탄생한 흑백 파노라마 사진의 결정판. 

한 번 본 사람이라면 (프로든 아마추어든) 누구나 617 파노라마 열병을 앓게 만든다는 마서(魔書). 

특히 세로 파노라마에 있어서는 달리 전범을 찾아보기 어려울 독보적인 경지. 

하지만 그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역시, 짚시들을 망명자들을 누구보다도 애잔한 시선으로 포착해냈던 작가가 거의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황량하고 고담스러운 풍경으로 눈을 돌린 이유, 심정, 배경. 

파노라마 사진 혹은 '뻔한 다큐멘터리' 이후의 사진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은 들춰봐야 할 필수 코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모살뜸 - 육명심 사진집
육명심 사진 / 눈빛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사진계의 원로 육명심 선생의 사진집 중 꼭 한 권만을 추천하라면 선집인 [육명심]을 들겠다. 94년에 나온 것이 있고 2000년에 나온 것이 있는데, 아쉽게도 모두 절판이다. 현재 구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다시 고르라면 [장승], [검은 모살뜸], [문인의 초상] 중에서 이 책으로 하겠다. 사진 자체만을 집중적으로 감상하기에는 세 번째 것이 좀 떨어진다. 나머지 둘 중 사진 보는 재미로는 아무래도 이 책이 더 나을 것 같다. 

[장승]이 말 그대로 한국의 장승들을 찍은 사진집이지만 결코 민속학 자료집이 아니듯, [검은 모살뜸]도 제주도의 검은 모래찜질하는 모습들을 찍은 사진집이지만 결코 문화인류학 자료집이 아니다. 오히려 둘 다 고전적인 흑백사진 미학의 한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장승 하나를 찍고 모래찜질하는 풍경을 찍어도 대가의 것은 이렇게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기념할 만한 소재 위에 감탄할 만한 화면구성과 빛, 그리고 특히 [검은 모살뜸]의 경우 질감까지가 형식미를 한껏 발한다.

이들보다 앞선 '백민' 시리즈까지 합쳐 '장승' 시리즈와 '검은 모살뜸' 시리즈는 작가의 "우리 것" 3부작이다. 그 중 이 책이 가장 뒤의 것에 해당하는데, 83년과 94년에 이어 2008년에도 추가촬영을 함으로써 이 책이 탄생했다. 똑같은 제목으로 여러 해 전에 나온 것이 있는데(역시 절판) 이 책이 개정증보판에 해당한다. 책의 어디에도 각각의 사진을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는 밝혀져있지 않지만, 서문으로 짐작하건대 대충 이러이러한 사진들이 최근 것이 아닐까 추정해본다. 결론적으로 한결 풍부해졌겠구나 싶다. 

제책방식이 특이하다. 하드커버의 뒷면만을 속지에 접착해놓았다. 그 밖에도 책 전반에 걸쳐 상당히 신경 쓴 디자인임을 알 수 있는데([장승]과 동일한 디자이너에 의한 동일한 제책방식이다), 다 좋지만 내구성은 불안하다. 여차하면 떨어지기 쉬워 접착제가 동원되어야 할 판이다. 하나 더 아쉬운 점이라면 인쇄 품질인데, 이것만 놓고 보면 충분히 좋아보이지만 선집 [육명심]에 비해서는 콘트라스트가 너무 강하지 않나 싶다. 그래도 [장승]에 비해서는 한결 안정적이다.(개인적으로 [장승]은 아예 인화부터 다시 했으면 좋겠다. 무리한 닷징이 남발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진인화 담당자라는 이철수 씨에게 왜 이렇게 해놨는지 좀 물어보고 싶다.)

이렇게 되면 시중에서 전혀 구경할 수 없는 것으로 '백민' 시리즈가 남았다. 이것이 출간되면 우선순위에 조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 나의 추천은 [검은 모살뜸]이다. 노대가의 역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now Land - 민병헌 사진집
민병헌 지음 / 호미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안개 시리즈, 스노우랜드 시리즈 등 흑백 풍경사진으로 유명한 민병헌의 사진집 중 요즘 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책이다. 이 책의 정확한 제목은 [Snowland Sky Fog Gloom]이다. 다만 'Snowland'라는 단어는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나머지 단어들은 검은 바탕에 검은색 요철로 인쇄되어있기 때문에 얼핏 봐서는 제목을 [Snowland]로 오해하기 쉽다. 

사연은 이렇다. 2005년의 'Snowland' 시리즈가 이 책 앞부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96년의 'Sky' 시리즈, 98년의 'Fog' 시리즈, 2001년의 'Gloom' 시리즈가 조금씩 선별되어 뒷부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Snowland' 시리즈도 모두 실린 것은 아니다.) 즉, 신작 'Snowland' 시리즈 및 과거 대표작 모음 정도 되는 셈이다. 한국의 공근혜 갤러리와 프랑스의 보드앵 르봉 갤러리가 공동기획해서 이렇게 만든 것으로 되어있고, 서문은 산타 바바라 미술관의 사진 큐레이터가 담당하기도 했다. 

이 정도에 책값까지 정가 35000원이라면 좀 더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무엇보다 판형이 요즘 사진집치고는 너무 작다. 하드커버가 아님은 물론 종이도 충분히 두껍지 않다. 책 가운데 부분도 잘 펴지지 않아 보기 불편하다. 100장 조금 안되는 작품 수량이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책의 외양 때문인지 어딘가 빈약해보인다. 대표작선이라기보다는 비매품 포트폴리오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갤러리 밖에서도 민병헌의 사진들을 볼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이것 말고 구할 수 있는 그의 사진집이 몇 되지도 않으니 말이다. 작품들이야 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가히 이 시대의 수묵화라 부르기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아마도 당분간은 전시회가 열리면 부지런히 찾아가서 챙겨보는 것이 최선일 듯하다.(애당초 사진집보다는 전시장을 염두에 두고 찍은 사진들일 경우 역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저 참고 정도로 여기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면의 침묵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찍은 시대의 초상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김화영 옮김 / 열화당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거리 사진, 캔디드(스냅) 사진, 르뽀 사진 등으로 불리는 것이 브레송의 주영역이다. 한 마디로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사는 모습과 약간의 풍경을 일체의 연출 없이 있는 그대로 (그것도 몰래) 찍는 방식이다. 이거 하나로 20세기 최고의 사진가 자리에 오른 사진가가 인물사진을 찍는다면 어떨까? 정답은 '거의 비슷한 식으로 찍었다.' 몰래라는 조건만 빼고.

당대의 명사급에 들던 유명사진가인데다 한때 회화 공부도 하고 영화 연출도 했을 정도로 문화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었던 그에게 여러 매체에서 인물사진 촬영을 맡겼던 모양이다. 그는 원래 하던대로 35mm 필름카메라를 가져가서(잠깐, 그 카메라가 어느 회사 제품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다른 회사 제품이었대도 결과물의 차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같은 RF 방식을 쓰기야 했겠지만), 플래쉬도 없이 실외건 실내건 자연광만으로, 아무런 포즈도 표정도 배경도 연출하거나 부탁하지 않고, 심지어 "자, 찍겠습니다" 하는 말도 없이 스냅으로 찍어왔다. 그의 말에 의하면 15~20분쯤 들여서.

그런데 훌륭하다. 스냅이니 하나같이 명작일 수야 없지만, 일부는 참으로 그 인물의 핵심을 포착했구나 싶다. 대체로 집이나 사무실에 그냥 편안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바스트샷 정도로 찍은 것들인데, 하나도 별다를 게 없지 싶은데, 뭔가 정곡을 찌르고 있는 것만 같다. 흔히들 인물사진을 찍을 때 쓰는 말, 이를테면 대상을 편안하게 해줘라, 대화를 많이 나눠라, 각도는 어떻게 하고 조명은 저떻게 하고 따위와는 별로 상관이 없어보이는데, 그래도 훌륭하다. 대가는 대가인가보다. 

브레송을 최고의 인물사진가로 꼽을 생각은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아놀드 뉴먼이고 그 밖에 어빙 펜, 리차드 아베던, 애니 레이보비츠 등 포트레이트를 주영역 삼아 일평생 천착해온 거장들은 많다. 로버트 메이플소프도 스티브 맥커리도 있고 그 옛날의 나다르를 제외시킬 이유도 없을 듯하다. 그래도 브레송을 빼놓기는 쉽지 않다. 초특급 대가가 일평생에 걸쳐 구축해놓은 인물사진의 한 방법론을 어찌 쉬이 간과하리오. 

그의 사후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재단이 기획한 최초의 전시회를 바탕으로 출간된 원서의 국역본이며, 독일에서 인쇄와 제본을 해온 것이므로 그쪽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다. 몇몇 인물의 사진은 더 많이 알려진 것과 다른 게 실려있기도 한데(모든 인물의 사진은 각기 한 장씩만 실려있다) 결점이 되지는 않아보인다. 사진집치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대신 책 크기가 B5 정도로 작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 카이로스의 시선으로 본 세기의 순간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정진국 옮김 / 까치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2003년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고전을 기념하여, 같은 해에 출범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재단의 주최로 열린 대표작선이다. 까르띠에 브레송 자신이 후기를 썼으므로(내용은 감사인사 뿐이지만) 작가의 감수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해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시기적 요인은 물론 내용적으로 봐도 별로 흠잡을 데가 없는, 명실상부한 대표작선이다. (일련번호에 따르면) 476장에 이르는 그의 흑백사진들, 구경할 일이 흔치 않은 그의 그림 35장(주로 데셍), 그리고 그가 찍힌 유년시절부터의 흑백사진 60여장, 여러 편의 분야별 논문, 빽빽한 서지정보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에서 인쇄와 제본을 해온 책의 퀄리티까지. 아마도 이 이상의 대표작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단지 분량이 몇 배쯤 많아지고 가격도 그만큼 비싸지거나, 아니면 몇 분의 일로 줄어들고 가격도 그렇게 되거나 할 수야 있겠지만. 

상당량의 사진들이 페이지당 2장씩 실리곤 해서 사진 크기에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거야 이미 들고다니기도 힘들 정도인 부피를 감안하면 감내해야 할 것이다. 컬러사진(그가 찍은 컬러사진도 실은 꽤 된다)은 단 한 장도 넣지 않았지만 작가의 의도가 그런 모양이니 할 수 없다.(아마도 그는 '작품은 흑백으로, 매체 게재용은 컬러로도'라고 생각한 듯하다.) 빠져서 아쉬운 사진이 몇몇 정도 있는 것도 같지만 어차피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전작집이란 말이 안되는 얘기고. 

순서는 대략 지역별로 되어있다. 프랑스와 그 인접국들, 남부 유럽과 멕시코, 소련, 인물사진들, 미국, 아시아 정도. 연대별로 실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대상지역에 따라 화면구성을 달리 하는 브레송의 방식을 살펴보기에는 이쪽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단지 연대별 색인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있다. 번역 쪽에는 다소간의 불만이 있다. 암만 봐도 정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은 혐의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아쉬움은 달랑 절판되어버린 2009년 현재상황 쪽이다. 이 정도 책은 지속적으로 쇄를 거듭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