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구와 문화이론 - 문화교양 2
존 스토리 지음, 박모 옮김 / 현실문화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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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운동이, 문화이론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던 시대가 있었다. 구조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을 모르면 지식인 축에 끼지도 못하던, 현대 프랑스 이론가들의 이름을 적어도 대여섯은 얼른 주워섬길 줄 알아야 대화에 끼일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 시대도 이미 다 과거가 되어버렸고, 개인적으로 그 많은 이름들, 개념들을 외워 나아진 것이라고는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수입사정 뿐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시대는 흘러고 유물은 남는다. 이를테면 이 책은 유물발굴을 위한 약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영국인이어서 그런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낯선 영국의 문화이론들(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유한)이 맨 앞에, 그리고 상당히 충실하게 서술되어있으며, 그밖에 맑스주의와 네오그람시언,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즘 등의 다양한 입장들이 요령있게, 다시 말해 각자의 강조점과 차이, 대립지점 등을 적절히 조명하면서 서술되고 있다.

원제가 [문화이론과 대중문화]인 데서 알 수 있듯이 특히 20세기 후반의 대중문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중문화 작품들에 대한 구체적 분석, 비평이 아니라 대중문화라는 것 전반에 관한 이론적 차원의 쟁점들을 주로 다룬 책이므로 그다지 술술 이해되는 류는 아니다. 그러나 '이론'을 다루기 위해서는 아무리 개괄서라도 이 정도는 되어야 실속이 있다. 더구나 작품들에 대한 구체적 비평을 사례로 제시하고자 노력한 흔적도 군데군데 뚜렷하다. 이 다양한 입장들 중 어느 것을 택할지, 아니면 여기에 없는 또다른 입장을 가질지(이 책은 철저히 현대 서유럽의 이론들만 소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나아가 꼭 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독자 개개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하여간 이 방면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지지고볶았다더라고, 책은 착실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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