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 고양이
데이비드 루리 지음, 재연 옮김, 테드 블랙올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서양 사람이 불교를 만화로 그렸는데 한국 스님이 번역을 했다... 솔깃한 카피가 아닐 수 없다. 불과 86쪽 남짓의 가벼운 분량에 부담없는 가격, 각각 2쪽 남짓의 단편모음집... 옆에 있다면 집어들어보지 않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들춰보게 된 본작은 과연 책으로 일독하기보다는(어차피 1시간이면 충분히 다 본다) 잡지, 사이트, 아니면 문지방에 걸어두고 오며가며 한번씩들 웃기 좋은 작품같다. 요컨대 집중이 아닌 산개전 식으로 퍼져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뜻인데, 그러니까 마치 지하철 역사 벽에 붙어있는 싯구나 산문구절 혹은 있을 만한 데마다 꼭 걸려있는 서예나 동양화 족자처럼, 그렇게 가볍고 부담없으면서도 그렇게 적당한 여운을 남겨준다. 알고 지내온 누군가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별스럽지도 않은 한 마디를 툭 던지고 지나갔는데 그게 묘하게 한나절쯤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경험과 같은 것, 을 여기서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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