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성전 - 한없이 깊고 넓은 부처님 말씀
석해운 / 현암사 / 1996년 12월
평점 :
품절


일본에서 공동편역으로 낸 한문-영역 대역본을 다시 국역한 것이라고 하는데, 별다른 장점을 찾을 수 없다. 이는 대역본이라도 마찬가지인데, 영어로 된 불경번역본이나 해설서는 이미 차고도 넘칠 정도로 많고 그 책들을 국내에서 구하기도 전혀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된 까닭이다. 영어공부를 위해 굳이 이 책을 찾을 필요가 없어보인다.

한편 국역본만 놓고 보면 별로 권하고 싶지가 않다. 너무나도 많은 분량의 불경을 기독교 성경처럼 한 권으로 발췌정리하고자 하는 시도는 만해 선사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을 두고 여러 필자들에 의해 쓰여진 불경들을 단지 주제별로 발췌해서 나열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똑같은 주제에 대해 경전마다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경우를 왕왕 접할 수 있는 것이다.(이러한 문제점은 기독교 성경도 마찬가지로 지니고 있는 것인 바, 기독교는 애써 이를 무시하고 있고, 이슬람교는 이 점을 예리하고도 끈질기게 물고늘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그저 믿는다고 극복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의 원전을 놓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덮어두거나 대충 넘어가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함경부터 선종 문헌들까지 종횡무진으로 떼어와서 이어놓고 있는 이런 류의 책은 실용성 면에서라면 혹 몰라도 불교 공부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이들에게 권할 바는 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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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8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석적 사고의 폐해다. 그럴거면 개론서가 왜 필요하나? 어떤 경전이나 모순 없는 것이 없다. 그래도 통일성이라는 걸 가정하는게 불합리한 건 아니다. 이 사람 말대로라면 모든 경전의 장 절은 다 떼어져 이해해야 할 것이다.

가이너카쉬냅 2023-04-19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불교는 대중과 멀어져 학승들의 종교가 되고 마는 것이 아닐까요? 근기가 낮은 이들을 위해 방편을 펼쳤듯이 이러한 책이 대중들의 신앙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