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5집 - Memory Lane
나윤선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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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의 대다수 음반이 상당한 가작 혹은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음반만은 예외다. 일반적 기준으로 보자면 평작이고 나윤선 디스코그래피의 잣대를 동원한다면 최악의 졸작이다.

 

재앙은 부조화에서 기인한다. 팝도 재즈도 아니고 그나마 특색도 없는 어중간한 곡들, 곡과 거의 따로 놀다시피 하는 한국어 가사들, 그것들에 부자연스럽게 얹혀져있는 보컬, 이 모든 것에 신경도 안 쓰는 듯 제 갈 길만 가는 재즈풍 연주...

 

어디에서부터 문제가 비롯된 것일까? 애초에 곡이 별로였을까? 조동익, 김광민, 하림 등 이름값 한다는 작곡가들이 나윤선에게 바치는 시늉을 하면서 한 방 맥인 걸까? 억측에 가까운 상상이다.

 

곡과 가사의 부조화일까? 두 장의 CD에 하나는 한국어 가사 버전이, 하나는 영어 가사 버전의 똑같은 곡들이 담겨있는 특이한 음반 구성상 비교를 해볼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영어 가사 버전 쪽이 한결 듣기에 나은 걸 보면 이런 혐의가 옅지 않다. 외국 작곡가들의 곡에 한국인이 가사를 붙인 건 그렇다 쳐도, 한국인 작사 작곡이라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좀 더 위험한 가설: 나윤선은 한국어 가사로 된 가요/팝을 잘 못 부르는 걸까? 하지만 교포도 아니고, 한국에서 나고 자라 뮤지컬 배우로까지 활동했던 그녀다. 같은 한국어 가사라도 리메이크 곡인 'Anak', '사의 찬미', '세노야'는 멀쩡하기만 하며,  다른 음반들에 간간이 실렸던 한국어 곡도 준수했었다.

 

누구에게 뒤집어씌우기보다는 모두의 부조화가 (빚지도 못하고) 뒤섞어낸 결과이겠거니 한다. 한국 대중음악의 세계진출을 위해 특별히 기획된 음반이라는데, 이런 짓 좀 그만 하기 바란다. 멀쩡하게 잘 진출하고 있던 사람 데려와서 이게 무슨 억지춘향인가. 어쩌면 그놈의 '기획'에 숨은 답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이제 와 따져봤자 무얼 하리. 이런 바보같은 짓, 그들도 되풀이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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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Bruce Springsteen - Nebraska
소니뮤직(SonyMusic) / 198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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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의 음악 취향과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게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미국의 안치환 정도 될텐데, 일단 가사를 알아들어가며 감상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고 음악적 형식은 더할 나위 없는 아메리칸 락이다(라고 쓰고 아름다운 멜러디와는 거리가 멀다고 읽곤 하신다). 그나마 몇 곡 회자되는 게 'The River'와 'Streets of Philadelphia' 정도일 텐데, 보통 때의 그답지 않게 쓸쓸하고 적막한 느낌을 주는 잔잔한 곡들이라서일 것이다.

 

그런데 딱 그런 풍의 곡들만 모아놓은 음반이 하나 있다. 이것, [Nebraska]가 그렇다. 컴필레이션이 아니다. 개인적인 여행 경험 등을 바탕으로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됐다지만, 핵심 '비결'은 이 음반이 데모 테잎을 그대로 내놓은 예외적 케이스라는 데 있다. 음반 내내 브루스가 통기타(혹은 가끔가다 일렉 기타)와 하모니카 반주만으로 코러스도 믹싱도 없이 4트랙짜리 간이녹음기로 남겨놓은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미국을 대표하는 락커 중의 하나가 이 순간만큼은 초기 밥 딜런같은 포크 싱어가 된 듯하다.

 

음반사에서도 녹음상태가 수록곡들의 느낌과 꽤 잘 어울린다는 판단을 내렸으니 이미 스타였던 그의 신보를 데모 그대로 내놓는 초강수를 두었을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아직도 그의 수많은 음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대표작으로 남아있다. 연쇄살인사건의 현장을 방문하고서 쓴 곡이라는 타이틀 트랙을 포함해 거의 모든 곡이 딱 'The River'같은 쓸쓸함, 공허감, 허탈함, 외로움, 사색과 번민과 상실의 정서로 가득하다. 찾는 목소리가 이런 류였다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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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이 노래가 좋아요! : 최신 유아동요 베스트 [2CD]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서울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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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선곡만 놓고 본다면 별 무리는 없다. 동요 CD의 선곡이란 게 거의 그게 그거지만. 곡수나 가격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종류의 동요 CD가 상당히 많다는 게 문제다.

 

다른 음반들과 비교해봤을 때 가장 큰 단점은 음질이다. 100% 전자음 반주인 듯한 걸로 봐서 옛날 녹음은 아닐텐데 고속도로 휴게소 테잎 수준의 음질을 자랑한다. 애들 들을 건데 음질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하면 안된다. 잘된 녹음은 고른 주파수 대역을 재생해주고 그런 만큼 균형 잡힌 청각적 자극을 유발한다. 엉터리 녹음이라고 더 싼 것도 아닌데 신경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부분이다.

 

가수도 마음에 안든다. 어린이들이 부르는 건 다른 CD나 별 차이가 없는데 어른(?)이 부르는 곡들은 영 희한한 창법(귀엽게 보이려고 억지로 애쓰는 듯한)이 등장해서 또 한 번 의아함을 선사한다. 댄스뮤직 뺨치는 편곡이나 전자음 남용이야 요즘 동요 CD들 대부분이 그렇다보니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녹음과 창법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걸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싼 것도 아니고 별다른 장점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그냥 다른 음반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정말로 들려줄 만한 것으로는 역시 백창우 동요음반들을 꼽을 수 있겠고, 일반 동요음반이라도 이보다 음질 좋은 건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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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모음집 (12CD)
굴렁쇠 아이들 노래, 백창우 작곡 / 보림(음반)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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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요 CD들, 문제 많다고 본다. 일단 거의 모든 반주가 전자음(미디)으로 도배되어있다. 악기와 음색만 그럴 리가 있나. 편곡 자체가 요란뻑적지근하다. 동요의 댄스뮤직화가 이루어져있다고 할까. 그나마 녹음이나 제대로 되어있으면 모르겠는데 좋은 오디오로 재생했을 경우 21세기에 녹음한 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의 음질인 것도 드물지 않다. 한 마디로 노래방 사운드, 고속도로 휴게소 수준이다.

 

세상이 그러려니 하기엔 아이에게 끼치는 정서적 영향이 너무 클 것 같아 걱정하던 차에 이 음반을 발견했다. 노래마을 시절부터 알고 있던 백창우라는 이름이 우선 신뢰감을 준다. 12장이라는 묵직한 분량은 (알라딘은 물론 바깥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대폭할인가격이 안심을 시켜준다. 대략 장당 3500원 이하의 가격에 살 수 있는 듯하니 낱장으로 살 때의 반값. 대다수의 다른 동요 CD들보다도 싼 셈이다.

 

그렇게 해서 집에 도착한 듬직한 박스셋. 무작정 틀어보니 일단 음질이 안심이다. 전혀 거슬리지 않게 제대로 된 녹음이다. 전자음의 사용도 최대한 자제되고 있다. 대신 어쿠스틱 악기들, 특히 국악기의 적절한 사용이 편안함을 안겨준다. 노래들이 거기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는 건 물론이다. 전래동요의 편곡들, 동시에 붙인 창작동요들, 모두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친근감이 가득하다.

 

여기 실린 동요들은 감상용의 성격이 강하다. 편곡부터가 그렇게 되어있고(보통 동요들은 1분 내외인데 이 음반의 곡들은 2~3분씩 되는 게 많다) 알려진 곡도 별로 없다. 감상 가치는 충분해서 아이들은 물론 같이 듣는 부모의 정서 순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단지 가창 부분은 조금 더 세련됐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은 든다. 아이들이 부르는 것은 대부분 좋은데, 작곡자 본인이 기어이 직접 부르는 트랙들은 포크 매니아들에게나 어필하지 아이들 들려주기엔 글쎄인 듯 싶다.('기어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 똑같은 곡을 일반 버전과 백창우 버전으로 함께 싣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가수의 한을 푸셔도 되는 건지...^^) 그밖에 몇몇 트랙에서도 동요와 민중가요 사이에 어중간하게 서있는 듯한 곡과 가창이 간간이 엿보이는데, 아쉽다. 단호하게 뺐어야 했다고 본다. 하지만 옥의 티 수준이다. 10곡 중 9곡은 정말 아름답고 순수한 동요들 맞다.

 

조금 그런 느낌은 든다. 이런 동요만 들려주다가는 필시 대안학교에 보내야만 될 것 같은...^^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줄 우리 모두 안다. 정반대의 빤짝거리고 뺀질거리는 음악들, 문화들, 감각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이런 음악은 작은 중화제 정도의 역할일 거라고 본다. 앞서 말했듯 이 음반들은 다분히 감상용 동요의 성격이 강하거니와, 어차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배우고 불러야 할 유명 동요들은 따로 장만해야 한다. 아무리 실드를 쳐봐도 아이돌 댄스뮤직을 안 듣게 만드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엄마 아빠와 함께 집에서라도 이런 음악 들어가며 정서적 중화를 시켜줘야 크게 엇나가진 않을 거라는 믿음 반 기대 반, 그런 마음으로 백창우의 동요를 튼다. 우선 나부터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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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la
Renaissance 노래 / 워너뮤직(WEA)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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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는 소프라노 애니 하슬람을 앞세워 클래식과 락을 결합한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영국의 아트락 그룹이다. 1977년작인 이 음반은 그들의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재킷으로도 유명하고(이제 와서 자그마한 CD 크기로 보려니 안쓰럽긴 하지만), 명곡에 속하는 'Midas Man'이 실려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또...... 실은 이전에 하던 음악의 반복 내지 변주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분명 하나같이 괜찮은 음악들이긴 하지만, 전성기였던 70년대 전반의 영롱한 작품들에 비하자면 단지 연장선 상에 놓여있는 정도라는 느낌이다. 넘어서지도 못했고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고스란히 본작의 안전한 점이자 아쉬운 점이 된다. 르네상스의 음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냥 이 한 장을 사게 된다면, 취향이 어긋나지 않는 한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이 음반을 갖고 있지 못한 르네상스의 팬이라면, 구입을 주저할 이유는 별로 없어보인다. 하지만 팬까지는 아니고 그들의 몇몇 명곡을 좋아하는 정도라면, 이 음반보다는 [Ashes Are Burning], [Turn of the Cards], [Scheherazade & Other Stories]같은 전성기 대표작을 먼저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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