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House - 붉은 틀
노순택 사진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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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한국에서 정치적인 내용을 다룬 사진집을 보기 어렵다. 매일같이 신문에 실리는 정치인 사진, 집회시위 사진 말고 정치적인 이슈를 주제로 한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사진 말이다. 요즘이 아니라 과거로 갈수록 더 어렵다. 아예 거의 없다. 사진은 원체 너무나도 순수하고 순박한 장르이기 때문인가? 사진은 정치적 이슈를 다룰 만한 능력이 없는 매체일까? 

여기 하나의 탐색이 있다. 머리를 많이 써서 사진(들)과 약간의 글과 편집(이라는 제2의 창작)을 잘 맞춰놓으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완성도 높은 모색으로서 이 책은 레퍼런스 구실을 한다. 여기 실린 낱낱의 사진들을 놓고 완성도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마치 연극의 한 (막도 아닌) 장을 떼어놓고 말하는 셈이 된다. 사진집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만 얘기가 된다는 뜻이다. 

이런 뛰어난 구성 솜씨를 통해 작가는 한반도의 가장 첨예한 문제 한 가지, 즉 남북문제를 예리하게 건드리고 있다. 북한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북한, 남한이 보는 북한, 그리고 남한에서 보이는 북한이 각각의 장을 구성하고 있다. 혹자는 그의 작품이 유머로 무장하고 있다지만 적어도 이 책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무척 우울해진다. 어쩌면 좋나 싶다. 

그저 예쁘고 그저 서정적이고 그저 피상적이기 그지없는, 휴머니즘이니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니로 조미된 사진들에 식상한 분들이라면 최우선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그의 작업이 이것 말고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나머지도 하루빨리 묶여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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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의 땅 - The Unrooted - 1991-2005, 성남훈 사진집
성남훈 지음 / 눈빛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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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현역 사진가를 장르별로 꼽으라면(죄송하지만 원로들은 제외) 커머셜에서 김중만, 다큐멘터리에서 성남훈, 파인아트에서 김아타를 우선순위로 꼽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다. 그런데 이거, 무척 논란이 많을 소리다. 김중만은 커머셜계에서 은퇴했고,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의 구분 문제가 있으며, 김아타에 대해 할 말이 있는 분도 많을 것이다, 기타등등.

그럼 사진가 말고 사진집을 꼽아보면 어떨까. 이럴 경우 유감스럽게도 커머셜과 파인아트는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커머셜 사진이 사진집으로 감상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파인아트는 역시 책보다 전시장에서 보는 게 낫다. 허나 어쩌랴, 여기는 책 파는 사이트인데. 

그래서 그냥 밀어붙여보자면, 한국의 현역 사진가가 내놓은, 요즘 어렵지 않게 신간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우선적으로 추천할 만한 사진집이 뭐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이 책이다. 충분히 인정 받는 작가의 15년에 걸친 작업결과를 선별수록한 것이거니와, 하드커버에 300쪽이라는 넉넉한 분량에 5만원도 안 한다. 다행히 인쇄품질도 괜찮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면 작가의 모든 작업영역에 걸친 선집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외에도 성남훈이 찍은 사진들은 많지만 거의 해외에서의 것 위주이며 100% 흑백결과물만 수록되어있다.(예를 들면 '연화지정' 시리즈는 없다.) 하지만 그거야 다음 작품집을 기대하면 될 일이고,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고작 필터 한 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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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 Sherman: Retrospective (Paperback)
Amanda Cruz / Thames & Hudson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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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술사진 내지는 사진미술 내지는 사진그림 내지는 (내가 생각해낸 단어에 의하면) 촬영미술, 하여튼 일반적인 사진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데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하기는 한 그런 미술장르도 별로 내 취향이 아니다. 최신유행에도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그래도 신디 셔먼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가히 80년대 이후 포스트 모더니즘 사진-미술의 기린아라고 할 수 있는 그녀의 작품은 국내의 경우 일반적으로 초기의 '언타이틀드 필름 스틸' 시리즈만 조금 알려져있다. 그러나 그것은 서막 정도라고 보면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도전정신은 끝간 데 없이 오지랖을 넓혀가고 있으니, 그 대표작 선집에 해당하는 사진집이 이 책이다. 

원래는 전세계 순회전시와 관련지어 묶인 선집인데, 페이퍼백이라는 약간의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아주 좋다. 그 비싼 해외사진집을 마냥 소장할 수는 없는 일, 이 정도 가격과 수준의 선집이라면 현실적으로 딱 좋은 수준이다. 사진이라는 매체/장르를 이용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작품의 한 끝을 보여주고 있는 현역 맹장의 대표작선으로, 현대 사진에 대해 말할 때 최우선적으로 꼽을 만한 사진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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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풍경 - 1967-1988
김기찬 지음 / 눈빛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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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 풍경' 시리즈로 유명한 김기찬이지만 평생 골목길만 찍었던 것은 아니다. 역전 풍경도 있고, 서울 근교 교외 풍경도 있고, 개발현장 풍경도 있다. 그 중 뒤의 두 가지를 하나의 책으로 묶은 것이 이 사진집이다. 우리 곁의 변해가는 것,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기록을 주된 사명으로 여겨온 작가로서 서울 변두리 일대의 개발현장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라고는 하나, 그렇더라도 이 책의 2부는 '유난히 주장이 뚜렷한' 김기찬의 작품들을 대거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책은 1, 2부로 나뉘어있는데 1부는 개발 이전, 2부는 개발 중의 동네풍경들이다. 시기는 1967-1988이라고 책표지에 기록되어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이며, 장소는 천안 사진 3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의 변두리 동네들과 경기도다. 그런데 그 '변두리'라는 게 석촌동, 가락동, 고덕동, 고양, 수색, 부천, 미사리 등이라는 게 포인트다. 

1부의 경우 촬영정보 없이 보여주면 대개들 서울에서 차로 서너 시간은 밟아야 되는 시골의 60년대 풍경쯤으로 여길 것이다. 그리고 이런 풍경들이 1부와 별 차이 없는 시기에 어떻게 아파트촌으로 변모해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2부다. 그러니 정확하게는 개발 이전과 도중이 아니라, 개발의 전면과 이면이라고 해야겠다. 과연 잃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우리 스스로 아주 적극적으로 버려버린 것인지. 이러한 장소와 시점의 특징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익히 보아왔을 법도 한 이미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모이면서 큰 힘을 얻고 있다. 개별사진을 보는 것과 사진집을 보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입증해주는 좋은 사례일 듯하다. 

책은 하드커버 제본도 좋고 인쇄상태도 이 정도면 양호한 것 같다. 다만 조금만 더 양쪽으로 '쫙' 펼쳐질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다. 양면으로 인쇄된 일부 사진들의 경우 보기가 약간 불편하다. 그보다는 이 출판사에서 나온 작가의 사진집들이 대부분 절판되었다는 사실이 더 불편하긴 하지만.(나온지 10년도 안됐다.) "멀리서 아파트가 쳐들어오고 있었다"는 작가 서문의 한 구절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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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에드워드 김 지음 / 한길아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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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고 모든 게 바뀌어도 '최초'라는 이름만큼은 남는다. '최고'에 대해서는 숱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최근'이니 '최후'는 확정할 수도 없지만, '최초'는 확고부동하다. 한국 최고의 사진가는 누구일까, 혹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한국 사진가는 누구일까? 많은 말들이 있겠지만 다음의 물음에 대한 답만큼은 명확하거니와 변할 여지도 없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최초의 한국 사진가는 누구일까?" 에드워드 김, 김희중 선생이다. 

동양인 최초이자 최연소의 [내셔널 지오그래픽](미국 본사) 편집장이라는 직함 하나만으로도 별로 더 설명할 여지는 없다. 전세계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일생에 단 한 번 게재해보는 것만도 꿈으로 여기는 매체의 편집장을 6년간 역임했다는 것은 이미 차원이 다른 얘기다. 더 나아가 고등학교 시절(1950년대)에 이미 두 번의 개인전을 열어 수십 만의 관객을 모았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는 과연 진짜일까 의문마저 들게 만든다.(참고로 같은 시절의 [인간 가족전] 역시 수십 만을 모았다는 사실 정도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1950년대는 '원시시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어느 정도의 해답을 제시한다. 자서전과 대표작품집을 겸하고 있는데, 자서전으로도 상당히 충실하거니와 대표작선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분량과 인쇄품질을 보여준다. 하드커버로 잘 장정되어 나왔으면서도 별로 높지 않은 가격이다. 이 책 이전에 나온 게 몇 가지 있지만 지금까지로는 이 책을 앤솔로지로 보아도 될 듯하다. 

그렇다면 사진은? 파인아트에 절대적 우선권을 부여하다시피 하는 평론계에서야 일평생 포토저널리즘만을 추구해온 김희중 선생의 사진에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을 테니 상대적으로 거명이 될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포토저널리즘/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한 감흥을 받으며 감상하실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고교시절인 50년대의 흑백사진들은 '아... 천재란 이런 사람들에게 붙이는 단어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며, 70년대 이후의 컬러 작업들은 과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바로 그것이다. 좀 더 많은 사진이(바램 같아서는 50~100장 정도 더) 실리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사진뿐 아니라 글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입지전적 성공담에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사진을 더 잘 찍는 데 무엇보다 큰 보탬이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론가들, 평론가들의 수많은 담론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직접 찍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최우선적으로 읽어야 할 글은 대가들이 직접 한 얘기다. 어떻게 공부하고 연습했나, 어떤 과정을 거쳤나,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촬영에 성공했는가 등등, 대가들의 경험담보다 중요한 노하우는 없다. 지금은 강단에서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계시는 노대가의 노하우와 대표작이 듬직하게 묶여나온 한 권이다. 소장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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