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에드워드 김 지음 / 한길아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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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고 모든 게 바뀌어도 '최초'라는 이름만큼은 남는다. '최고'에 대해서는 숱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최근'이니 '최후'는 확정할 수도 없지만, '최초'는 확고부동하다. 한국 최고의 사진가는 누구일까, 혹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한국 사진가는 누구일까? 많은 말들이 있겠지만 다음의 물음에 대한 답만큼은 명확하거니와 변할 여지도 없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최초의 한국 사진가는 누구일까?" 에드워드 김, 김희중 선생이다. 

동양인 최초이자 최연소의 [내셔널 지오그래픽](미국 본사) 편집장이라는 직함 하나만으로도 별로 더 설명할 여지는 없다. 전세계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일생에 단 한 번 게재해보는 것만도 꿈으로 여기는 매체의 편집장을 6년간 역임했다는 것은 이미 차원이 다른 얘기다. 더 나아가 고등학교 시절(1950년대)에 이미 두 번의 개인전을 열어 수십 만의 관객을 모았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는 과연 진짜일까 의문마저 들게 만든다.(참고로 같은 시절의 [인간 가족전] 역시 수십 만을 모았다는 사실 정도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1950년대는 '원시시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어느 정도의 해답을 제시한다. 자서전과 대표작품집을 겸하고 있는데, 자서전으로도 상당히 충실하거니와 대표작선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분량과 인쇄품질을 보여준다. 하드커버로 잘 장정되어 나왔으면서도 별로 높지 않은 가격이다. 이 책 이전에 나온 게 몇 가지 있지만 지금까지로는 이 책을 앤솔로지로 보아도 될 듯하다. 

그렇다면 사진은? 파인아트에 절대적 우선권을 부여하다시피 하는 평론계에서야 일평생 포토저널리즘만을 추구해온 김희중 선생의 사진에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을 테니 상대적으로 거명이 될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포토저널리즘/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한 감흥을 받으며 감상하실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고교시절인 50년대의 흑백사진들은 '아... 천재란 이런 사람들에게 붙이는 단어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며, 70년대 이후의 컬러 작업들은 과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바로 그것이다. 좀 더 많은 사진이(바램 같아서는 50~100장 정도 더) 실리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사진뿐 아니라 글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입지전적 성공담에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사진을 더 잘 찍는 데 무엇보다 큰 보탬이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론가들, 평론가들의 수많은 담론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직접 찍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최우선적으로 읽어야 할 글은 대가들이 직접 한 얘기다. 어떻게 공부하고 연습했나, 어떤 과정을 거쳤나,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촬영에 성공했는가 등등, 대가들의 경험담보다 중요한 노하우는 없다. 지금은 강단에서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계시는 노대가의 노하우와 대표작이 듬직하게 묶여나온 한 권이다. 소장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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