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House - 붉은 틀
노순택 사진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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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한국에서 정치적인 내용을 다룬 사진집을 보기 어렵다. 매일같이 신문에 실리는 정치인 사진, 집회시위 사진 말고 정치적인 이슈를 주제로 한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사진 말이다. 요즘이 아니라 과거로 갈수록 더 어렵다. 아예 거의 없다. 사진은 원체 너무나도 순수하고 순박한 장르이기 때문인가? 사진은 정치적 이슈를 다룰 만한 능력이 없는 매체일까? 

여기 하나의 탐색이 있다. 머리를 많이 써서 사진(들)과 약간의 글과 편집(이라는 제2의 창작)을 잘 맞춰놓으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완성도 높은 모색으로서 이 책은 레퍼런스 구실을 한다. 여기 실린 낱낱의 사진들을 놓고 완성도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마치 연극의 한 (막도 아닌) 장을 떼어놓고 말하는 셈이 된다. 사진집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만 얘기가 된다는 뜻이다. 

이런 뛰어난 구성 솜씨를 통해 작가는 한반도의 가장 첨예한 문제 한 가지, 즉 남북문제를 예리하게 건드리고 있다. 북한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북한, 남한이 보는 북한, 그리고 남한에서 보이는 북한이 각각의 장을 구성하고 있다. 혹자는 그의 작품이 유머로 무장하고 있다지만 적어도 이 책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무척 우울해진다. 어쩌면 좋나 싶다. 

그저 예쁘고 그저 서정적이고 그저 피상적이기 그지없는, 휴머니즘이니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니로 조미된 사진들에 식상한 분들이라면 최우선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그의 작업이 이것 말고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나머지도 하루빨리 묶여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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