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라는 영화를 떠올리다 보니

영화의 장면이 아스라이 떠오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많은 작품에서 사랑을 논했는데

난 그 모든 것에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전혀 상반된 의견인 경우도 있었고, 비슷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들도 있었는데

난 모조리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사랑의 빛은 남이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랄 때가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나오는 빛입니다.

민들레가 장미를 부러워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야생초가 만발한 들판이 아름다운 이유도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온갖

꽃과 풀들이 서로 어울려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황대권'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중에서

 

첫사랑은 처음 해 본 사랑이 아니라 필생의 결정적인 사랑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인간의 다면적인 층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수의 상태와 무언가 폭발할 것 같은 생의 에너지가 결핍되어

첫사랑의 병적 상태가 생겨난다.

거기에 만일 결핍감 많은 성향과 더불어 불가피하게 상대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뒤따른다면 그 사랑은 결사적인 것이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첫사랑은 타면 재가 되는 연료와 같아서 한 번 겪어내면 영원히 그런 어리석은 열정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그 한 번의 체험으로 심리학자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첫사랑은 일생에 단 한 번밖에는 경험할 수 없다.

'깁갑수'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중에서
사랑이라는 말 역시 우리에게 꽤나 겁을 주는 말이다.

언제나 고압적이고, 성가시고, 뻔뻔하고, 부끄럽고 불쾌한 말.

일상 생활에서 농담 외에 쓰이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애정과 우정, 정열, 꿈, 그런 말들조차 감당하지 못하는데

사랑씩이나 되면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십대 때에는 아득히 먼 곳에 빛나고 있는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줄곧 찾다가 모르고 지나쳐버린 도로표식 같은 느낌이다.

결국 그게 없어도 목적지에는 도달할 수 있다.



 

 

 

'온다 리쿠' <흑과 다의 환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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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 : (불만스런 표정으로)아는 여자 많아요?
동치성 : 아니요. 그쪽이 처음이에요.
미연 : (얼굴이 서서히 밝아지며 CU)

사랑이 뭘까
라는 질문 한 가지를 가지고 그토록 매달렸던 영화
선정적인 장면도 자극적인 장면도 없었지만
애들도 나도 좋아했다.
간간히 웃을 수 있어 좋았고
작은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얼마나 기분 좋게 하는지 알게 되어 좋았다.

사랑이란 게 뭐 있나요.
그냥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거지요.
제가 잘 모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
............................................
처음에 만나서 이름 묻고
좋아하는 음식 물어보고
그냥 그렇게 만나다 보면
사랑하게 되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
......................................
사랑은 기다리는거야.
지금 갔다고 생각해도
누군가는 널 기다리는 거야.
그때 넌 그곳으로 가면 돼
그게 사랑이야.
......................................
.....................................

아직도 사랑에 대한 정의는 무수히 많다.
정답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증거이기도 하고
너무나 많은 정답이 존재해서이기도 하다.

그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살아가는 것 모두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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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시간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이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란 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이다. 장애우들의 삶을 그린 영화였는데 내가 사는 곳에서는 좀처럼 상영하지 않아 종로까지 나가 보고 왔었다. 이창동의 '오아시스'와 달리 너무나 적나라하지 않고 따뜻한 영상에 빠져 한참을 헤어나오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아주 사적인 시간>...

작가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얀 천에 한 방울 물이 떨어져 소리없이 자국이 번져가는 것처럼, 또 석양빛이 희미해져 가듯이 변해가듯이 변해가는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나 신기한 것인가! 평범한 일상 속일수록 드라마가 있고, 마음의 변화 즉, 변심만큼 나에게 파란만장의 이미지를 가르쳐주는 것도 없다..."라고.

그래서 그런지 어느 부분이 너무 좋았다고 꼽을 수 없을 만큼 이야기 전체에 스며들고 말았다. 황지우 시인의 시 '편지'에 나오는 '사소함으로 내 그대를 불러보리라'라는 말처럼 그 사소함 때문에, 그 사소한 내용들이 내 속에 가득 차서 번져가고 있는 중이다.

평범한 남녀라고도, 특별한 남녀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리코'와 '고'의 일상.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로맨스 속에 무채석 처럼, 간혹 원색적인 색을 떨구는 한 편의 그림같은 일상들. 부부란 말을 극도로 싫어하는 노리코의 생경한 사치스러움.

 급조된 사치스러움에 길들여진 '노리코'에게 '고'는 어느 새 이제껏 누린 '사치'에 대한 대가를 내어놓으란다. 생각해 보니 하나도 잘못이랄 것 없는 '고'의 요구는 무엇인가를 자비롭고 은혜롭게 베풀던 모든 사람들이 품고 있는 당연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일상 속으로 걸어들어간 '노리코'는 어느새 완벽한 부잣집 마나님 연기에 젖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그녀가 아닌 그녀의 연기일 따름이었다.

 가면을 쓰고 생활하는 것에 탈진한 '노리코'는 분명 무난하게 생활함에도 어딘가 빈 듯한 허청거림으로 살아가게 된다. 트집잡을 수 없는 그녀의 소리없는 허청거림이 맘에 들진 않지만, 무엇을 바로잡아야 할 지 알지 못하는 '고'. 그게 부부의 편안함이라 위안해 보지만 자신조차도 무엇인가 빠진 것이 있다는 사실을, 빠진 그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간이 베어들지 않은 김치같이 밍밍한 삶의 맛.

소설 초반에 나온 '대충대충 살아가는 삶'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갈 즈음 <인형의 집>에 등장하는 주인공 '노라'처럼 '노리코'도 집을 박차고 나온다. 그러나 자신이 퇴장하며 내뱉게 될 대사가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른지를 알기에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무대 뒤로 사라진다. 아마 그녀는 차츰 자신을 찾아가려나? 물론 그녀의 선택이 무엇이든, 그녀가 택한 방법이 무엇이든 '고'에겐 잔인한 것일 테지만 말이다.

내가 어릴 적에는 '결혼'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다. 모든 드라마에서 결혼행진곡에 맞춰 남녀가 퇴장하면 '하하호호'라는 웃음 소리가 가득 자막을 채우고 귓가를 맴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뒷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하다고 아니 더욱 비참하고 현실적이고 감동적이라고 속삭이고 있는 듯 하다.

7년을 사귀다가 결혼을 해 2년째에 접어드는 나. 하나의 사과를 베어물고 좋아하는 '노리코'와 '고'처럼 서로를 공처럼 굴리며 상처주고 화내고 화해하는 남편과 나에게 아직 '부부'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신혼을 즐기려 하지만 솔직히 결혼한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늙어가고 있는 중이다.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이 10년이 다가오는데 설렘보다는 편안함이 많은 것이 사실이긴 하다. 5년 즈음엔 설렘이 사라진 것에 불안하다 못해 '새로운 섬광같은 사랑이 다가오면 어쩌지?'하는 불안함에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그때 어디서인가 들려온 말...

"사랑이 느슨해졌을 때, 내가 사랑에서 눈을 돌리려 할 때, 새로운 사랑이 끼어드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나자 사랑의 시작은 섬광일지 몰라도 사랑의 온기를 간직하는 것은 노력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로부터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일 테지. 그런데 '노리코'와 '고'를 보면서 우리의 미래가 저렇게 끝날까봐 두려워졌다. 아니 '노리코'처럼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을까 싶어 무서워졌다. 분명 비극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일상처럼 스민 물자욱들이 허무하게 지워질까봐 무섭다. 나에 대한 애착인지 우리가 보낸 세월에 대한 애착인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모든 연인들이 하는 착각 '우리만은 다를 거야'라는 생각을 착각인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큰 싸움을 피하고자 상대에게 비위를 맞추는 것도, 서로를 참아내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면 행복이라고 부를 수 없지 않을까? 내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이 아닌 관객이 되는 순간, 내가 저지르고 있는 모든 일들이 허무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난 아직 채찍에 소리내지 않고, 애련에 물들지 않는 바위처럼 단단하고 무표정해지고 싶지는 않다. 생채기에 아파하고, 호수를 바라 보며 울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짠 눈물에서 바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하나의 유치한 인간이고 싶다. '노리코' 처럼. 그녀가 말한다.

나는 싸워도, 그러고 나서 나중에 기분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어려워 애를 먹었어도,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할 때가 더 좋았다. 아마 고도 본심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면, 현재 우리들 사이의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는 위화감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고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역시 싸움은 안 돼.'라고 말하는지 모른다. 고는 기분이 좋은 척,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깊어진 게 아닐까? 부부의 인연이란 건가봐."

글쎄 그것이 부부의 편안함으로 이름지어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너무 마음에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살아가는 일상이 연극이란 것을 알려 준 잔인한 소설인데 이것을 읽고 난 내 마음은 왜 이리 찰랑찰랑 물소리를 내는 것인지...

그래서 이 소설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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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za 2007-08-14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첨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참 색다른 책들을 많이 읽으시네요~ 저도 이런 책들을 통해 좀더 너른 세상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제 여러분야의 책들에 도전해봐야겠어요~

sokdagi 2007-08-2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기엔 제 독서록이 좀 편중된 듯 한데^^...제가 보기엔 님이 훨씬 더 너른 세상을 보고 있으신 듯 한데요. 종종 들러 참고할게요.ㅎㅎ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신화가 된 사람들> 서평단 알림

안녕하세요, 알라딘 편집팀입니다.
<신화가 된 사람들> 서평단 모집에 많은 관심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뽑히신 분들은 '서재주인에게만 보이기' 기능을 이용하셔서
댓글에 1. 이름 2. 주소 (우편번호 반드시 포함) 3.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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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까지 댓글을 남기지 않으시면, 가장 최근에 알라딘에서 주문하셨을 때의 주소로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선물 주문 제외) 주문 기록이 없거나 편의점 배송을 선택하신 경우, 최근 주문 이후 주소가 변경된 경우엔 댓글을 남기지 않으시면 책을 보내드릴 수 없으니 이 점 꼭 유의 부탁드립니다.

책은 다음 주 중에 받으실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책이 도착하지 않으면 댓글로 알려주십시오.
서평은 7월 9일까지 꼭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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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라는 말 속 담긴 의미가 이렇게 무한한 줄 몰랐습니다. 내가 상상한 서른과 내가 맞이한 서른이 다른 이 시점에서 공감하며 읽은 책입니다.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김별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9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2006년 12월 24일에 저장
절판

20대에는 나는 실수와 상처가 두렵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키우리라 믿었다. 그러나 30대에 나는 실수하거나 상처 입을까 벌벌 떤다. 그것은 좀처럼 회복되거나 아물지 않을 것 같다. 20대에 난 남에게 보이기 위해 웃거나 울었다. 그러나 30대에...-김별아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6년 12월 24일에 저장

글은 현실을 반영한다. 이전에 읽은 글과 달리 지금 우리의 모습을 설명하는 듯 하다. 주인공 은수가 꼭 나인것만같다. 오도 가도 못하는 서른, 당당한 커리어 여성일 줄 알았던 나의 삼십대를 돌이켜 보게 하는 책!
100일 동안 쓴 러브레터
안도현 지음 / 태동출판사 / 2003년 12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06년 12월 24일에 저장
절판
시 읽기가 싫었다. 왜냐 하면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할까봐 무서워서 선뜻 시집에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런데 안도현씨의 설명으로 시를 참 예쁘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람을 가만가만 어루만져 주는 책이다.
내가 살았던 집- 2001년 제26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품집
은희경 외 지음 / 개미 / 2000년 11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06년 12월 24일에 저장
품절

사과 상자 안에서 썩어가고 있는 사과를 보며 작가는 말한다. 사과 역시 자기들끼리 당아 있는 부분에서부터 썩기 시작한다고... '새의 선물'에서 비롯하여 지금까지 눈물 나게 공감하고 허벅지는 치며 읽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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