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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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박민규 작품은 무조건 산다. 핑퐁과 같은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거기다 사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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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책
김이경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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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독서를 즐기는 사람치고 책에 대한 욕심을 가져보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요? 책이 좋아 책을 모으다 보니 내 책장에서 썪어가는 책이 아깝게만 느껴지는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과감히 책을 돌려 읽어도 보았지만 나처럼 내 책을 소중히 여겨주는 이가 별로 없더군요. 지인들이 와서 내 책장을 훑어보며 과감히 내 책을 뽑아 들 때에는 과장 조금 보태어 가슴이 섬뜩하기까지 하답니다. 소설 속의 애서가처럼 혼자만의 서재를 꾸며놓고 나의 보물을 감출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좁은 집을 탓하며 거실에 늘어져 있는 책을 안타깝게 바라만 봅니다. 거기다 호기로운 척, 내 책을 빌리고자 하는 지인에게 그러마 하고 빌려주기도 하지요.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책은 커피에 젖어 돌아오기도 하고, 접힌 곳이 여러 곳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흠집은 태연하게 여기기도 하고, 또는 다른 이의 손으로 간 책은 선물 준 셈 치고 포기하기도 한답니다. 행방불명 된 나의 책을 애타게 기다려 봐야 돌아오는 경우는 적더라구요.  그나마 다른 이 역시 내가 흥미로이 읽었던 책에 대해 찬사를 보낼 때면 괜히 타지에서 고향 사람이라도 만난 듯 반가운 맘이 가득이지요. 그런 마음을 얻고자 요즘에는 제 책을 나눠주는 일도 많고, 다른 이가 읽었던 책을 나눠 받기도 하지요.  

  이렇게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나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한한 생 속에서 내가 경험하기 힘든 것을 책을 통해 경험한다는 것은 짜릿한 경험이지요. 이건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랍니다. 그런 책 세계를 탐험하면서 나 역시 저런 책 한 권 정도 쓰고 싶다는 욕망, 차마 부끄러워 드러낼 수는 없지만 그 욕망이 밑바탕이 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네요. 책꽂이에 꽂힌 많은 책 중에 내 이름 석 자 적힌 책 한 권 꽂아 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가슴 뿌듯할까요. '순례자의 책'을 쓴 작가도 그런 심정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그런 꿈을 드디어 이룬 셈이네요. 글쓴이를 부러워하다 못해 시샘이 커져만 가네요. 하지만 그녀의 방대한 독서량은 참고문헌 뿐 아니라 그녀의 단편 곳곳에 드러나더군요. 국경을 초월한 책에 얽힌 이야기들. 지어낸 이야기인 줄 뻔히 알면서도 현실을 잊게만 하는 그 이야기 속에 어제 종일을 허덕였네요.  

  책 표지 재료로 인피를 사용한 일, 이야기꾼을 기다렸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방대한 서적을 개인 도서관으로 만든 이야기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곧 책이라는 이야기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더군요. 내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열 권도 모자른다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정작 글을 쓰라고 하면 열 장이 나오기가 힘들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그들의 삶 자체가 책일 수도 있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일이 아닐른지... 사람들의 삶에는 단순한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거기다 시작하는 이야기부터가 사람을 사로잡더군요.  

   
 

어쨌거나 저승은 그 모든 상상과는 조금치도 닮은 데가 없었다. 그건 그러니까, 어마어마하게 큰, 기다란 주랑이 한없이 이어진 거대한 도서관이었다. 

저승에서 할 일은 한 가지요. 책을 쓰는 거지, 자기에 대한 책, 일종의 자서전이랄까?  

 
   

  저승은 거대한 도서관이고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자신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라니 이 얼마나 참신한 발상인가요. 거기다 주인공이 그곳에서 발견한 엄마의 책을 보고 느끼는 서글프고도 뭉클한 감정은.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피상적인 것인지도 알게 해 주는 짧은 문장들. 그래서 이 책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책과 세계'라는 책에서 저자 '강유원'은 "행복한 사람은 책을 읽지 않는다. 병든 자만이 책을 탐닉한다"와 비슷한 말을 한 듯 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라는 은희경의 책 제목도 있었는데... 행복한 사람은 그렇다면 무엇을 하는 걸까요?^^;)워낙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이 변색되고 나름 각색마저 되어 제 나름으로 변형되었을 테지만 여튼 제 기억에는 야생의 사자가 책을 읽는 것을 보았느냐면서 생활의 현장에서 부딪히고 살아가는 자는 그 자체를 즐기지만 머리만 쓰는 사람들은 책에 빠져 허우적댄다고 했던 걸로 기억이 되어 있네요. 여튼 그 비슷한 의미로 전 이해를 했지요. 상당히 짧은 책이었는데 저에겐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지요. '순례자의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그 책이 생각났습니다. 책을 비판하는 모든 자들, 책의 적으로 선정된 모든 이들 역시 책의 힘과 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 독자였다는 사실에는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소설을 통해 글쓴이는 말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학문을 탄압한 자도 있고, 독단적 신앙심 때문에 사상 최대의 도서관을 파괴한 자도 있습니다. 고발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들의 죄를 물었습니다. 처음으로 나쁜 사례를 만든 죄, 책을 능멸한 죄, 가치를 알고도 부인한 죄, 타인의 정신을 짓밟은 죄. 이유는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책을 파괴했습니다. 책이 문제가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요. 당장 위협이 될 수도 있고 장차 위험을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알았던 거죠.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왜 책에서 위협을 느꼈을까요? 그건 이들 모두 책을 읽은 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책을 읽었고 책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책을 없애려고 했습니다. 만약 이들이 책을 몰랐다면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제 생각엔, 좀 어이없는 발상이긴 한데, 책이 문제의 근원 같아요. 

 
   

  역시 책을 통해 책을 비판하는 듯 보이지만 결론은 책을 옹호하는 것이겠지요? 저 역시 동감입니다. 수년 전 전자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인쇄된 책은 사라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견했었죠. 컴퓨터 사용이 많아지면서 그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아졌구요. 그때에도 전 굳건히 인쇄물이 유지될 것이란 견해를 가졌습니다. 타당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제가 책을 좋아하고,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는 종이로 보는 게 더 좋았기 때문이지요. ^^ 인터넷을 떠돌다 보면 저같은 분들이 엄청 많더라구요. 그래서 책은 꽤 오랜 역사를 가져온 만큼 앞으로도 그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순례자의 책' 덕분에 책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보는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책에 파묻힌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가 떠올라 웃음 지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답니다. 덕분에 정말로 오랜만에 서평이란 것도 끄적여 봅니다. 여러분도 이 책에 얼굴을 한 번 묻어보심이 어떨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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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4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3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인 2009-07-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내용이나 문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수필가가 되어도 무방한 단아한 문체를 가지고 있군요.
오랜만에 인터넷에서 좋은 글을 감상했습니다. ~~

sokdagi 2009-07-23 12: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칭찬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시는 재주가 있으시네요. 기분이 마구 좋아집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낼 수 있을 듯....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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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나를 끌어 당겼다. 늘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도 아이들이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곤 한다. 그들만의 소설이란 것이 따로 있지는 않을 텐데 그들에게 전해줘야 할 이야깃 거리를 생각할 때면 늘 막막해진다. 딱히 교훈을 주는 계몽적인 소설은 건네기 싫고, 그래도 재미는 있으면서도 뭔가 마음 속에 생각할 거리 하나씩을 던져줄 수 있는 소설이 늘 목말랐다. 이순원의 '19세'라든지 이영서의 '책과 노니는 집', 장영희의 '내 생애 단 한 번'이나 '문학의 숲을 거닐다.'와 같은 책들이 그나마 아이들의 마음을 살짝이나마 건드려 주곤 했다. 그 책을 주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꽤나 열렬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찰나에 우연히 창비에서 '완득이'란 원고 초판을 보내주셔서 읽게 됐다. 정말 꽤나 재미있게 읽었을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몇 권을 사 주었는지 모른다. 창비가 장사를 잘 한 셈이다. 샘플 하나 보내주고 몇 권을 팔았으니.....^^;;  

그래서 2회 창비청소년 문학상이란 이름에 이 책도 선뜻 집어들었다. 환상적이면서도 괴기스럽고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아마 아이들도 지루하다고 덮지는 않을 듯 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빵,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있게 만드는 쿠키 등 이 소설에서는 정말 섬뜩하면서도 호기심이 느껴지는 빵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순식간에 읽혀졌다. 내용은 '완득이'보다 조금 약하지 않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란 사실엔 동의한다. 게다가 마법에 의지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피하는 내용이 아니라서 더욱 맘에 든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는 피한다고 해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것은 비단 청소년 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실이리라. 시간이 가면 상처에 새살이 돋고, 기억이 흐릿해지겠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는 영원히 속내를 멍들게 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품고 있는 문제를 하나 둘 해결하고 싶다면, 해결할 용기를 얻고 싶다면 참고해볼 만한 책이다.  

아마도 제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 또 나온다면 어김없이 장바구니에 담아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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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8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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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희경이란 작가를 좋아한다. 아니 그녀가 쓴 드라마의 대사를 좋아한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대사들. 주인공만 중요하고 엑스트라는 말 그대로 엑스트라일 뿐인 드라마가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인 그녀의 드라마가 좋았다. 그들이 내뱉는 절절한 대사들을 보면 가슴이 '허어억'하고 숨을 들이키곤 하니까...  

그런 그녀가 에세이집을 낸다기에 생전 처음으로 예약구매도 했더랬다. 그런데... 글쎄다. 솔직히 난 이 책을 보고 몇 군데에선 눈물지었으며 몇 군데에서는 감동을 받기도 하고, 몇 군데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받고서는 무지 당황했었다. 아이같은 미소가 있는 그녀의 사진과 이 책의 표지와 삽화가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다시 한 번 저자를 확인해 보기도 했다. 많이 둥글둥글해졌다고 말하는 그녀. 십 년 전에 자기가 쓴 글을 보며 표독스런 말에 반성하는 그녀를 보며 이 상황을 이해하긴 했지만 아직도 낯선것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쁜 수채화 같은 표지와 그녀의 이미지가 안 맞다는 것은 글쎄다.. 너무 부르주아의 냄새가 났다고나 할까? 문고판으로 무미건조한 책표지에 얇게 책으로 나왔으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불필요한 삽화들과 파스텔톤의 색채가 난무하는 책을 보면 아직도 계속해서 화가 난다. 그럼에도 절절한 글이 간혹 맘을 울리며 이해해 본다. '노희경 글이니까 하고...' 

그러나 이러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더하고 빼고 하면 결과는 제로일 듯 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는 말이다. 드라마에서 봤던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기보다 그녀의 진솔한 글을 봤으면 더 좋았을 걸 싶고, 배우들의 그녀에 대한 칭찬보다 그녀만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더 좋았을 듯 하다.  

그녀가 말했다. 

친구는 소중한 것이고 , 나보다 먼저 친구를 챙겨야 하며,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는 것은 목숨만큼 중요하며, 나는 늘 친구의 편에 서야 하며, 주고도 바라지 않는 게 친구관계여야 하며, 친구가 외롭고 괴로울 땐 항상 옆에 있어야 하며... 

그러나 철이 들며 알아가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그 누구도, 친구 아니라 부모와 형제도 나 자신만큼 소중할 순 없고,  목숨을 담보로, 재물을 담보로, 그 어떤 것을 담보로 의리를 요구하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 늘 친구의 편에 선다는 것이 반드시 옳진 않다. 주고도 바라지 않기란 참으로 힘이 들다. 살다 보면 친구를 외롭고 괴롭게 버려둘 때가 허다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친구다. 

그런 점에서 이번 그녀의 책에 대해 무조건 칭찬만 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부디 담에는 진솔한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 나왔으면 하고 혼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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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자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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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탠딩 조명을 은은하게 켜 놓고 침대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읽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드뎌 알라딘에서 스탠딩 조명을 하나 샀더랬죠. 그런데.... 우리의 아가가 그 스탠딩 조명을 잡고 흔들지 않겠습니까? 아가의 안전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그 스탠딩 조명을 치웠습니다. 작은 불빛에도 아가가 깨는지라 책을 읽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 발견한 북라이트. 책을 읽기도 너무 편하고 책에만 조명이 비춰지길래 아가가 깰 염려도 없더라구요. 아주 만족합니다. 솔직히 정가를 다 주긴 그런데 세일까지 한다니 손이 쑤욱 가지 뭡니까. 벌써 세 개째 구입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중입니다. 각도가 맘에 꼭 맞게 조절되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유용합니다. 침대에서 책을 읽고 싶은 분들은 구입하셔도 좋을 듯... 고속버스에서도 유용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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