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역습 - 당신이 몰랐던 우유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전
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지만 살기위해 먹어야 하고 먹는 것이 어떤가에 따라 그 사람의 체질과 건강이 좌우된다. 만약 몸이 좋지 않다면 제일 먼저 자신이 무엇을 먹어 왔는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식이요법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이제 아주 흔한 일이 되었고, 암 치료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택하는 일이 화학치료나 방사선 치료가 아닌 공기 좋은 곳에서 채식을 중심으로 하는 식단의 변화임을 웬만한 사람이면 미디어를 통해서 알고 있다.


중요한 먹는 것. 우리가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나이가 드신 분들은 원기를 회복하기 위한 초본 목본류의 잎, 줄기, 뿌리, 열매 등을 말려서 끓여 먹는다. 젊은이들도 칼로리를 따지며 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의 종류와 양을 따져서 먹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산다. 아이 때에는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서 각종 영양소의 균형이 잡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각 학교마다 영양사를 배치한다. 유아기 때는 더하다. 신경을 많이 쓰는 부모의 경우는 각종 야채와 곡류, 고기를 갈아서 이유식을 먹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그 이전의 분유의 선택에서도 비싸더라도 성분이 더 좋은 것을 찾게 마련이다.

모유가 좋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서 적어도 생후 1년 동안은 애써 엄마의 젖을 먹이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는 것이 요즈음의 엄마들이다.


영양만점의 식품들을 꼽아보면 내가 어렸을 적 좋아하지 않은 식품들이 많다. 계란, 우유, 현미, 두부, 현미, 멸치 등이 지금 떠오르는 음식들인데 지금은 이런 식품들의 섭취에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식성이 바뀌어 좋아하며 먹는 다는 것이다. 이들 중 최근 갑자기 멀리하게 된 식품이 바로 완전식품이라 불리는 우유다.


풍부한 단백질을 중심으로 한 각종 영양소와 비타민을 포함하고 있는 우유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350밀리리터를 마시게 하는 의무식품이기도 하다. 성장기 발육에 필요한 칼슘이 풍부한 관계로 꼭 먹어주어야 성장에 차질이 생기지 않고 뼈를 튼튼하게 해주어 성인기에 골절을 예방한다고 하는 훌륭한 식품이기도 하다.


우유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우유송도 발표되어 한때 인기를 끈 적이 있었고 미국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의 콧수염에 우유자국을 남긴 사진으로 대중들에게 우유의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성공적인 홍보를 진행한 적도 있다.(© 2009 America's Milk Processors, gotmilk?)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홍보의 주체는 미국의 낙농업자들이다. 이분들은 우유소비를 늘리기 위해하고 있는 홍보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우유를 많이 마시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다.


한국의 우유소비량이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아시아 쪽의 우유소비는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인들은 우유보다 차를 즐겨 마시며 일본에서도 우유소비량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콜라보다 우유가 더 팔리는 것 같지는 않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우유가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먹으면 복통과 설사를 동반하는 사람의 비율도 높다. 이를 두고 혹자는 사람이 왜 소젖을 먹냐며 우스갯소리로 우유거부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그래도, 몸에 좋은데? 그럼 참고라도 먹어야 하지 않는가.


다행히, 책은 몸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증거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드디어, 우유를 참고 먹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다. 학교에서 강매하는 우유를 꾸역꾸역 마시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던 추억이 떠올라 눈앞이 흐려진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우유가 주는 건강함의 이미지는 낙농업자와 그들과 손잡은 유제품업자들의 선전에 불과하며 이는 최근에 오히려 과량섭취가 주는 해로움에 대해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 학자들과 의사들에 의해 과학적 실험결과와 통계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그래도 찜찜하다면 열심히 자료를 찾아보자. 우유의 좋은 점. 칼슘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성장기 아이들의 키를 자라게 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 우유를 가공한 요구르트는 장에서 좋은 세균을 만들어내고 장을 튼튼하게 해서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풍부한 단백질과 비타민은 우리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충분히 제공해주므로 하루 2~3 잔의 우유로 다른 음식들을 대체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우유를 조심하라는 책이라니, 저자도 어지간히 돌+아이가 틀림없다. 그 큰 낙농업계(네슬레 등)에 대항하는 꼴이 되었으니. 어디서 돈 받을 데도 없는 연구를 사명감하나로 해온 것이 안쓰럽다. 책에 펼쳐지는 ‘자료’들은 위에 열거한 장점들을 하나하나 반박하고 우유와 가공품을 많이 섭취하였을 경우의 부작용도 암시한다. 갑론을박의 사항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실재 측정 자료와 실험결과를 꼼꼼하게 조사하여 자신 있게 대중 앞에 내 놓은 저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장점을 제시한 책이나 인터넷 자료들은 이 책과 같은 근거자료를 내놓은 곳을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우유, 무턱대고 마셔서는 안 될 것 같다. 특히 산모들은 분유를 먹이는 것을 경계하고 모유를 일정시기동안은 먹여야 함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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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me 2009-11-2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방금 다 읽고 인터넷을 보니 정말 깜짝 놀랄만큼 많은 분들이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써 주셨네요. 트랙백 남기고 갑니다

소일 2009-12-03 14:53   좋아요 0 | URL
잘 읽겠습니다.

종이달 2021-10-02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신데렐라는 재투성이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2
이양호 지음 / 글숲산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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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네. 살짝 금장을 하고 있어서 은근히 저 같은 서민에겐 고압적인 이미지가 풍기는데. 내용을 보면 우리가 잘 아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대한 비평서가. 호기심이 생기는군.

내가 알던 신데렐라 이야기는 근본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아.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숲속의 잠자는 미녀 들의 이야기가 튀어나오지. 차분히 기억을 떠올려볼까.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샤파샤파은샤파~얼마나 울었을까요‘


고무줄놀이에 쓰이던 노래가 생각난다. 그래. 부모님을 잃은 게 아니라 엄마를 잃고 아빠가 새장가 들어서 든 집에 계모와 언니둘이 있었지. 무도회에 가고 싶은데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시켜서 어렵게 만들고 두꺼비와 생쥐들이 도와줘서 무도회장에 갈 수 있었지. 요정이 나왔던가? 아니, 두꺼비는 콩쥐팥쥐이야기인가? 허허 헛갈리기 시작이구먼. 요정이 나오는 건 디즈니가 꾸민거라구? 그럼 뭐야. 도대체 원작은?


재투성이 아가씨란다.


‘신데렐라의 역사를 거슬러 오르면 프랑스작가 샤를 페로의 <재투성이와 작은 유리신발>, 그림형제의 <재투성이>가 나온다. 두 이야기 어디에도 ‘신데렐라’는 등장하지 않는단다. 신데렐라는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Cinderella가 우리말로 바뀌면서 가벼운 ‘신데렐라’로 되었다고.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재투성이’가 아닌 신데렐라라고 해도 좋은 건가?‘


그림형제가 쓴 <재투성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자아이는 엄마를 잃고 계모와 언니들을 맞게 된다. 부자 아빠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계모와 언니들은 잘 입고 잘 먹으면서 자신은 화롯가 잿더미 옆에서 누워 자고 먹고 하기에 재투성이라는 별명이 붙는다. 원래 옷을 벗기고 잿빛의 옷을 입히고 나막신을 신겨 식모살이를 시킨다. 물 긷고 불을 지피고, 밥 짓고 빨래를 한다. 콩을 잿더미에 쏟으며 소녀는 그것을 재에서 골라내야 했다.  

아버지가 장에 가면서 두 의붓딸에게 뭘 가져다줄까 했을 때 새 옷과 보석을 답한 언니 둘과 다르게 모자에 부딪히는 어린 나뭇가지를 꺽어다주라 한다. 개암나무 가지를 꺾어다 주자 그 나무를 엄마무덤가에 심었다. 그 위에 눈물이 떨어져 가지가 자라 아름다운 나무가 되었다. 그때 새하얀 새가 한 마리 날아와 소녀가 울면서 기도하면 바라는 것을 떨어뜨려주곤 했다. 왕이 궁에서 사흘이나 이어지는 잔치를 벌였는데 나라의 모든 아가씨를 초대했다.  

신붓감을 고르기 위해서. 재투성이는 같이 가고 싶었지만 누이들은 먼지투성이에 옷도 더럽다며 거부했지. 그래도 가고 싶다고 애원하자 콩을 가득 잿더미에 쏟아서 한 시간 안에 골라내면 가게 해주겠다고 놀렸다. 재투성이는 비둘기들을 불러 콩을 골라냈지. 그러자 의붓엄마가 옷이 없고 춤을 출수 없어서 창피하다며 갈수 없다고 못 박고 가버렸지. 재투성이는 개암나무 밑으로 가서 소리쳤어. 금과 은을 내려달라고. 새는 금과 은으로 된 옷과 비단으로 수놓은 신발을 내려줬다. 그 옷을 입고 혼인잔치에 갔지. 두 언니와 의붓엄마는 못 알아보고 왕자는 그녀에게만 마음을 열고 춤을 청했지. 밤이 깊어 왕자가 바래다주려하자 그녀는 뛰어나와 집으로 들었어.  

왕자가 확인했을 땐 재투성이 부엌데기만 있었어. 사흘을 반복하게 되자 왕자가 대책을 마련하는데 계단에 송진을 발라둔것이지. 아가씨의 왼쪽신발이 남게 되었어. 신발이 맞는 여인을 찾는다는 말에 두 언니는 필사적이었지. 첫째는 엄지발가락 때문에 맞지 않았는데 엄마는 왕비가 되면 걸을 일이 없다며 발가락을 잘라 넣었어.  

왕궁으로 향하는 길에 신발에 흥건한 피를 보고 다시 되돌아가 구두 주인을 찾았지. 둘째언니는 뒤꿈치가 커서 안 들어갔는데 엄마가 칼을 들고 와서 잘라버렸어. 그래서 왕자는 다시 둘째를 데리고 왕궁으로 향하다가 비둘기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구두 안을 보니 피가 흥건한 거야. 말머리를 돌려 돌아왔을 때 재투성이 밖에 남지 않았지. 어머니는 너무 더러워서 보여드릴 수 없다며 거절했지만 왕자가 청하여 구두 앞에 서서 신게 되자 꼭 맞았지. “이 아가씨가 진짜 신부다.” 외치고 궁으로 향했어.

왕의 혼인잔치가 열린 날 언니들은 재투성이에게 온갖 아양을 떨었지. 신부 측 사람들이 교회로 갈 때 큰언니는 오른쪽에 작은 언니는 왼쪽에 섰어. 그 때 비둘기들이 언니들의 눈 하나씩 쪼아서 빼버렸어. 돌아올 때 반대로 서서 걸었는데 또 남은 한쪽을 쪼아 빼버려서 평생 눈먼 자로 지내야 했단다.


와~우. 섬뜩한 결말인데. 확실한 인과응보로구나. 이런 이야기가 고전이라 할 만하지 너무 치장된 이야기는 사실 현실성도 떨어지거니와 우리에게 ‘콤플렉스’만 줄 뿐이지. 재투성이가 결국 공주로 되어가는 과정에서도 일하고 성정이 바르고 곧아서 언젠가는 복을 받을 만한 아가씨였기 때문에 결말이 인정이 되는 것이고 한껏 소비하는 언니와 다르게 나무를 심고 나무와 자연을 통해서 수확하는 과정은 뭔가 교훈을 주는 것 같은데. 두 언니의 엄마는 요즘 학부형들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아. 자식의 출세를 위해 신체훼손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비유적이 되겠지만 감방수준의 생활패턴을 10여년이나 참아야 하는 요즘 학생들이 떠오르고 또 이를 채찍질 하는 엄마의 모습이라. 혹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자른다던가 어깨수술을 받는 이 땅의 젊은이들의 슬픈 모습도 떠오르는 걸.


재투성이 아가씨는 결국 행복해졌을까? 이야기에서는 알 수 없어. 그저 결혼을 위한 과정이 그려질 뿐이고 끝없는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 ‘완성’이 된다는 옛사람들의 결혼에 대한 의식을 미루어 짐작해 볼 뿐이지. 하지만 원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환상적인 ‘공주 이야기’가 아닌 은 분명하군.


아이에게 이야기를 읽을 때는 신중해야 할 것 같아. 무턱대고 읽어주거나 읽게 했다가는 어느덧 모순과 편견 속에 자라는 이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말이지. 요즘 동화책들은 그림도 편견투성이더군. 백인우월과 오리엔탈리즘. 민족주의와 집단주의와 폭력성이 주입되는 건 아이들이 교과서를 잡기 전에 비디오나 책을 통해서라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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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2011-11-04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보고 갑니다!
신데렐라 원본 이야기를 잘 알게 되어서
너무 좋네요.
 
모험도감 - 캠핑과 야외생활의 모든 것
사토우치 아이 지음, 김창원 옮김, 마츠오카 다츠히데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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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영화속의 모험을 보면 나도 꼭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으로 끝낼 수밖에 없는 상상이었다. 부모님의 허락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엔 승인이 나지 않아 불가능했고 내가 내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그것보다 신나고 재미있는 것들에 눈이 팔렸다.

자연 속에 나를 맡기고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움을 경험하는 일들은 안락하고 편안한 숙소에 누워 위성티비채널을 돌리며 와인을 마시는 것에 밀려 생각하기조차 귀찮은 일이 되어 버렸다.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족속들이 늘고 있다. 우리가 봐왔던 미국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는 야영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연해주는, 그래서 마치 내가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 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는 모두 장비의 수입과 개발의 덕택이다. 불을 피워서 달아매고 그 위에 딱 맞게 얹어지는 주전자나 냄비 등은 최소한의 행동으로 효율적인 야외조리를 가능하게 하고 100만원을 넘는 텐트는 마치 껍질이 얇은 호텔을 옮긴 느낌이다. 알맞게 잘라진 장작은 승용차에 넣어도 무리가 없고 잘 말라서 화력도 좋다. 자동차의 배터리와 연결해서 조명도 켜고 전자기기들을 연결에 유흥에 이용할 수도 있다.


유행에 맞지 않는 군인들이 훈련이나 야전에 사용할 만한 지식을 담은 책은 별로 실용적이지는 못하다. <모험도감>은 꿈을 키워주는 놀이터다. 모험을 꿈꾸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캠핑과 야외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먹고, 자고, 걷고, 만들고, 위험에 대처하기로 나뉜 챕터별로 발생 가능한 상황을 예견하고 이에 대한 지침을 내려준다. 책을 주의 깊게 읽은 이들이라면 야영지식이 전무한 이들이 당황스러워 할 일들을 차분하게 이끌 수 있는 배경지식은 갖추는 셈이다.


물론 실전(?)은 많이 다를 것이다. 그야 경험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적어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것들에 대한 지식을 익힘으로서 ‘진짜 야영’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중요한 것 아닐까.

책을 읽고 나니 훌쩍 떠나 흙 위에 몸을 눕혀 별을 보며 잠이 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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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 - 22년간의 도보여행, 17년간의 침묵여행
존 프란시스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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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얼마나 걷지? 수목원에서 매일 숲길을 돌아다니는 나의 경우도 만보계를 차고 확인해 보면 만보가 되지 않는 날이 많다. 사무를 위해 사무실에 박혀있는 날이면 오백보도 걷지 않게 된다.


걷는 것은 이제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특히 직장에 다니거나 개인사업을 하는 이는 물론이고 나이가 있는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의 장거리를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걸어서 십리 길을 걸어 학교를 가거나 장에 가던 일은 설화처럼 전해져 오고 하루 삼십분을 걷는 이들도 드물어 특별히 운동을 하면서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등산을 하는 일이 아니라면 걷는 수고를 자처할 사람은 없다.


걷는 일은 수행이다. 차량이 움직이는 속도의 이동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느리게 걸을때 얻을 수 있는 온갖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길가에 풀들과 나무들, 그리고 지저귀는 새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야생동물들. 그리고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와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등을 놓치고 사는 대신 좀 더 빠르게 이동해서 적은 시간에 많은 의사결정과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이다.


책의 저자 존 프란시스는 걷는 것으로 ‘지구 지키기’를 기원한다. 자신이 걷는 것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지 그리고 주변에 파급되는 효과에 대해 본인도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가 선택해서 걷는 일이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걷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 먹고 사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학교에 다니거나 강연을 다닐 때에도 걸어서 가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일중에 말하기는 가장 힘든 것임에 분명하다. 의사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대한 답답함은 둘째로 하고 상대방이 기대하는 대답을 듣지 못할 때의 우려가 고스란히 말을 하지 않는 나에게 억압과 고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묵언수행이라는 종교적 실천도 있지만 산속 고요한 절에서 행하는 것과 일상생활 속에서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 중에 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듯하다.


존 프란시스는 성자다. 침묵한 채 생활하거나 하루에 40킬로를 꼬박 며칠을 걷는 것은 수행에 다름 아니다. 그러한 생활을 20여년 지속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보기 드문 행동은 주변의 방해와 오해를 낳았다. 특히 부모님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고충은 더욱 컸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님과 친척들이 응원했고 박사학위에 기관에서 근무하게 되었을 때서야 아버지는 아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의 자기자신과의 싸움.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좀 더 나아지고 깨끗해지고 살만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나는 행동한다. 일회용 컵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배설물을 퇴비로 활용하며 인쇄가 필요할 때엔 한 장에 4개 면을 인쇄해서 활용한다. 이러한 행위는 나도 신경을 써야할 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결국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에 따라 주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나는 부끄럽다.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면서 하루에 10여 리터의 기름을 태우고 있다. 자동차로 6리터, 난방기름을 때며 나머지를 태워 소비한다. 게다가 줄일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그와 걷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차를 버리고 정기적으로 출퇴근 해야 하는 직장근처에 살거나 다니지 않게 될 것이다. 혹은 자전거로 다니는 방법도 있다. 고갯길이고 험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못할 일 또한 아니다. 난방에 대한 방법도 고려하여 나무를 때거나 집의 열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그가 변화시킨 것은 그의 운동에 동참하는 미국의 일부 시민들과 이 책을 읽은 세계의 독자들뿐만이 아니다. 그로 인해 변화된 이들에게 영감을 받고 영향을 받는 것은 나로 시작해서 나의 가족, 친지와 이웃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게끔 만든다. 비록 다 같이 행동하지 못하지만 ‘생각하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행동하는 이들을 후원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별 지구를 대대손손 아름답게 전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책은 한 걸음씩 세상을 바꾸는 방법에 관한이야기다.

1971년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일어난 기름 유출사고가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을 바꾸었다. 존 프란시스는 방제작업을 돕는 것을 만족하지 않고 위기에 처한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 개인적 행동에 나섰다.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독특한 고행을 자처한 것인데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 일이었다.

기름으로 운행하는 모든 운송수단을 포기하고 어딜 가든 걸어가는 것. 그리고 몇 달 뒤엔 말하기를 끊는 수행을 시작했다. 22년 동안 걸어 다니며 17년간 말을 하지 않은 그는 걷는 여행 도중에 대학공부를 마치고,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말없이’ 취득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유엔환경계획의 세계 풀뿌리 공동체를 담당하는 친선대사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환경분야의 권위있는 학자이자 교육자, 지도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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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붕가붕가레코드 지음 / 푸른숲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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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개발이 지구의 위기를 낳고 탄소의 배출이 산소비율을 줄여서 대기권을 오염시켜 지구 온난화가 오늘날의 기후변화를 일으켜 더 이상 지구는 ‘살만한 곳’이 안 될지 모른다는 내용은 이미 대중적으로 널리 인식하고 있다. 이에 ‘지속가능‘이란 단어가 오늘의 화두다.


지속가능한 개발, 지속가능한 건축,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연애 등 가져다가 붙이기만 하면 뭔가 있어보이게 하는 이 단어의 정체는 신자유주의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부의 편중현상이 심해지면서 자원을 소모해서 권력을 유지하는 일부 가진 자들에게 은근한 시비의 의미도 가진다. 동시에 가지지 못한 자들이 그들의 환경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개혁과 발전을 이루어보고자 하는 소망을 담는 단어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은 무엇인가. 딴따라질은 음악, 공연을 뜻하는 말 일게고 고래로 음악이 없었던 적이 있던가. 생활과 음악의 융화가 오늘날 음악을 존재하게 했던 것 아닌가. 굳이 지속가능함을 제목으로 들이밀었던 이유는 무얼까. 험난한 음반시장에서 살아남기를 뜻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면면을 시시덕거리며 적어 놓은 책을 통해서 그들의 생각과 과거, 가까운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 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 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싸구려커피>의 가사다. 얼핏 보더라도 요즘 ‘대세’인 유행가들의 흐름과는 많이 벗어나있는 것이 사실이다. 삼류인생의 단면을 묘사하듯 펼쳐놓은 가사, 멜로디를 들어보면 이런 느낌은 더하다. 빠른 비트와 귀를 자극하는 음향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댄스풍의 가요계를 지구라고 하면 마치 외계에서 들려오는 듯 한 느리고 차분하며 단순한 음향으로 가슴을 울리는 사운드가 붕가붕가 레코드에 소속된 장기하의 음악이다.


특이한 옷매무새와 코믹한 코러스. 그리고 처음 보는듯한 군무로 이루어진 노래중반부에 댄스는 주류음악에 젖은 우리로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퍼포먼스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 인디음악계의 열악함이야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면 늘 들어왔던 이야기고 이런 환경 속에서 속칭 ‘떠서’ 공중파방송과 라디오에 얼굴을 넓혀가는 그들이야 말로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이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은 오늘의 스타, 장기하를 포함한 ‘동아리’, 붕가붕가 레코드의 비전이자 모토이다.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음악과 그 작업을 하는 모임. 대부분이 돈은 다른곳에서 벌어서 취미처럼, 아니 본업보다 더 열성으로 작업하는 이들이 소속된 곳이 ‘붕가붕가레코드’다.


음반을 내려면 돈이 드는 게 상식이다. 유명음반기획사야 억을 들여도 팔리는 음반을 내기가 힘든 것이 당연한 일이고 항상 투자금 회수에 깊게 생각하는 그들이 위험부담이 많은 신인들에게 선뜻 투자할리도 만무하다. 그렇다면 이 땅의 수많은 헝그리 음악가들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붕가붕가레코드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들의 시스템, ‘수공업 소형 음반’을 소개한 내용 중 한 꼭지. 갑자기 떠버린 장기하의 음반을 구매하려고 벌 떼처럼(그들 입장에서는) 몰려들던 때에 장기하와 얼굴들은 공연준비보다 음반을 복제하느라 더 고생했다고 한다. 7장씩 찍어내는(뉴스에나 등장하던 불법복제의 현장을 떠올리면 된다)기계를 구입하여 일일이 ‘레코딩’을 손수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일일이 찍어 내고 주문한 종이 케이스에 넣고 스티커를 붙여서 핸디형비닐포장기로 포장해 놓고 핸드 드라이어로 열을 쐬어 케이스에 밀착시키는 작업까지 그야말로 ‘수공업’을 통한 음반이 그들이다.


회사이름에서 드러나듯이 뭔가 실소를 유발하게 하고 진중하지 못하다는 느낌의 회사는 구성원들 또한 완전히 회사소속이 아니라 대부분이 본업을 따로 가지고 주말에 모여서 회의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의 독특한 구조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나왔으니 그야말로 “운이 좋았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말과는 별개로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라는 신조로 끊임없이 음반발매와 공연을 시도(?)해 왔던 그들의 즐거운 노력의 결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지금은 장기하와 얼굴들에 많이 기대고 있지만 적잖은 기대주들을 키우고 있고 레이블의 성격을 확실하게 반영하는 밴드들의 포진은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가능하게 해주는 힘이 될 거다.


대표 곰사장을 비롯해서 디자이너 김기조와 엔지니어 나잠 수, 매니저 강명진, 커뮤니케이터 양준혁 으로 구성된 붕가붕가레코드는 아직 ‘미완성 합체 중’이다. 그들을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용기 내어 발을 딛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진창에 빠지기도 하고 절벽에 막혀 주저하기도 했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이 표상이 되었다면 그 뒤에 배경인 레이블은, 그가 가진 밴드들에 호기심을 가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치즈 스테레오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불나방스타 쏘세지 클럽, 생각의 여름, 아침, 아마도 이자람밴드 등이 수공업소형음반을 보유하고 있고 반응이 좋으면 공장제음반으로 시장에 풀리게 될 날을 고대하고 있다.


누가 해주지 않으면 우리가 한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들어오면 오는 대로 나가면 나가는 대로 그냥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이는 한 레코드사의 이야기가 그들의 음악만큼 재미있고 솜씨 있게 버무려져 있다. 시종일관 ‘재미’를 놓치지 않는 것도 책의 특성이고 보면 전체적으로 붕가붕가 레코드라는 것은 ‘붕가붕가’가 뜻하는 쾌락이거나 고통(유머사전에서 붕가붕가의 의미참조)의 의미를 함축한다.


대단한 사명감이나 용기가 있는 이들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고 소심한 음악을 좋아하는 인간 군상들의 모임. 서울대학교 노래패 ‘메아리’를 주축으로 운영하던 동아리가 이제 좀 ‘제대로 된 박자’의 음악을 하면서 현실음반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내용으로 정리하면 될까. 비주류로서 인생을 사는 나로서는 대형기획사와 레이블 틈에서 그들의 도전에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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