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네이션
브루스 윌리스 외, 리차드 링클레이터 / 대경DVD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장의 도살장 풍경

"햄버거를 먹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고기를 주워 먹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


미국의 한 음식비평가가 한 말이다. 이 말은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위험성은 널리 알려져 있고 선택의 귀로에 있는 당신은 선택한다.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어른은 이제 햄버거의 지나친 풍미에 입맛이 맞지 않아서 정갈한 된장찌개와 채소류를 곁들인 밥상을 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아니다.


방과 후 학원으로 향하는 길, 저녁 한 끼를 때우기 위해 빌딩들 사이에 커다란 사인을 밝히고 환하게 주변을 비추는 패스트 푸드점.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 혹은 책을 끼고 혼자 앉아서 한손에 들고 있는 것은 ‘먹기 좋고 맛도 좋은‘ 햄버거다. 무엇보다도 햄버거는 싸기도 하지만, 그 기름진 풍부한 향과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는 풍요를 한번이라도 경험한 아이들이라면 결코 거부하기 쉽지 않은 음식이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혹에 이기지 못하는 이면에는 업체의 홍보와 대중의 눈가림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개되지 않은 정보에 있다. 우리에게 그 숨겨진 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산업전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보여준 영화 ‘패스트푸드 네이션’을 소개한다.


가장 강력하면서도 조직적인, 그래서 세계를 손아귀에 넣고 있는 패스트푸드 업체의 대표주자는 미국의 맥도널드다. 왜 얼마 전까지 ‘빅 맥 지수’로 각 나라의 물가를 비교하지 않았던가. 우린 햄버거가 물가지수의 지표로 활용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는 ‘햄버거’를 중심에 둔다.


빵을 살짝 굽고, 상추를 깔고, 그 위에 토마토나 양파를 얹고 마요네즈를 뿌린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잘 구워진 ‘패티’를 얹는 것과 빵의 한쪽을 덮는 것으로 햄버거 요리 과정은 완성이 된다. 쉽고도 빠른 처리를 거쳐 식탁에 오르는 햄버거는 간편하면서도 고단백의 영양식품이다. 그런데 왜 나쁘지?

문제는 빵이나 채소류가 아닌 그 고깃덩어리, ‘패티’에 있었다.


가상의 브랜드 ‘미키’ 버거의 새로운 히트 상품 ‘더 빅 원’에 이물질로 일부 지역에서 식중독을 일으켰다는 보고를 받은 사장이 이에 대한 원인파악을 위해 마케팅 담당 이사 돈 앤더슨(그렉 키니어 분).에게 출장을 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사실 원인은 밝혀져 있었다. 같은 회사 직원에게 조차 이야기하기 불편한 ‘소똥’이 패티에 지나치게 함유되어 있었던 것. 도대체 소똥이 어떻게 소고기를 갈아 만든 파티에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이를 찾기 위해 돈은 패티 제조사인 공장이 위치한 콜로라도로 떠난다.


수많은 소떼들이 갇혀 있는 거대한 농장(직사각형의 정렬된 울타리와 그 안에 들어찬 엄청난 소들의 양에 놀란다), 그 근처에는 ‘더 빅 원’의 냉동 패티가 생산되는 대규모 공장과 도살장이 있다. 그 곳의 주요 산업은 그 공장과 목장이며 공장을 돌리는 것은 대규모의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이다. 꿈을 위해서 사막을 밤새 걷고 미국인들의 횡포에도 꼼짝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은 오직 돈을 벌어 행복해질 꿈을 안고 수모와 두려움을 버텨낸다. 도살장과 가공공장으로 이어지는 생산라인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 사람당 60마리의 소를 죽여야 하는 도살장은 물론이거니와 빠른 컨베이어벨트 위로 지나가는 소의 내장 해체과정에서 소의 똥이 고기와 섞이게 된다.


돈이 공장관계자와 공장견학을 통해서 본 것은 최첨단의 시설과 하얀 작업복으로 온몸을 감싼 청결한 시스템뿐이지만, 이면에 숨은 저급 노동자들을 부리며 빠른 생산을 종용하는 회사의 시스템은 결국 이윤을 위해서 소비자에게 위험한 음식을 제공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정면의 비판이기도 하다.


그 시스템은 너무도 굳건하고 단단해서 도무지 해체할 틈을 찾기 힘들다. 공정을 개선하고 싶지만 ‘시스템’과 마찰해 잘릴 것을 걱정하는 회사의 중역 돈은 사장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눈감게 하며, 멕시코에서 몸 하나로 온 직원들의 팔과 다리가 연일 잘려 나가는 데도 회사는 불리한 그들의 신분조건과 위험하고 힘든 일과에서 위로를 위해 쓰는 마약을 근거로 일절 보상도 하지 않는다. 다량의 소 사육시스템과 이와 직결된 햄버거 패티 생산 공장의 비도덕성과 몰 인간화를 겨냥한 또 다른 주인공, 앰버와 대학생들의 위험을 무릅쓴 ‘울타리 끊기’도 이미 길들여진 소들의 무력함으로 인한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영화는 햄버거만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듯한 주인공이 외치는 당위의 대사 한마디 없는 영화지만 햄버거 산업의 조직과 관계의 부당성을 담담하게 구석구석 비추는 것으로 보는 이들에게 생각의 기회을 준다. 당장 햄버거를 먹는 이는 입맛을 잃게 될 것이고, 먹은 이들은 속이 쓰릴 것이며, 애초에 별 이유없이 패스트 푸드를 좋아하지 않는 이는 커다란 당위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역시 우리에겐 광우병과 맞물린 미국소고기에 대한 의심의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영화이기도 하다.


‘슈퍼 사이즈 미’는 모건 스펄록 감독 자신이 맥도날드 음식만으로 생활하는 생체실험을 낱낱이 기록해 맥도날드의 해로움을 밝혔다면 ‘패스트푸드 네이션’은 햄버거 산업이 가진 문제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가진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의 속옷을 비추어 준다.

아마 글머리의 이미지때문에 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런 비위로는 이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동명의 책(국내엔 ‘패스트푸드의 제국’이란 제목이다)이 영화의 원작이며 저자인 에릭 슐로서가 제작에도 참여했다.

감독 : 리차드 링클레이터

제작국 : 미국

제작사 : BBC 필름스


부르스 윌리스, 패트리샤 아퀘드, 에단 호크, 루이스 구즈먼, 에이브릴 라빈 등의 화려한 출연진 또한 이 영화의 볼거리이다. 그들은 영화 구석구석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영화의 풍미를 더해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로리포치도로씨 2009-07-2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버거 패티에 그렇게 좋은 질의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알았지만 똥과 섞여있다니 ㅠㅠ 영화가 백퍼센트 현실과 같지는 않겠지만 어느정도는 사실이겠지요. 햄버거 먹기가 꺼려지네요. 이 영화 한 번 봐야겠습니다. 좋은 리뷰 잘보았습니다!

소일 2009-07-2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은 예사일듯 합니다. 동명의 책을 읽으면 더 적나라한 묘사도 나온다죠. 패스트 푸드는 뭐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