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살인사건 - 약이 독이 되는 위험한 화학의 역사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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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잉! 안약으로 살인을 한다고?! 초장부터 충격! 타이레놀로도 죽을 수 있을까? 키미테와 햄릿 왕. 복제약의 명암, 특허권을 인디언에게 꼼수로 넘기는 것 등등 진짜 흥미진진!! 완전 재밌다. 약과 독은 정말 한 끗 차이! 부디 인공 지능의 발달로 동물실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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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24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엑스터시로 인해 물중독으로 죽는 것도 충격, 젊은이 중 파킨슨병 늘어나는 거 아닐까 싶기도...
근데 이런 책 읽고 자살이나 살인에 응용하는 사람들 있을 거 같기도...

“약이 독이고, 독이 약이다. 중요한 건 양이다”라는 말이 있다. 16세기 파라셀수스Paracelsus라는 약학자가 남긴 말.

망고 2026-06-24 19:14   좋아요 1 | URL
오 재밌겠어요 사야지😁

다락방 2026-06-2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앗 이 책도 먼저 읽으시다닛!!

잠자냥 2026-06-24 17:0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이거 한번 집어 들면 내려놓기 어려울걸요?! ㅋㅋㅋㅋ 완전 재미남. 화학도 왜케 신비로운지….🥹

독서괭 2026-06-24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르소설인 줄 알고 오잉 잠자냥이 장르물을?? 했는데 아니었네요 🤣

잠자냥 2026-06-25 08:32   좋아요 1 | URL
나도 이 책 처음 나왔을 때 추리소설인 줄. 🤣

건수하 2026-06-2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르소설인 줄 알았는데… 화학과 미스터리 모두 좋아하눈 집사3이 엄청 좋아할 것 같네요 ㅎㅎ 전 하우스메이드에서 처음 봤는데, 디곡신을 이용한 살인 혹은 살인미수가 자주 나오더라고요. 작가들도 학습할거 같고 사용자(?)들도 학습하긴 할 것 같아요..

잠자냥 2026-06-25 14:57   좋아요 1 | URL
밀리에 있어요! ㅋㅋㅋ
 
실용적 관점에서의 인간학 대우고전총서 37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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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는 로크와 흄 등 인간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칸트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의 인간학은 당시 대학의 최고 인기 강의였다고. 읽어보니 그럴 만하다 싶다. 흥미진진&통찰력은 물론 의외로 냉소적 유머러스함이 깃들어 있어 빵빵 터졌다. 알수록 꼿꼿한 인간 칸트, 매력적이야. 내 스타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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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23 1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취미에 관한 인간학적 소고
A. 유행의 취미에 대하여
자신의 거동에서 자신을 어떤 보다 더 중요한 사람과(아이가 어른과, 비천한 자가 고귀한 자와) 비교하고, 그의 방식을 모방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벽이다. 한낱 다른 이들보다 보잘것없이 보이지 않기 위해서, 그것도 그 밖에는 다른 어떤 이익도 고려하지 않은, 이러한 모방의 법칙을 유행이라 일컫는다. 그러므로 유행은 허영의 명칭에 속한다. 왜냐하면 그 의도 안에는 어떠한 내적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것은 멍청함의 명칭에도 속한다. 왜냐하면 그것에는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보여주는 한갓된 예로 볼 때 자신을 노예처럼 끌려다니게 하는 강제가 있기 때문이다. 유행을 따름은 취미의 사안이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이전의 관습에 매여 있는 자는 고풍스럽다고 일컫는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에 가치까지를 두는 자는 별난 사람이다. 그럼에도 유행을 따르는 얼간이가 유행을 따르지 않는 얼간이보다는 언제나 더 낫다. 사람들이 저러한 허영 일반에 이러한 심한 이름을 붙이려 한다면 말이다. p.300~301

이제 사람들이, 과연 인류가-만약 사람들이 인류를, 다른 유성에 있는 존재자들과 비교해서. 이성적 지상존재자의 한 종으로, 하나의 창조자에게서 생겨나온 피조물의 집합으로 생각한다면, 인류는 종족이라고 불릴 수도 있거니와 선한 종족으로 또는 나쁜 종족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를 묻는다면, 그에 대해서 뽐낼 것이 많지 않음을 나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인간의 행동거지를 한낱 옛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현금의 역사에서도 취하는 이는 누구라도 자주 인간혐오적인 티몬과 같이, 그러나 훨씬 더 자주 그리고 더 적중하게는 모모스같이 판단하도록 유혹받을 것이며, 인류의 특성 중에서 악성보다는 오히려 멍청함이 두드러짐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악성의 면모와 결합된 멍청함은 -이 경우에는 얼간이 같다고 일컬어지므로- 인류의 도덕적인 인상에서는 부정될 수 없기 때문에, 영리한 사람은 누구나 필요하다고 보는바, 자기 생각의 선한 부분을 감추는 것에서 이미, 인간이라는 종족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조심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전부 보여주지 않는 것을 현명한 것으로 본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것은 이미 서로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는 인류의 성벽을 보여주는 것이다. p.428


아 진짜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케이 2026-06-23 13:10   좋아요 2 | URL
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에 가치까지를 두는 자는 별난 사람이다. ---> 이거 너무 뼈때리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보면 유행에 안따르는 걸 전시하는 쿨한 나에 취한 사람들 너무 많이 보임. ㅋㅋㅋㅋㅋ

케이 2026-06-23 13:11   좋아요 1 | URL
뭘 또 거기에 가치까지 두냐ㅋㅋㅋㅋㅋㅋ이말이잖아요. ㅋㅋㅋ

독서괭 2026-06-23 13:36   좋아요 2 | URL
얼간이 대 얼간이 ㅋㅋㅋㅋㅋㅋ 칸트가 이렇게 재밌는 철학자였어요??

잠자냥 2026-06-23 14:08   좋아요 1 | URL
아 진짜 제가 이 책 읽다가 집에서 정말 빵빵 터졌다니까요. 다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6-23 14:20   좋아요 2 | URL
여러분들의 반응에 힘입어 몇 자 더 옮겨봅니다. ㅋㅋㅋㅋㅋㅋ

왜 연애소설은 결혼으로써 끝을 맺으며, 무엇 때문에 서툰 자의 손에 의해 혼인 후에까지도 소설을 계속해서 덧붙이는 속편은 사람들의 비위에 거슬리며 몰취미한 것이 될까? 왜냐하면 연인들의 기쁨과 희망 사이에 있는 연인들의 고통으로서의 질투는 독자에게 혼인 전에는 양념이지만, 혼인 중에는 독약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명하다/영리하다고 일컬어진다. -이러한 속성들 중 하나를 한낱 꾸며대는 자, 즉 기지 있는 체하는 자 및 영리한 체하는 자는 구역질 나게 하는 화상이다.

되는대로(선견도 없고 걱정도 없이) 살아감은 인간의 지성에게는 결코 명예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아침에 자기의 해먹을 팔고 나서 저녁에는 자기가 밤에 어떻게 자야 할지를 몰라 당혹해하는 카리브인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열정들은 순수 실천이성에게는 암이며, 대개는 불치이다. 왜냐하면 환자가 치료되고자 하지를 않으며, 그것에 의해서만 치료가 될 수 있을 터인 원칙의 지배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어떤 기관감관이 가장 보람이 없으며, 또 없어도 가장 지낼 만한 것으로 보이는가? 후각의 감관이다. 향유하기 위해서 이 감관을 개발하고, 세련되게 하려고 하는 것은 가치 없는 일이다. 이 감관이 제공할 수 있는 쾌적한 대상들보다는 메스꺼움의 대상들이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더 많고, 이 감관에 의한 향유는, 그것이 즐거움을 준다고 할 때도, 언제나 단지 일시적이고 휙 지나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괭 2026-06-23 14:33   좋아요 2 | URL
칸트.. 당신 점잖은 이미지였는데.. 되게 막말 잘하는구나? 카리브인에 대한 편견은 뭐죠? ㅋㅋ

잠자냥 2026-06-23 14:4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원래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더 내 스탈~이야 ㅋㅋㅋㅋㅋ
저도 편견 많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6-06-23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이렇게 길게 쓰실거면 마이리뷰를 쓰시지... 100자평에 맛들인 자냥님 ㅋ

잠자냥 2026-06-23 14:09   좋아요 1 | URL
리뷰 쓰긴 귀찮고 칸트가 또 이렇게 웃기다는 건 알려주고 싶고.. ㅋㅋㅋㅋ

건수하 2026-06-23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유행을 따르는 얼간이가 유행을 따르지 않는 얼간이보다는 언제나 더 낫다. ㅋㅋ
 


응답 없는 대상을 사랑하는 심정은 어떠할까? 섣불리 헤아리기 어렵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고통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차라리 잊기라도 하련만 눈앞에서 매일같이 마주치면서 그를 봐야만 한다면 사랑이 잦아들 리 만무하다. 게다가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있지만 그런 너는 (어쩌면) 영원히 나를 사랑할 수 없다면 그 고통의 깊이는 더욱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그런 나의 사랑에 냉소라도 하면서 욕이라도 퍼부어주면서 희망을 갖지 말라고, 싹조차 틔울 수 없게 뿌리까지 뽑아버린다면 그 사랑을 조금은 쉽게 단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야속하게도 그는 종종 돌아보며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그러니 이 사랑은, 한없이 목마르기만 한 이 사랑의 갈증은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른다. <두려워요, 투우사여>에는 그런 응답 없는 대상을 사랑하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로카’와 ‘카를로스’가 바로 그들이다.

로카는 카를로스를 사랑한다. ‘앞집 미친년’이라 불리는 로카는 게이. 드랙퀸 게이이다. 로카의 마음을 사로잡은 카를로스는 게이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이성애자이다. 이성애자를 향한 게이의 짝사랑이라니, 얼른 꿈 깨! 마음을 접어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다. 두 사람은 한집에서 동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독재자 피노체트가 지배하는 1980년대 칠레의 산티아고. 로카는 카를로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힘들여 파트너를 찾아 헤맬 필요도 없었고, 섹스에 굶주린 적이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성생활을 누려왔다. 그 시절에도 라틴아메리카는 드랙퀸이니, 게이니 참 자유분방하구나 싶을 정도로 게이들의 난잡한 성생활이 이 작품 곳곳에서 그려진다. 제아무리 이성애 남성이라 할지라도 몸 파는 게이를 찾아 몇 푼 던져주고 호기심이나 성욕을 채우는 일도 빈번하다. 때문에 로카는 그런 방법으로 카를로스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카를로스 또한 이성애자이지만 호기심이나 성욕 때문에 자기한테 꽂힌 로카를 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로카는 진심으로 카를로스를 사랑하기에 그러고 싶지 않다. 그의 몸이 아니라....(아니, 몸도 탐이 나지만) 마음을 갖고 싶다. 마음을 얻은 후에, 사랑을 얻은 후에 그와 섹스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카를로스는 그런 식으로 호기심에, 성욕을 채우기 위해 몸을 파는 남자를 사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를로스는 그토록 눈부신 외모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사랑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 독재 치하 칠레, 그런 시기에 대학생인 그, 독재자로부터 조국의 자유를 되찾고자 지하운동을 하는 데 혈안이 된 그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그 여자 또한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그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 사랑하기를 멈춘 상태이다. 그런 그가 애달프게 사랑하는 대상은 바로 칠레, 그의 조국이다. 그러나 조국 또한 그에게 대답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유, 해방된 조국은 너무나 멀어만 보이고, 그럼에도 그의 사랑은 그칠 줄 모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뜨겁게 사랑하면, 어쩐지 자유가, 해방된 칠레가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아 그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까 로카는 카를로스를, 그 카를로스는 칠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이다. 여전히 대답 없는 그들을.

로카와 카를로스 사이에는 또 다른 벽이 있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라는 성적 기호의 차이뿐만 아니라 계급 차이도 존재한다. 로카는 남창 드랙퀸. 사회에서 가장 밑바닥 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카를로스는 대학생. 게다가 둘 사이의 나이 차이는 못해도 20년 이상은 난다. 그런데도 그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면서 웃는다. 응답하지 않는 대상을 향한 사랑에 오늘도 속이 쓰리면서도 서로 씩씩하게 자기만의 사랑을 오늘도 키워 나간다. 로카야 그렇다 치고 카를로스는 왜 로카 주변에서 얼쩡대는 것일까? 사실 로카의 집, 앞집 미친년이라는,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이 게이의 집은 카를로스와 그의 동료들-그러니까 대학생들이 모여서 지하 운동의 거점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다. 누가 저런 집에서 독재자를 무너뜨릴 운동가들이 모일 것이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드나드는 젊은 남자들을 봐도 대부분은 저 앞집 미친년의 몸을 사러 오는 사내들이려니 하리라. 그래서 카를로스는 로카의 집을 드나들면서 그녀의 자유분방함을 흡입하면서 숨통을 트이고 또 때로는 그녀의 애정을 듬뿍 받으면서 자기의 사랑을 완성하고자 오늘도 정신없다. 이 녀석은 단지 로카를 이용하기만 하는 것일까? 의심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그가 그렇게 비열한이라면 로카가 사랑에 빠졌을까?


  
넌 참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너랑 있으면 행복해져. 내가 뭐, 누르면 웃음소리가 나는 인형이라도 되니? 그런 게 아니야. 너랑 있으면 낙관주의자가 돼. 그리고 또? 또 뭐가 필요해? 나를 아주 조금은 사랑해줬으면 하지. 아주 조금이라니, 그보다는 더 좋아하는 거 알잖아. 그건 다르지, 좋아한다는 말하고 사랑한다는 말은 아예 다른 세상에 존재한단 말이야. 그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p.173)


카를로스는 자기를 웃게 만드는 로카 앞에서 무장해제 되면서 낙관주의자가 된다. 이 힘겨운 시대에, 상황에 늘 초조해하며 긴장을 멈추지 못하는 삶에서 로카의 생각 없음-유쾌 발랄한 생활은 그에게는 숨구멍이다. 사실 카를로스가 로카에게 털어놓은 어린 시절의 그 고백을 듣노라면 카를로스 또한 로카를 사랑하기 아예 불가능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카를로스의 마음을 온통 차지한 것은 칠레라는 여인이므로 로카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로카의 마음이 온통 카를로스여서 ‘정말 오직 그 사람 때문에 요조숙녀처럼 행동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그런 그에게 카를로스가 숨기고자 하는 비밀은 중요하지 않다. ‘그 비밀을 얘기해주건 말건 별 상관이 없다.’ ‘그게 책이건 뭐건 저 망할 놈의 상자들은 그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로카 ‘그녀가 바랐던 건 단지 그를 흔들어 깨우는 것. 그의 침묵하는 사랑이 그녀를 숨 못 쉬게 만든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p.72) 그 두 사람은 저마다 그렇게 불가능한 꿈을 꾼다. 

불가능한 꿈. 이 사랑이 슬픈 이유는 두 사람이 저마다 사랑하는 대상이 그 사랑에 응답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뿐만 아니라 혹시 응답받는다 하더라도 그 이후로도 사랑을 유지해 나가기 쉽지 않다는 것 때문이다. 카를로스를 사랑하다가도 종종 슬퍼지는 로카, 만일 그녀 앞에 카를로스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의 삶은 조금 더 행복했을까?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나날이 유쾌했을까?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위험한 운동에 발 담그지도 않고 머리에 꽃밭만 가득하게 살아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로카는 말한다. ‘다행히도 그녀의 삶엔 카를로스가 나타나 주었다. 그가 칠레 사람들이 처한 잔혹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p.152) 칠레의 잔혹한 현실에까지 눈뜬 로카의 사랑은 이제 어떻게 치달을까. <두려워요, 투사여>는 그 비극의 끝을 보기 위해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또 다른 작품이 있다.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가 그러한데 두 작품 모두 라틴아메리카(각각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정치범과 평범한 시민이 우연히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저마다의 사랑에 빠지고 또 정치적으로 억압된 현실에 눈뜬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 사랑이 비극적이라는 점 또한.... 이 두 작품에서 게이인 두 사람-<투우사>의 로카와 <거미여인>의 ‘몰리나’의 역할에도 주목하게 되는데, 왜 하필 게이일까? 그 두 게이는 혁명을 꿈꾸는 두 운동가-카를로스와 ‘발렌틴’을 사랑하게 되고 그들에게 이런저런 영향을 주고 자기 자신들도 변화한다. 그런 두 사람의 성정체성이 게이라는 점이 흥미로운데, 아마도 그들이 그 세계에서 가장 천대받고 억압받는 계층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개인적 이중의 억압을 발랄함으로 날려버리는, 심각하게 만들지 않는, 그 가벼움에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독재 치하 암흑의 억압조차 가벼움으로 해방시켜버리는, 한없는 발랄함으로 날려버리는 그리하여 숨구멍을 트이게 하는 존재로서의 게이Gay,

좀 다른 결이기는 하지만 <테레사와 함께 한 마지막 오후들>도 생각난다. 이 작품은 라틴아메리카를 배경으로 하지는 않지만 같은 언어(스페인어)로 쓰였으며, 1950년대 중반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코 집권기의 반독재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절을 배경으로 마찬가지로 혁명을 꿈꾸는 대학생 ‘테레사’와 빈민가 출신의 좀도둑 ‘마놀로’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앞선 두 작품과 좀 다르다면 혁명을 꿈꾸는 정치범이자(대학생)이 여성이라는 점, 그리하여 두 사람의 사랑은 성정체성보다는 계급/신분 차이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랄까. 그럼에도 테레사와 마놀로는 서로 사랑에 빠지기는 한다. 비록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고 말지만..... 그래서 대답 없는 너, 카를로스, 그러나 자꾸만 돌아보며 웃음 짓는 너, 카를로스, 그를 향한 멈추지 못하는 사랑에 눈물 흘리는 앞집 미친년, 사랑에 미친년 로코의 그 사랑이 더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나도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 하지만 내 나이에 그렇게 도망칠 수는 없거든, 꿈을 좇아 떠나는 미친 늙은이처럼, 우리의 만남이 가능했던 건,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간신히 손만 잡고 있었기 때문이야. 여기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은 이 세상 어느 곳에 가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나는 강아지처럼 네게 사랑에 빠졌고, 너는 그냥 내가 사랑하도록 놔둔 거야. (<두려워요, 투우사여>,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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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6-22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간만에 컴퓨터 화면으로 보고 싶어서 알라딘 로그인하려는데 뭐가 자꾸 틀리고 안 되네요. 대답 없는 너, 알라딘이여…
그래서 모바일로 돌아왔습니다 ㅋ
이성애자 대학생 남자를 웃게 만드는 발랄한 드랙퀸 게이라니.. 호오.
<거미여인의 키스>도 안 읽었는데, 유사한 내용이라니 궁금해지네요.

잠자냥 2026-06-22 15:42   좋아요 1 | URL
대답없는 알라딘 짝사랑 몸부림 독서괭 ㅋㅋㅋㅋㅋ
알라딘이 잘못했네......
진짜 저도 읽다가 좀 웃음 터지는 부분 있었어요.
아니 무슨 정말 게이들은 다들 이렇게 깨발랄한가 싶기도 하고....
<거미여인의 키스>도 수작이고... 이 페이퍼에 등장한 세 작품 모두 추천이요~

저는 재미만으로 따지자면
<떼레사> <투우사> <거미> 순입니다.

망고 2026-06-22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지금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읽고 있는데!! 어떻게 제가 읽고 있는 걸 아시고는 이런 글을! ㅋㅋㅋㅋ
근데 저 마놀라 너무 싫어요 자꾸 여자친구 뺨을 때려 떼잉!

잠자냥 2026-06-22 15:43   좋아요 1 | URL
오잉? 그 책 재밌쬬?
마놀로 나쁜놈... 나쁜 남자의 매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로 만든다면... 굉장히 잘생긴 스페인 젊은 배우로...

망고 2026-06-22 15:54   좋아요 1 | URL
재미는 있어요ㅋㅋㅋ잘생긴 도둑놈ㅋㅋㅋㅋ

다락방 2026-06-22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떼레사와 함께한.. 은 제가 대학 시절 읽은 [여대생과 좀도둑] 인가요? 줄거리가 똑같은데요??

잠자냥 2026-06-22 19:48   좋아요 0 | URL
네 당신은 <여대생과 좀도둑>으로 읽었습니다.

인간아 오래전 내 <떼레사… > 리뷰에 글케 댓글 달았던 다락방….🤣🤣

다락방 2026-06-23 08:54   좋아요 0 | URL
앗 그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이 헤드 이즈 스톤 헤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6-22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짝사랑도 너무 좋은데(?) 한쪽은 국가였단 말입니까! 하.. 읽지 않읗 수 없다.
오래전 드라마 중에 <여명의 눈동자> 라고 있었잖어요? 거기서 고현정이 박상원을 사랑하고 둘이 커플이 되긴 하는데, 박상원(하림.. 이었나) 은 채시라(여옥)을 너무너무 사랑했어요. 우선순위였죠. 여옥이 대치(최재성)를 사랑하는 걸 아는데도요. 어느날 고현정이 박상원에게 묻더라고요. “여옥씨는 당신에게 조국같은 존재인가요?” 크.. 그 드라마 생각이 나네요. 크..
거미여인의 키스는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 거기 캣피플 영화 얘기도 나오잖아요! 크- 너무 독특한 영화 아닙니까! 저 대충격 받았던 영화였어요..
아 이 책 살게요!! >.<

잠자냥 2026-06-22 19:51   좋아요 0 | URL
여명의 눈동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그거 땜에 공부를 안 했자나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당신은 <떼레사>를 <여대생과 좀도둑> 시절에 읽었으니 구매 금지!

다락방 2026-06-22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떼레사 저 책.. 도 저 있는 것 같은데.. 아니겠죠?

잠자냥 2026-06-22 19:56   좋아요 0 | URL
맞음. 기억 나서 천만다행.
얘들아 <떼레사….>는 이렇게 다락방이 수십 년 지나도 기억하는 명작이란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6-22 23:27   좋아요 1 | URL
🤣🤣🤣🤣🤣
 
소금이 왜 바다에 있지
브리기테 슈바이거 지음, 박광자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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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속임수다.‘ 삶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던 결혼. 그러나 그것은 곧 죽음의 시작이었구나. 생각이 많고 진지한 여자의 결혼생활은 어떻게 파멸로 치닫는지, 미쳐가는지 덤덤하게 쓰고 있지만 피의 절규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하다. 나치에 맹종하던 그 시절 독일인에 대한 포착도… 명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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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20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자가 자신이 우매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려고 들면, 사람들은 대개 그 여자가 자기와 결혼해서 함께 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그걸 용납한다. p.81

내가 그 옷 입는 것을 그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걸 도전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 옷을 좋아하는데. 하지만 그가 싫어하는 것을 내가 좋아한다는 것은, 내가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원피스는 권력의 문제다. p.142
 
미셸 푸코의 말 - 천의 얼굴을 가진 사상가의 고백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미셸 푸코.로제 폴 드루아 지음, 이상길 옮김 / 마음산책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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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당하기를 원치 않기에 “더 이상 얼굴을 갖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는 이 ‘대머리 여가수’. 스스로 폭약 전문가라 선언하는 푸코. 비록 불완전한 형태의 대담을 수록한 책이지만 대화 곳곳에서 느껴지는 푸코의 빛나는 통찰력과 함께 그의 여러 얼굴 중 일면들을 엿볼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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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19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폭약 전문가입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포위공격이나 전쟁, 파괴에 쓰일 수 있는 무언가를 제조합니다. 저는 파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돌파하고, 전진하고,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폭약 전문가는 우선 지질학자입니다. 그는 토양층, 습곡, 단층을 들여다봅니다. 어떤 부분이 굴착하기 쉬울 것인가? 어떤 부분이 굴착에 견딜 것인가? 그는 요새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지 관찰하고, 은폐 또는 공격 개시에 사용할 수 있는 지형을 면밀히 조사합니다. 이 모든 것이 명확히 파악되면, 이제 실험, 암중모색 단계가 남습니다. 정찰대를 파견하고, 감시병을 배치하고,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그런 다음 사용할 전술을 정의합니다. 참호 파기인가? 포위공격인가? 발파인가, 아니면 직접 돌격인가? 결국 방법은 바로 이러한 전략과 다르지 않습니다. p.90

제가 보기에, 정체성은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권력 유형의 주요 산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 사회의 법적-정치적-치안적 형식들이 사실 정체성의 구성 과정 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고유한 역사성, 기원, 연속성, 삶의 마지막 날까지 그 영향이 이어지는 어린 시절 등을 지니며 동일성을 띠는 주체는 예전의 법적 형식과 근래의 치안적 형식 안에서 행사되는 특정한 권력 유형의 산물이 아닐까요? 권력이 단순히 부정, 거부, 배제 메커니즘의 총체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만 합니다. 그것은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생산합니다. 필시 권력은 개인 그 자체까지도 생산합니다. 개인성, 개인적 정체성은 권력의 산물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권력을 경계하고, 권력의 함정을 해체하려고 노력합니다. pp.1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