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의 말 - 천의 얼굴을 가진 사상가의 고백
미셸 푸코.로제 폴 드루아 지음, 이상길 옮김 / 마음산책 / 2026년 6월
평점 :
예약주문


규정당하기를 원치 않기에 “더 이상 얼굴을 갖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는 이 ‘대머리 여가수’. 스스로 폭약 전문가라 선언하는 푸코. 비록 불완전한 형태의 대담을 수록한 책이지만 대화 곳곳에서 느껴지는 푸코의 빛나는 통찰력과 함께 그의 여러 얼굴 중 일면들을 엿볼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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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1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폭약 전문가입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포위공격이나 전쟁, 파괴에 쓰일 수 있는 무언가를 제조합니다. 저는 파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돌파하고, 전진하고,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폭약 전문가는 우선 지질학자입니다. 그는 토양층, 습곡, 단층을 들여다봅니다. 어떤 부분이 굴착하기 쉬울 것인가? 어떤 부분이 굴착에 견딜 것인가? 그는 요새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지 관찰하고, 은폐 또는 공격 개시에 사용할 수 있는 지형을 면밀히 조사합니다. 이 모든 것이 명확히 파악되면, 이제 실험, 암중모색 단계가 남습니다. 정찰대를 파견하고, 감시병을 배치하고,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그런 다음 사용할 전술을 정의합니다. 참호 파기인가? 포위공격인가? 발파인가, 아니면 직접 돌격인가? 결국 방법은 바로 이러한 전략과 다르지 않습니다. p.90

제가 보기에, 정체성은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권력 유형의 주요 산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 사회의 법적-정치적-치안적 형식들이 사실 정체성의 구성 과정 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고유한 역사성, 기원, 연속성, 삶의 마지막 날까지 그 영향이 이어지는 어린 시절 등을 지니며 동일성을 띠는 주체는 예전의 법적 형식과 근래의 치안적 형식 안에서 행사되는 특정한 권력 유형의 산물이 아닐까요? 권력이 단순히 부정, 거부, 배제 메커니즘의 총체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만 합니다. 그것은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생산합니다. 필시 권력은 개인 그 자체까지도 생산합니다. 개인성, 개인적 정체성은 권력의 산물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권력을 경계하고, 권력의 함정을 해체하려고 노력합니다. pp.1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