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생각해봤다. 책탑 사진을 찍으려고 책을 사는 것은 아닌가? 사진을 찍어보지 말자. 그렇다면 덜 사지 않을까? 그러나........그렇지 않았다. 야금야금 역시나 열심히도 사고 있었다. 그 사이에 사서 읽고 벌써 되판 책도 있고(알라딘 중고에 판매하러 갔더니 바코드가 인식 못해서 점원이 일일이 입력해야만 했던 신간도 있었다), 읽고 나서도 팔리지 않고 살아남아 책꽂이에 꽂힐 영광(?)을 차지한 책도 있다. 그렇게 산 책들-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맡겨진 소녀>로 반한 작가. 아일랜드에 그러고 보면 참 좋은 작가가 많은 것 같다. 신간이 나와서 바로 구매...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이라고.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같은 해 오웰상, 케리그룹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아름답고 명료하며 실리적인 소설”이라는 평을 보냈다고. 근데 참 얇구나.
신시아 오직, <숄>
이것도 어제 출간된 것 보고 급박하게 구매. “프리모 레비와 엘리 위젤 등의 작품들과 더불어 홀로코스트 문학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필독서로 손꼽히는 신시아 오직의 대표작” 요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하는 짓 보면 가관이라 홀로코스트 문학도 꼴 보기 싫은.... 부작용이 있는데, 그래도 이 책은 궁금해서 샀다. 신시아 오직은 1997년 에세이 <명성과 어리석음Fame & Folly>이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00년에는 에세이 <언쟁과 곤경Quarrel & Quandary>으로 전미도서 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2005년에는 소설 <베어 보이The Bear Boy>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력이 있다. 이 작품 <숄>은 현대의 고전으로 손꼽힌다고. 에세이를 좀 읽어보고 싶은데....?
알랭 로브그리예, <진>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약간 고민했다. 살까 말까? 로브그리예의 <엿보는 자>를 생각하면 사는 게 맞고, 로브그리예의 <질투>를 생각하면 쳐다보지도 않는 게 맞다. 그런데도 계속 궁금해서 결국 구매했고, 나는 압도당했고, 최소 5번은 더 읽겠다고 허언을 남발했으나 한 번은 더 읽을 듯. 한 번은 더 읽고 리뷰 쓸 예정. 이거 물건입니다.... 로브그리예도 약간 천재인가...? 흠
에마뉘엘 보브, <나의 친구들>
한 번도 읽은 적 없는 프랑스 문학이라 관심이 갔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남자가 징징대는 이야기인가 싶어서 약간 꺼려졌던 이 책(<스토너>의 존 윌리엄스 데뷔작 <오직 밤뿐인> 읽고 젊은 남자 화자의 징징거림 질림)- 은오의 5별에 “맛도리”라는 소문 듣고 사 읽었는데 좋았다. 그리고 중고 서점으로 팔려가지 않고 살아남았다(비슷한 판형에 은오로부터 미모의 표지라는 극찬을 받은 <도시의 마지막 여름>은 팔려나감....).
이디스 워튼, <버너 자매>
이 책에 실린 다른 단편 <징구>와 <로마열>은 이미 다른 책에서 읽은 터라, <버너 자매> 때문에 사야할 가치가 있는가 고민 좀 했다. 그런데 <버너 자매>가 좋다는 소문이 많이 들려서 결국 구매. <버너 자매>는 중편으로 가장 기니까 괜찮아....
최승자, <연인들>
부코스키 시집을 읽었더니 시집이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승자 언니의 시집 중 유일하게 사지 않았던 이 책을 구매했다. 어느 늦은 밤 펼쳤다가 일단 덮었다. 난 이상하게 시집 읽기가 가장 어렵더라. 분량은 짧은데도 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읽기가 시집 아닙니까?! 안 그런가요?
줌파 라히리, <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
최근에 마음산책에서 줌파 라히리 소설과 에세이가 각각 1권씩 출간되었다. 소설 <로마 이야기>는 당장 살 것처럼, 다락방에게 땡투도 해놓고 장바구니에 담았었는데, 다락방이 4별 주면서 뭔가 아쉬움을 끼적거려서 일단 식음......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고 그러던 차에 나온 이 에세이부터 구매. “타인을 번역”한다는 말에 꽂혔던 것 같다. 어차피 우리는 다 타인을 “번역”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실라 미요시 야거, <애국의 계보학-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만든 서사들>
제목만 보면 평소 내 관심사는 아니라서 패스했을 것 같은 책인데 희진쌤이 기획, 감수자로 이름을 올리고 저자가 내국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한국의 역사, 젠더, 민족주의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 책으로 신채호, 이광수, 박정희, 김대중이 등장한다. 목차만 봐도 흥미로워 보이는데.
아비탈 로넬, <어리석음>
해체론의 창조적 계승자라고 불리는 아비탈 로넬의 국내 첫 번역서(이 책 출간 후 <루저 아들>(2018) 나옴). 어리석음을 논한 서양의 다양한 저작을 새롭게 읽는 형식으로 핀천, 도스토옙스키, 워즈워스의 작품들을 비판적으로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 이후 아비탈 로넬은 성추문에 휩싸였는데 그게 참 기묘하다. 로넬은 2012년부터 3년 동안 제자에게 신체적 언어적으로 상습 성폭력을 가했다는 추문에 휩싸였는데(버틀러 언니와 스피박 언니, 지젝 등이 로넬 지지하는 편지를 뉴욕대에 보내서 논란이 더 커짐). 그게 참 이상한 게 로넬은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고 로넬로부터 성폭력당했다고 주장하는 제자 또한 동성 파트너가 있는 동성애자인데 게이잖아?! 로넬 언니 양성애자입니까??? 아무튼 에이스는 아닌가 봅니다....
마사 누스바움, <역량의 창조- 인간다운 삶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누스바움이 제안하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제안. “누스바움의 '역량'은 한 사람이 타고난 능력과 재능인 동시에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에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의 집합을 의미한다.”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찾는 과정은 결국 사회 정의를 모색하는 일환이기도 하다는 누스바움의 주장에 동의.
아를레트 파르주, <아카이브 취향>
재미있어 보여서 샀다. 아틀레트 파르주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를 연구한 역사학자로 로버트 단턴이 “프랑스 최고의 역사가 중 한 명”으로 꼽기도. <서양 여성사> 등 굵직한 유럽 통사 기획에도 참여한 인물로서 대중, 빈민, 여성 등 소외계층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파르주는 이 책에 아카이브를 연구하며 얻은 단상들을 기록하면서 거기에 따르는 고민과 성찰들을 담아보았다.
[eBook] 앤절라 첸, <에이스- 무성애로 다시 읽는 관계와 욕망, 로맨스>
읽고 리뷰 남김. 즐거운 독서였다. 이 책 샀던 날 에이스 은바오가 에이스는 에이스로부터 받아야하지 않겠느냐며 기프티북을 보냈던데 이미 다운로드 받았던 나는 선물 거부. 눈물을 흘리며 다시 책을 주워 담은 은바오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중.
지난 11월 24일 금요일 오후..... 갑자기 회사에서 바쁜 일이 생겨서 그 좋아하는 시장조사도 내팽개치고 일에 몰두하던 잠자냥은 정희진의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출간 소식을 미처 접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교양인에서 곧 희진쌤 신간이 나올 것 같은 낌새는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이 책일 줄이야. 바쁜 일을 마치고 다시 시장조사에 들어간 잠자냥이 북플에 뜬 이 책 발간 소식을 알고 장바구니에 담기 전, 주말 전에 메일이나 확인하자- 싶어서 메일함을 열었더니 아니 이 은바오가 또 뭘 보냈네?! 뽀뽀 세례와 함께 희진쌤을 보낸 은오..... 잠깐 고민했다. 주머니 가벼운 학생에게 이것을 받아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그런데 이 책은 선물받는 의미가 남다른 책인 거 같아서 받기로 했다. 그리고 정확히 오늘 새벽 3시 59분에 도착한 이 책.


고마워! 나한테 희진쌤 책 선물한 여자는 은오 니가 처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