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류의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눈을 크게 자극하지는 않지만 한참 시선을 잡아끄는 사진들... 그 사진들과 함께 일상을, 추억을 은은한 에세이로 옮겨놓은 여백이 편안함을 주는 책들 말이다. 글밥이 많은 빽빽하고 두꺼운 책들과는 반대로 빠른 속도로 읽혀지지만, 읽으면서 기억속에 또다른 나와 조우하는 기분이 참 좋았다. 갓 서른을 맞이한 그녀여서, 그녀가 거쳐온 일생을 이미 나는 지나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편안하고 여유롭게 읽은 책이었다. 큰 숙제를, 누구나 넘어야 하는 큰 산을 나는 이미 넘어온 느낌이랄까! 방송작가 이면서 작사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민선 작가이다. 서른을 맞이한 그녀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글에서 느껴진다. 이 책 역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곱씹어 읽다보면 내 안에 묻어있는 추억 한 조각이 슬며시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있다. 공감과 동감을 함께 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지나온 시간에 대한 그리움들이 나를 잔잔하게 흔든다. 나는 기꺼이 마음을 뺏기기도 한다. 이 책 역시 곳곳에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가슴에서 진동이 느껴지는 글을 만날때면 감격하게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 책을 읽는 기쁨 중에 제일 큰 장점일거다. 그런 소소한 글들이 읽는 내내 행복을 가져다 줬다. 때때로 먼지를 한 움큼 집어삼킨 것처럼 목이 꺼끌꺼끌하다. 이유도 모르는 채 가슴이 바삭바삭 탄다. 갈라진 마음을 반으로 쪼개면 이것저것 한 바가지는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산다는 게 때때로 이렇다. 그 분과의 심야 데이트 ...... "모든 사람의 일생에는 모두 같은 크기의 힘듦이 주어지는지도 몰라. 넌 미리 다 겪었으니까, 짐을 많이 내려놓은 셈이지. 앞으로의 삶은 조금 더 편안해질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