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의 선물 -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필생의 가르침
에릭 시노웨이 & 메릴 미도우 지음, 김명철.유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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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는 잘 안 읽는 편이다. 아니..전혀 읽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알고있으니까,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 다 알면서도 그것이 내 몸밖으로 표출되지 않을뿐. 뻔한 이야기로, 뻔한 내용으로, 그렇게 뻔한듯 내뱉는 텍스트들이 못마땅했고, 쉽사리 그들의 텍스트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늘 불평과 불만, 만족하지 못했던 공감들을 다시 되새기고 싶지 않았다. 우연히 <하워드의 선물>을 손에 쥐었을때에도 그러했다. 이것이 자기계발 서적과 별반 다르지 않는 듯한 생각이 미치니, 차일 피일 읽기를 미루었었고, 읽기 시작하면서도 어쩌면 내 마음속에 잔뜩 날카롭게 벼린 날을 세우고 읽었을지도 모른다.  <하워드의 선물>는 조금 의외였다. 강요하고 강조하고, 이것이 맞으니 이렇게 행동하라는 주입식의 느낌이 아닌 일상의 자잘한, 사소한 모습들을 그대로 담고 있는 대화체로 시작해, 읽기가 한결 수월하다. 또한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핵심등의 포인트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인물들의 삶을 조용히 들여다 보며,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와 에릭이 함께 나눈 대화를 토대로 쓰여졌다. 에릭은 자신들의 지인이나 인연들의 고단한 삶과 그리고 갈등과 고민,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하면 그들의 선택과 결정에 도움이 될까, 하는 또다른 고민을 하게 된다. 그는 그런 이유로 하워드 교수를 자주 찾았고,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하면 후회없는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나는 제 삼의 인물들의 실제 사례를 듣고 고민들을 풀어가는 하워드와 에릭의 대화를 읽으며, 또한 잠깐의 토막 생각에 빠졌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나와 별반 다를것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들이 여타 나의 모습과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책을 시작하는 서문에는 이런 글이 씌여 있다. "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또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며 무엇을 비우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인생이란 그렇게 채우고 또 비우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 길 위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선택과 도전 앞에서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지혜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잊지 않기를 바라며..."  그러하다, 수많은 갈림길에서 나는 , 그리고 당신은 또한 그만큼의 고민과 선택에 대한 지독한 통증을 느끼지 않을까. 선택의 옳고 그름이 아닌, 이득과 이익이 아닌, 자신의 내면속에서 만족할수 있는 그 무언가를 얻기를 원한다면, 스스로에게 단 한번뿐인 기회라도'용기'가 필요한 순간일지도.

 

이야기는 크게 용기, 전환점, 인생, 멘토,삶 등.. 단어들을 요소 요소 적절히 버무려 놓은 듯하다.  어떻게 보면 사고의 전환을 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틀에 박힌 관념들,생각들이 결국은 내게서 '용기'라는 하나의 재료를 빼앗아 가는것이 아닐까, 조금만 다른 방향으로 , 다른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충분히 더 많은 길과 방법들이 많을텐데, 그 관념은 나를 어느 작은 공간에 가둬 버린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히 어지럽힌다. <하워드의 선물>은 충분히 알고 당연한 글들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악착같이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한 나아가아할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가 비슷한 생각과 고민들로 지금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나와 당신이 마음 한켠에 위로와 안도를 안겨 주는 것일지도. 하워드는 우리의 수많은 생각과 , 내면의 삶 속에서 하워드는 조금 더 지혜롭고, 스스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수 있도록 나와 당신에게 '선물'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 책 속에서

전환점이란 단지 살짝 변화만 주는 그런 차원이 아니야. 지금까지 달려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어야 할 지점이지. 그 속에는 우리의 숨은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엄청난 힘이 들어 있어.(21쪽)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처음이기 때문에 한 번도 안 가본 길을 가는 것과 같아. 그럼 어떻게 해야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 다행히 세상은 구석구석에 전환점이라는 의미 있는 지표들을 숨겨놨어. 다만 사람들이 그걸 못 보고 지나쳐서 문제지. 심지어 자신이 전환점에 서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해. 설령 알아챈다 하더라도 건설적인 고민 없이 단순하게 반응할 뿐이고. 이게 다 전환점을 단지 '우연히 일어난 일'로만 여기기 때문이야. 그러지 자기 인생인데도 마치 구경꾼처럼 행동할 수밖에. (31쪽)

 

누구나 시련에 처하면 힘들다고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시련 자체가 힘든게 아니라 시련에 처한 자신을 인정하기가 힘든 거야. 분명한 것은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꾸 외면할수록 시련은 더 커진다는 사실이지. 건강검진을 회피하다 결국 암을 키우는 것처럼.(154쪽)

 

사람들은 약점을 없애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그것 역시 소중한 자산이라는 걸 잊지 말게. 약점이란 감정을 떠받치는 여러 개의 의미 있는 주춧돌과 같다네. (180쪽)

 

자네가 깊은 구덩이에 갇혀 있을 때 어떻게 꺼낼지를 놓고 토론하는 사람은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다는 얘기야. 정말 필요한 사람은 구덩이 안으로 뛰어들어 '나도 여기 빠져본 적이 있어요. 우리 함께 나갈 길을 찾아봅시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지.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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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패밀리
고종석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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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도,  인물 한명 한명에 대한 디테일한 내면 묘사도. 왠지 모르게 얼마전 읽은 또다른 가족 소설<사랑이 달리다>와 은근 비교가 되기도 했다. <사랑이 달리다>는 가볍고 유쾌하고, 조금은 억지스럽게 과장된 유머 코드가 담뿍 담긴 소설이었다면, <해피 패밀리>는 , 그와 상반되는 어둠이 낮게 깔린듯, 진지하고, 묘하게 가족들간의 관계에서 알수 없는 진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의외였다. 제목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가족 구성원, 또는 가족의 일원이 될지 모르는 어느 인물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렇게 시작되는 첫번째 인물은 한민형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한진규,민경화,서현주, 한영미,한민주, 이정석,강희숙,한지현, 한민희 이렇게 각각 인물들이 챕터마다 각각 '화자'가 되어 자신의 내면과 사연, 감정들을 풀어내고 있다. 전혀 행복하지 않은듯한 이 인물들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어떠한 '사건'을 가슴 깊이 묻어둔채 한편으로는 부모를, 한편으로는 형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채 ,자신만의 내면에 갇혀 , 고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커다란 하나의 '사건'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평생  지워 버릴수도 없는 충격과 아픔, 고통으로 다가왔다. 소설은 그렇게 어떠한 '충격적 사건'이라는 하나의 무기를 지닌채 끊임없이 읽는 나로 하여금 의문, 궁금증의 여지를 남겨놓음으로써 끝까지 읽어갈수 밖에 없는 힘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무언가 느낌으로 지레짐작함에 조금은 알수 있었던 '사건'의 흐릿함이 내 머릿속을 스쳤지만,  책을 읽는 사이 그 생각들은 하얗게 부서져 버리곤 잊혀졌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한듯 하면서도, 가족을 그려내는 이야기는 개개인을 가족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임을 다분히 담아내고 있다. 그것이 어쩌면 지금의 현재 우리 가족의 모습과 별반 다름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통과 대화가 단절된 지금의 우리 가족들은 어떠할까. 하지만 단순히 소통의 문제가 아니다. 이 소설은 각기 다른 입장, 다른 환경, 다른 위치에 놓여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여러 다양한 방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건조하고 어둡고, 암울한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했지만 , 나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때의 짙게 드리워진  불편한 감정은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다. 사건의 전말과 결과를 알게 된 후의 '찝찝함'과 '불편함'이 있긴 하다고는 하나, 그것이 전체적인 소설의 중요한 포인트라고는 생각할 수는 없다. 어떻게보면, 생각치 못한 결말에 조금은 당혹스럽거나, 놀라울수도 있지만, 그 사건을 풀어가는데,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 가족에 대한 우리의 관념들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림으로써 우리의 허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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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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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소설가
오르한 파묵



가벼운 에세이만 연속 읽는다는 건, 어쩌면 좋아하는 분야이지만 역효과를 내기도 해요. (요즘 그래요 제가.) 한동안 에세이, 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과 얇은 분량의 이야기들을 탐욕스럽게 탐색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다음 책으로 어떤 책을 읽을까 하며 책장을 빼꼼히 바라보다가 우연히 이 책이 저의 시선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저는 이론, 강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은 거부감이 있어요. 아무래도 익숙치 않은 분야이기도 하고, 저에게는 난해함 그 자체였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요.



하지만 묘하게 이 책을 읽을지 말지 고민하면서 집어들고는 후루루룩 책 페이지를 넘겨보니, 은근한 '끌림'이 느껴집니다. 딱딱한 문체가 아닌 누군가와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듯 대화체로 쓰여있어서, 거부감 없이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소설가 오르한 파묵이 하버드 대학교에서의 강연록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그러니까 대화체로 흥미롭게 쓰여졌다고 해서, 이 책이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지만은 않아요. 또한 그렇다고 해서 우리와 같은 평범한 독자에게 어렵게 읽히거나 난해함으로 가득하지도 않답니다. 제가 느꼈던 건 대체적, 아니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는 점이에요.





내게 소설의 가치는 우리로 하여금 소박하게 세계에 투사할 수 있는 중심부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힘에 있습니다. 더 간단하게 말해,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에게 삶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느낌을 얼마나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합니다. 소설은 삶에 관한 우리의 중심 사상에 호소해야 하고, 그러한 기대 아래 읽혀야 합니다. (11쪽) 우리는 소설을 읽는것에 대해 깊숙히 생각해 보지 않아요. 그냥 텍스트의 흐름에 따라, 읽어가지요, 자신의 머릿속에서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떠한 변화를 겪고있는지 모른답니다. 하지만 어떠한 소설을 접하느냐에 따라 , 삶의 방향, 의미, 생각의 변화를 느끼게 만들어요. 오르한 파묵은 소설과 소설가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대부분 삶의 의미(가치)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시각적 문학입니다. 소설은 주로 우리의 시각적 지능, 즉 사물들을 눈앞에 떠올리고 단어를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전환하는 능력에 호소하여 우리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문학 장르와 비교했을 때, 소설은 우리의 평범한 인생 경험과 때로는 알아차리지도 못했던 감각에 대한 기억에 의존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있습니다. (92쪽)





시는 그림과도 같다. 어떤 것은 가까이에서 보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어떤 것은 멀리 떨어져서 보면 영향을 끼친다. 어떤 그림은 어두운 구석을 좋아한다. 어떤 그림은 비평가의 날카로운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으므로 꽤 밝은 곳에서 감상해야 한다. 어떤 그림은 한 번에 마음에 들어오고, 어떤 그림은 열 번 정도 보았을 때 사람에게 즐거움을 안겨 준다. - 호라티우스 [시론] (95쪽) 이 시론의 한 구절을 읽으면 가만히 곱씹게 됩니다. 비록 시와 그림을 비유한 글이지만. 소설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순문학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그 속에는 이렇듯 다양한 감각들을 이끌어 냅니다. 이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면 소설가들이 글을 쓸때 자신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그 무엇의 이미지를 어떠한 단어를 선택해 적절히 잘 표현하냐에 달라지겠지요. 상상의 이미지를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찾아 내고 표현할수록. 독자로 하여금 이렇게 다양한 느낌과 감각으로 작가가 생각한 이미지를 고스란히 흡수 할수 있을 테니까요.





이 책은 어떻게 소설 읽어야 하는가 하는 것보다는 대부분이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중점을 두고 채워져 있어요. 그렇다보니 소설가들이 글을 쓸때 일어나는 생각, 행동, 관점, 등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말해주고 있지요. 어찌보면 오르한 파묵 , 자신만의 생각과 주관으로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일 수도 있지만 다른면에서는 객관적인 관점일 수도 있는듯이 느껴진답니다. 그런 이유가 어쩌면 이 책의 텍스트 속에는 많은 작가들과 (아직 내가 접해보지 못한 작품) 수많은 작품들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고 , 자신의 생각들을 꾸밈없이 전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렇기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 책은 오르한 파묵,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쓴 자신만의 소설론으로 여겨질수도 있으나,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 평범한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독자들이라도 한번쯤 읽어 보기에는 매우 유용한 부분들이 깨알같이 숨어 있답니다. 또는 소설들을 읽을때 생각의 가치, 또다른 의미, 또한 읽는 것에 대한 틀을 잡아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장르 소설을 읽을 때는 삶의 의미와 관련된 기본적인 문제를 묻는 존재론적인 긴장감으로 지치지 않기 때문에 훨씬 편하게 느낍니다. 사실 우리는 모든 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마치 집에 있는 듯한 안전하고 평온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 장르 소설을 읽습니다. 위대한 순문학 소설을 찾는 이유는 세상에서 길을 잃은 듯이 느끼고 삶의 의미를 알려 줄 지혜를 갈구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속해있는 우주와의 관계가 단절된 현대인은 스스로 나아갈 바를 찾기 위해 소설을 읽습니다. (154쪽)





오르한 파묵은 이 책을 소설 이론을 분석하고 논쟁을 벌이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 합니다. 그는 소설가로서 살아오면서 그동안의 경험과 자신의 소설 쓰기에 관한 내용들로, 자신의 개인적인 관점을 표현하기 위해 쓰였다고 합니다. 22살의 그가 화가의 길을 버리고 소설가로서의 길을 가겠다는 확고한 결심에서 주변의 지인들은 독자층이 한정된 나라에서의 소설가가 된다는 그에게 "오르한, 사람은 스물두 살 때 인생을 알수 없단다, 나이를 좀 더 먹고 인생을, 사람들을, 세상을 경험해 봐" 라고 말합니다. 그말에 오르한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소설은 우리가 인생을, 사람을 알기 때문에 쓰는 게 아니에요. 다른 소설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와 같은 방식으로 써 보고 싶기 때문에 쓰고 싶은 거라고요!" 라고 말이지요.



지금에 오기 까지 그는 ,오랜 시간동안 인생에서 마주친 사물과 삶과 세계에 대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 표현하기 위해 그는 책 속에서 꾸준히 언급했던 '소박한'과 동시에 '성찰적인' 소설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비록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닌, 때로는 약간의 집중력도 필요로 하는 책이지만,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고, 독자로 하여금 거부감이 생기지 않을 만큼의 재미와 깊이감도 느껴집니다. 200 페이지가 채 안되는 얇은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르한 파묵, 그의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내면을 조금 엿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듯 싶어요, 또한 소설과 소설가, 그리고 독자에 관한,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일깨울 수 있던 기회였기도 했고요. 왠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과 재미로 소설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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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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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꾸 나의 시선을 붙잡는 일본 소설을 나는 결코 외면할수가 없었다.  인터넷에서도 서점에서도 계속 내 시선을 빼곡히 채웠던 소설 <십자가> 어렴풋이 누군가의 리뷰를 대충 훑어보면서 '왕따'에 관한 이야기라는걸 알았다. 그리고는 나는 지레짐작 당연한 흐름을 예상해 버렸는지도. 소설의 중반을 지나서도 어떠한 감흥도 몰입도 느끼지 못하였다. 지지부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도, 마음에 안들었을 뿐더러, 지루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건조함이 풀풀 날리는 흐름이라니. 이 소설이 왜 이렇게 평이 좋은 것이 였던건지... 읽는동안 내내 나는 불만으로 가득했지만, 이미 반이나 읽어버린 책을 포기하기는 왠지 아쉬웠고, 책 속의 이야기의 결말이 은근 궁금해졌다. 또한 책 속에서 느꼈던 의문들도 아직 풀지 못했으니..

 

이 소설은 구성이 조금 독특하다. 소설 <십자가>는'왕따'를 당하는 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그려지는것이 아닌, 왕따로 심각한 고통을 받았던 중학생 후지슌의 자살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현재의 모습이 아닌, 성인이 된 '나'(사나다 유)의 시선으로 기억을 곱씹듯 그려지고 있다. 기억 속 우리들이 중학생이였던 그 시절, 그 시간들을 회상하듯이 '나'의 독백 또는 회상록의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왕따를 당하던 후지슌, 그리고  자살 짧게 쓰여졌던 후지슌의 유서에 담겨져 있었던 4명의 이름, 그리고 그들이 짊어졌어야 심리적 고통과 슬픔, 안타까움들.  왕따를 당했던 당사자의 고통은 순간의 선택일지라도 남겨진 자들은 어쩌면 평생을 가슴에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겠지. 왜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늘 학원 폭력의 피해자 , 당사자에게만 연민을 느꼈을뿐, 남겨진 자들의 고통과 슬픔과 아픔은 전혀 마음에 담지 않았었다. 그들을 이야깃 거리로 다루는 사회적인 시선들도 아마 그러했을 것이다. 모든 초점은 피해자에게만 맞추어져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차단해 버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책을 읽다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남겨진 자들의 마음을 느껴보려 해도 도무지 쉽지가 않다.  그것은 어쩌면 무언가 건조한듯 인물들의 심리, 내면을 들여다보는듯이 조용히 흘러가는 스토리에서 무언가도 얻지 못하고 , 무언가를 알지도 못했고, 무언가를 버리지도 못한채  난 그렇게 텍스트를 곱씹듯 읽어 나가서가 아니였을까. 하지만 그렇게 무심하게 읽히던 소설에서 나는 의문이 생겼고,  후반부로 접어들면서는 지독히도 저릿한 강한 여운을 남겼다. 다시 말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왕따'를 당한 피해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끝내며 나는 생각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누군가는 잊혀지고 , 지워진다는건 , 시간의 순리이다. 어느 누군가가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일상의 삶에서 흐릿한 기억으로 주위를 맴돌다, 어느 순간 '잊혀진 사람'이 된다는 것에 어쩌면 '나'(사나다 유)는, 왜 자신이 후지슌의 절친이 되어있는지도 모른채 늘, 등에 커다란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나'의 기억속에서 후지슌이 사라질까 늘, 불안했고, 그것이 후지슌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가 된다고 생각해서 였을까. 그건 어린 사나다 유가 감당하기엔 너무 버겁고 평생에 짙은 트라우마로 남는 고통의 시간들이 아니였을까.. 잊지 말라고, 잊어서는 안된다고 , 평생 후지슌을 등에 그림자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했던 사유리와 사나다 유가 문득 참 많이 가여웠다. 소설 <십자가>는 이렇듯 한 소년의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들을 담담한듯 섬세하게 내면속 심리를 담고 있다.  살아 간다는것은 과연.. 내게, 또는 당신과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쩌면 삶은 혼자만의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로 인해서 ..어쩌면 인생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또다른 희생자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한동안 이 소설은 내 페부의 깊은 곳을 찌르고 있을 듯하다.

 

 

책 속에서

 

나이프의 말에서 가장 아플때는 찔린 순간이야.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지. 그 말은 등에 진 채 계속 걸어가야 해.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 놓을수 없고 , 발길을 멈출 수도 없어. 걷고 있는 한, 즉 살아 있는 한 계속 그 말을 등에 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 . (75쪽)

 

 

왕따는 어린아이 같은 짓이 아니다. 사람이 죽을 정도의 문제를 어린아이의 유치한 잘못으로 끝내 버리면 안된다. (217쪽)

 

 

사람의 기억은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나의 사건이나 한 사람에 얽힌 추억이 강물에 떠내려가듯 조금씩 멀어지고 잊힌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하지만 실제로 추억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간다. 충분히 멀어졌다고 여겼던 추억이 갑자기 등골이 오싹할 만큼 생생하게 다가오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이 파도에 씻기듯 한꺼번에 먼 곳으로 떠나기도 한다. 바다는 잔잔할 때도 있고 거칠어질 때도 있다. 밀물일 때도 있고, 썰물일 때도 있다. 그것을 반복하면서 추억은 조금씩 바다로 떠내려가서 수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그때 우리는 겨우 하나의 추억을 잊어버릴 수 있지 않았을까? (284 - 285쪽)

 

 

절친이라는 것은 죽고 싶을 정도의 고민이 있을때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인 동시에, 털어놓지 않아도 눈치를 채거나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도 뭔가를 해주려고 하는 상대이다. (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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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 마음이 흐른다
신미식 지음 / 푸른솔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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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쯤, 서점에서 이 에세이를 발견하고 마음에 들었었다. 그것은 우연히 펼친 어느 한 페이지에서 였다. 구입을 하려다가 살포시 내려놓고 돌아왔다. 그런데 며칠 전 도서관에 예약도서를 찾으러 방문했다가, 이 에세이집을 우연히 다시 발견했다. 망설임없이 함께 예약도서와 대출을 했고, 근처 카페에서 이 책을 잠시 읽다가 귀가 하려고 했지만, 무심히 넘기던 책 페이지는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었다. 그날의 하늘은 햇살이 내리쬐다가, 먹구름이 몰려오며 비가 오다가, 우박처럼 4월의 눈을 바라보다가, 그렇게 변덕스러웠다.  기대를 한 탓인지, 아니면 우연히 어느 페이지에서 발견한  어떠한 문구에 끌렸던 것인지, 한참을 읽어 내려간 에세이는 내 생각만큼의 감성을 충분히 채워주지는 못하는듯 했다. 여행작가가 아닌 사진작가, 그 한뼘의 차이는 조금 다른 것이였을까.. 작가의 텍스트에서는 표현의 부족함과 함께 조금은 괴리감이 느껴지는듯, 겉돔이 꽤나 짙다. 유난히 많은 사진들 속에는 아이들의 표정을 담은 사진들이 자주 눈에 밟힌다. 사람, 추억, 여행, 사진...이란 키워드로 때로는 짧게,때로는 하루의 생각과 내면을 담은 일기 형식의 텍스트들.. 소소한 일상일지, 아니면 자신의 내면일지, 또는 사진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일지..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려는듯 그 노력이 다분히 보이는듯 하다. 사진이 말해주는 여행지들의 순서 또한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국 , 내외 여행 사진들이 순서와 정열의 나열 방식이 아닌, 어느순간 파란 눈의 아이에서 국내의 시골스런 풍경이 다음 페이지에서 불쑥 튀어나와 잠시 당황했더랬다. 잘못 된 건가..싶었지만, 이것은 작가의 생각과 스타일이겠지 싶다.

 

수많은 곳을 여행다니며 , 그는 그곳에서 만난 풍경 속, 사람들의 표정에서 느낀 짧막한 편린과 마음 속 깊이 느꼈던 감정들을 토내해는듯 하다. 오래전 <지라니 합창단 희망을 노래하다>라는 작가의 또다른 에세이를 접한 기억이 났다. 그 당시에도 작가의  문체와 텍스트보다는 나는 사진에 더욱 매력을 느꼈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표정들을 살아있는듯 디테일하게 담아 놓은 그 사진들이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있음에 새삼 놀라웁다. 이번 에세이는 한 곳의 여행지가 아닌 여러 여행지에서 담은 사진들로 더 많은 색채와 다양한 사진들을 접할수 있다는 사실이 참, 마음에 든다. 아마 여행작가와 사진작가의 차이라는게 이런 것인가.. 좀더 정교하고, 사람이 담고있는 내면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 이것이 신미식 작가의 색깔이겠지.

 

 

* 책 속에서.

 

내가 가는 길이 옳은지는 자신만이 알 뿐이다.

내가 걷는 이 길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는 자신만이 알 뿐이다.

누군가에게도 묻지 마라.너 자신을 믿고 그 길을 갈 때 확신이 생기는 것이니까 _ 첫 페이지

 

 

 

좋은 사진이란 잘 찍은 것이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진에는 정답이 없다.

그 정답 없음이 사진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기도 하고 절망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사진은 분명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다.

그 창을 여는 것은 내 가슴이다.

당신은 마음의 창을 열고 사진을 담을 것인가?

아니면 창을 닫고 사진을 담을 것인가?

분명 사진은 쉽다.

그리고 사진은 어렵다.

그러나 나에게 사진은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삶 그 자체다.

그 삶을 즐기는 내가 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해.

아픈 이별이 없었다면 아름다운 사람도 없었을지 모른다고.

나에겐 아픈 이별을 고한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사랑을 시작하게 한다는 사실.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진실이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_ 65쪽

 

 

 

침묵.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때로는 설명이 필요 없는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이 나에겐 그렇다. _ 233쪽

 

 

 

스스로 외로움 속으로 너를 밀어 넣으려 하지 마.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외로움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애써 네 자신을 스스로 아프게 만들지 않기를.

그렇게 아픔을 견디며 성장하면 후에 상처의 흔적들이 너를 괴롭힐지도 몰라.

내가 그랬으니까.

너의 인생에 찬란한 무지개의 빛이 피어나기를 _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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