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
김얀 지음, 이병률 사진 / 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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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에세이를 읽었다. 도통 요즘 책 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터라, 소설 보다는 에세이의 읽기가 점차 늘어난다. 우연히 sns를 뒤적이다가 눈에 띄였던, 에세이.  '야하고/이상한/여행기' 라는 책 표지의 작은 글귀가 유난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라고 하기에도, 포토 에세이라고 하기에도 애매모호하다. 두가지 느낌을 품고 있으면서도, 텍스트로 전해지는 느낌들은 묘함을 풍긴다. 그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한편으로는 여러 타국(13개국)을 다니면서 끄적끄적 메모하는 듯한 느낌의 텍스트들은, 어느새 그녀는 가슴 깊이, 무언가를 갈망하고 갈증스러워 함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단순히 일상이 지겨웠고, 똑같은 반복적인 삶이 싫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쩌면, 자신 스스로 채우지 못한, 채우고 싶었던 아니면 찾고 싶었던 그 어떤것 ..을 찾아 떠났음이 아니였을까. 그녀는 솔직하다 못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텍스트 사이 사이에 물끄러미 얼굴을 내미는 그 '남자들'은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도 함께. 가상일까, 실존일까 하는 궁금증이 텍스트를 훑어내려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그 문제가 중요하지 않음도 알것 같다. 그녀는 말한다. 때로는 실존과 상상이 만들어낸 인물들이 마구 뒤섞여 있다고. 여행지의 그곳 또한 상상속 도시와 다시 한번 찾고 싶은 도시가 이야기 속에는 엉켜있다

 

 

도시에 대한 ,세세하고 친절한 설명은 없다. 그곳에는 오로지 그녀(김얀)만이 오도커니 서 있을 뿐, 그리고 모든 배경들은 그녀를 두고 빙빙 돌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다른 이들처럼 여행이라는 목적 아래 많은 경험과 사진들을 어거지스럽게 내 머릿속에 마구 집어넣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녀가 여행을 함에는 어떠한 계기도 어떠한 목적도, 어떠한 플랜도 없다. 단순히 충동적으로 떠났고, 기약이 없었다. 하루종일 방 구석에서 오로지 자신의 생각들로 머릿속을 꽉 채운채 보내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낯선 타지의 낯선 이방인들 사이에서 한없이 강가를 바라보고 앉아있기도 한다. 의외스러울수도 있고, 어쩌면 꼭 그렇게 먼 타국까지 가서 허영스럽게 시간을 보낼 필요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도 , 하지만 나는 그녀의 여행이 왠지 저릿하다. 어쩌면 나 또한 이러한 여행을 갈망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없이 보낸 날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듯도 했고, 그녀는 왠지 늘 멍- 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오묘한 느낌의 그녀의 문체가 참 마음에 든다. 비록 내가 읽기전 생각했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책이였지만.. 내겐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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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진다 - 록이와 밤삼킨별의 Sentimental Book!
이록 지음, 김효정(밤삼킨별) 사진 / 스마트비즈니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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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들어있는 에세이라는 것이 조금은 내게 끌림을 주었다. 일상, 감성, 여행 에세이를 자주 접하는 내게 詩 라는 느낌은 당연히 호감과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표지의 색감도 그리고 밤삼킨별 님의 손글씨도 워낙 좋아하는 터라 , 집어들었다. 하지만 이 얇은 한권의 에세이는 좀처럼 내게 쉽게 다가오질 못하는듯 했다. 난해한듯 몇번을 곱씹어도 잘 이해할수 없는 아리송한 텍스트를 나는 고스란히 내 것으로 흡수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어느 한 편의 시는 고스란히 내게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가 하면 어떠한 시는 그러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편의 시와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있으니, 시가 난해하다 해도 저자가 슬금슬금 써내려간 이야기들은 내가 단정지어 버린 '사랑' 과 '이별'에 대한 한계적인 또는 한정적이고 고정관념적인 시선들을 조금 더 다양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도 한다. 이 에세이는 단순히 남녀 사이의 정열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듯하다. 당연히 그러한 남녀간의 사랑도 내포되어 있지만 , 그 사랑의 다양한 표현과 그리고 이별, 삶과 지혜, 그리고 아픔, 생명에 관해 그 의미들을 가벼운듯 무겁게 , 적어 내려가고 있다. 소개글에서도 볼수 있듯이 20대에는 기쁨, 30대는 아픔, 40대는 그리움. 으로 읽는다 했다. 그러하다고 하지만 나는 왠지 아픔과 그리움이 더 크게 다가왔을까. 그러했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설레임과 기쁨 보다는, 지나간 시간 속을 다시 억지스럽게 끄집어 내야 했던, 그리고 다시 그 아픈 기억들을 다시 곱씹게 만들었기에. <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 진다>는 한편으로는 무덤덤히 읽혀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득 문득 저릿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꾸밈스런 텍스트인가 싶으면서도 ,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몽글거리니, 이러한 내 스스로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지 난감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번 에세이를 읽으면서 솔직히 조금은 작위적인 텍스트로 느껴짐이 잦기도 했더랬다. 공감을 하면서도 그 텍스트가 자연스러움이 아닌 조금은 돋보이게 하기 위한 미사여구나 작위적인 느낌이 드니,  흥이 덜했는지도. 그것이 과하다 라고 느낄 정도는 아니여서 심기가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러한 느낌이 마음 한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편협한 독서습관으로 인해 부러 시집을 조금 가까이 하지 않음을 스스로 자책하기도 부끄럽기도 하다. 어찌보면 어렵지 않은 시 인데도, 나는 이러한 것도 고스란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에세이는 조금은 낯설고 자주 접하지 않았던 표현들로 내게 당혹감을 한웅큼 안겨주긴 했지만, 나는 여러 시인들을 만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진다>는 큰 감흥과 공감을 선물하지는 않을지라도, 한번쯤 가볍게 읽어봄직하다.

 

 

-책 속에서

힘들고 괴로웠던 지난날을 잊을 수 없는 건, 내가 그대에게 보낸 괴로움의 이유 때문입니다. 어리석었던 날들이었지요, 그 때 내 입술에서 묻어 있던 괴로움의 말들이 지금은 잘 기억 나지 않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보냈던 괴로움 때문에 그대가 불행해진다면, 나는 그대에게 옮아온 그리움 때문에 불행할 것입니다. 내게서 떠나 그대에게로 옮아간 괴로움, 잘 이겨내고 계시지요. 그대에게서 옮아온 그리움, 이제 많이 지워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그대에게 보낸 괴로움으로, 나는 그대에게 옮아온 그리움으로 삶을 견뎌 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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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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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의 이야기가 영화로 개봉했다. 개봉 전에 읽으려고 벼르고 벼르다 결국은 개봉일이 가까워 져서야 책을 집어들었다. 그의 텍스트는 담백하다. 그리고 그의 소설에는 누구나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음이 다분히 느껴진다. 그 인생이라는 단어가 전하는 느낌은 한편으로는 중국 작가 '위화'와 조금은 닮은듯 하다. 하지만 위화의 소설이 오롯이 깊이감과 짙은 여운,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파묻혀 드러나지 않았던 삶의 인생을 다시 조심스럽게 꺼내어서 깨달음을 준다하면, 천명관은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인생을 야기하고 있다. 작년쯤 읽었던 <나의 삼촌 브루스 리>가 그러했다. 한 남자의 일생, 파란만장하고 기구한 삶이 기막히면서도 씁쓸한 웃음이 피식피식 흘러 나온다. 

 

소설 <고령화 가족>도 그러하다. 중년의 나이에 엄마의 집에 모여살게 된 삼 남매. 영화 감독의 길에 뛰어 들었다가 빚더미에 올라 앉은 둘째 인모, 화려한 전과를 지닌채 백수로 지내는 120kg의 거구인 쉰 살 넘은 한모, 바람을 피워 이혼 당한 셋째 미연과 그녀의 딸 미경. 그 삼남매는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마 남지 않은 보상금으로 겨우 얻은 엄마의 작고 좁은 집에서 복닥거리며 살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철없고 후즐근하게  나이 든 그들 삼 남매를 엄마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포용한다. 조카와 피자 한조각을 두고 싸우는 첫째 비대하고 거대한 한모나 , 이혼 당했음에도 여전히 이곳저곳 남자들에게 기웃거리는 셋째 딸 미연이나, 공부에는 전혀 관심 없을뿐 아니라 버릇없고,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조카 미경, 그리고 그런 조카에게 용돈을 삥 뜯는 둘째 인모(나)나.. 표면적으로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렇게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알지 못했던 한명 한명 그들의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이 깊은 곳에서 스물스물 하나씩 드러난다. 자식 밖에 몰랐고, 억척같이 없는 살림에서도 고기를 먹이려 하며 , 오로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 올바른 인생 길을 살아왔을 거라 자부했던 엄마의 또다른 이면 속 어두운 진실은 내게 가히 충격적이기도 했다. 박복하다 싶을 정도로 이들의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이들 가족의 일상의 생존기는 단순히 혈연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혈연이 비록 진한 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국은 한 집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구성으로 이루어졌으니 말이다.<고령화 가족>은 엄마의 헌신적인 모습을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고 싶었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천명관의 소설은 그러하다. 단순히 그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필력으로 웃음, 눈물,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그  텍스트들의 사이 사이에 스며있는 인생과 가족,그리고 사회, 영화, 충무로, 범죄 등을 단편적으로 조금씩 드러내어 주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장대한 범위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는듯 하면서도 어느 적당한 경계선까지만 끌어올려 폭 넓은 감정선을 느끼도록 만들어 준다. 또한 다른 면에서 생각하면 현실과 가상을 잘 버무려 적절하게 잘 사용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천재의 이야기 꾼이라는 수식어가 달리 만들어 졌을까. 이번 소설 <고령화 가족>은 비록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보다는 감흥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그러함에도 가볍게 잘 읽히는 소설이다. 또한 이 소설 속 캐릭터들의 개성이 워낙 강한 탓에 영화 속 캐릭터들이 소화하기엔 조금 버겁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되었을지 조금은 궁금하기도 하다.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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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너무 익숙해서 - 느리게 여행하기
서제유 지음 / 미디어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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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다' 라고 생각되는 에세이가 있는 반면 '부족하다' 라는 느낌이 다분히 드는 에세이가 있다. 내가 읽었던 <오늘이 너무 익숙해서>는 후자에 가까웠다. 부족했다. 너무도 많이. 에세이라는 건, '적당하다' 라는 느낌이 들때 가장 만족함을 느낄수 있을듯 하다. 그것이 내게 스며드는 공감이 될지, 아니면 질이 아닌 양적으로 텍스트의 부족함을 사진들이 대신 풍요롭게 해준다하던지, 그런것들. 하지만 내가 느낀 서제유님의 에세이는 무언가 참 사진과 글 모두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이 에세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한토막 한토막, 잘라 버린듯 그 짧은 한 구절을 읽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오늘이 너무 익숙해서>는 다이어리에 잠깐 끄적거린 듯한, 짧은 단상, 여행에서 느낀 잠시 잠깐의 생각들과  편린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 가끔은 내비쳐지는 여행에서의 에피소드가 조금은 긴 장문의 전부인듯.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 생각들로만 담뿍 채워져 있는 느낌이다. 텍스트가 향한 방향은 나와 당신이 아닌 단지 저자 서제유의 초점에 맞춰져 있는 듯 했다. 그러해서였을까. 텍스트가 스며들지 못하고 내 주위를 겉돌고 있을 뿐, 나는 어느 한 곳, 한 부분에서 조차 곱씹으며 맛과 향을 음미하지 못하였다. 그러했으니 떠남,자아,사랑,대화,여정 이라는 5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그 테마들은 내게 채움을 주지 못하였고, 가끔은 이해할 수도 없는 어느 한 구절에서 막혀버려, 잠시 몇번을 곱씹듯 읽기도 하였다. 내가 선호하고,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에세이가 아니여서 그럴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그렇게 한 가슴 한 공간도 메우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다 사라져 버림이 더욱 안타깝고 아쉬웁다.

 

때로는 눈에 익은 익숙한듯 비슷한 느낌의 글귀들도 있더랬다. 꽤나 자주 에세이를 접하는 탓에 그랬건 것일까. 이 책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한지 채 한시간이 되지도 않은 사이에 나는 마지막 장을 덮고 있더라. 그러했고, 또 그러했다. 내게는. 쉽게 읽히고 빠르게 읽히지만, 막상 리뷰를 쓰려하니 난감해진다.  내가 느낀 모든 생각과 감성들이 결국은 텅텅 비어버린듯 해서. 작가만의 독특하거나 매력적이거나 오묘한 특성을 살린 색깔이 없었던 것이 내게는 가장 큰 단점으로 다가왔다. 익숙한 글귀, 공감할수도 없을 만큼 짧막한 표현, 글귀의 의미를 이해 못했던 이야기들. 그러한 것들이 내 머릿속에 엉켜버린채 어느 순간 일독(一讀)을 해린 것이다. 비록 나에게는 채움을 주지 못하는 아쉬운 에세이 였지만, 그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건, 지금의 현실에 익숙해진 삶에 안주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 아니였을까. 한번쯤은 뒤돌아보기도 때로는 낯선 곳에서 낯설음을 마주하며 살아 숨쉬고 있음을 새삼 깨닫고 느낄수 있기를 , 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로 당신과 나도 잠시나마 간접적으로 느끼기를 바랐던 것이 아니였을까. '느리게 여행하기'라는 서브 타이틀에서도 느낄수 있듯이 말이다. 완벽히 그것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고, '마음에 들지 않아..' 라는 생각으로 가득찬 채 불편한 감정으로 읽어내려갔음에 더욱 저자의 텍스트를 거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세이라는게 , 개개인마다 선호하는 부분이 다른 것이니 당신에게는 이 에세이가 선물이 될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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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 - 삶에 서툰 나를 일으켜준 한마디
김지수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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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는 건, 어쩌면 나이가 들어감을 말하는것 뿐만 아니라, 그만큼의 인생을 겪어보고 보아오고, 그리고 살아가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에세이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는 어떠한 철학적으로나 심리도서 같은 느낌은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 이겠지만, 에세이 특유의 느낌을 물씬 담았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끄적거려 놓은 자신의 단편적인 생각, 감성의 편린을 조금 들춰 보여줬다고 해야할지, 그러했다. 건조하면서도 무덤덤한듯, 그러하면서도 너무 거칠어지고 땅이 말라버리지 않게 감성이라는 감정을 살포시 흩뿌려 놓은 듯한 느낌. 이 에세이는 내게 그러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작위적이지 않아 좋다. 자신의 일상과 인생을 통해 느껴왔던 수많은 편린들을 그녀는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음이다. 이 에세이에서 전해주고 싶어했더라는 위로라 할지 용기라 할지.. 그러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내게는 그녀의 조근조근한 텍스트에 공감과 생각들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우리가 수없이 마주하는 누군가와의 대화, 또는 음악, 영화, 책..속에서 잠깐 스쳐 지나간 듯 뇌리에 꽂히는 어느 한 장면, 글귀, 가사 들.. 그렇게 허공에 수없이 떠다니는 텍스트와 음성을 마주했을때 느낀 잠깐의 마주침과 생각들을 적당한 온도를 담고서, 나와 당신에게 조용히 말을 해준다. 뭐라할까, 많은 에세이를 접하면서도 , 그리고 다른 표현력과 또 다르게 다가오는 감성들, 때로는 비슷한 느낌과 이야기로 그들은 각각 자신들의 내면을 절제된듯, 숨기는듯 적당한 선에서 표출을 한다. 김지수 에디터 역시 그러했다. 그러함에도 무언가 오묘하게 다른듯한 그녀의 텍스트와 마주 하고 있으려니 자꾸 생각 깊숙히 '진솔함'과 '진함'이 더욱 진하게 베여나온다.

 

사실, 나는 지금의 내 나이가 어느 순간에는 부담스럽고도 고달팠다. 그리고 지난 치기어린 시절의 스무살, 그리고 20대를 보내오던 내가 그리워 지기도, 한조각의 단편처럼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이 깊은 날숨과 함께 흩어져 버리곤 했었다. 어정쩡한 나이, 그래도 아직은 많은 날들이 남아있는, 또한 무언가 하기에는 늦은, 앞으로 나아갈수도 , 뒷걸음 칠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그런 지금의 나이. 나는 내가 생각했던 나이를 그렇게 정의했더랬다.  영화감독 정지우는 영화 <은교>에서 노화에 대한 슬픔과 돌이킬수 없는 회한을 "나이 45세..어느 순간 남자가 늙는 것에 냄새를 맡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우리의 정서는 10대고, 습관은 20대지만 상황과 시선은 나를 노인으로 보겠죠" (242쪽)라고 표현했다. 내 삶과 인생을 반추해보면 나도 그러했던것 같다. 스스로 나이듬을 인정하면서도 내 가슴 깊이에서는 아직 자라진 못한 마음으로 인해 밀어내려고 했던 상이하고 습관적 행동들. 그러했음에 나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많은 벽들과 부딪쳐야 했던 것이 아닐까. 상황과 시선이 나를 이렇게 만듬이 아닐까, 잠시 상념에 잠긴다.

 

그녀가 책 속에서 고인이 된 배우 장진영과 함께 했던 시간을 잠시 언급했을때, 몇 년전 읽었던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 문득 생각이 났다. 장진영의 배우자인 김영균씨가 쓴 글. 고통스럽고 두려운 날들의 투병생활을 고스란히 텍스트로 적어 내려갔던 그 에세이를 읽을 당시, 장진영에 대한 김영균씨의 사랑과 진심과 마음이 담긴 그 에세이가 조금 부담스러웠고 과한 느낌이였다. 어떤 면에서든지, 저만치 떨어져서 나와는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무감정스럽게 내려다 보고 있는듯이 그렇게 말이다. 그런데 김지수 에디터는 또다른 알지못했던 이야기를 잠시 해 주었다. 비록 일부분의 이야기라 하지만, 명치를 찌르는듯한 저릿함을 느끼고 말았다. "죽음은 삶의 대극(對極)으로서가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해 있다."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통해서.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거야>는 인생과 삶, 그리고 일상을 말하고 있다. 그 일부에 죽음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노애락, 그리고 말로 표현할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을 이 에세이는 도드라지게 말해주고 있지는 않지만, 그녀가 단순히 일상에서 수없이 부딪혔던 감정들을 통해 나 또한 이 에세이를 통해 그러하게 부딪치고 인정하며, 공감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왠지 이번 에세이는 '그냥' 그러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라고 말해주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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