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공부지능 - 3세부터 13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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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 제목만 보고는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도서라고 생각했다.  미혼이기도 하고, 전혀 관심 밖의 분야 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읽고 주변 지인에게 정보나 책에 대한 소개를 해 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한켠으로 들기도 했다.  이 책은 크게는 IQ와 EQ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지루하게 읽힐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술술 잘 익힌다.  저자는  뇌 과학과 심리 분야에 관한 다양한 이론서를 직접 습득하고 이를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해 보며 터득한 노하우를 이 한권의 책에 담아냈다.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IQ나 EQ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거나 궁금해 하지 않았던것 같다.. 어렴풋이 학창시절 IQ검사를 한적은 있지만, 정확히 나의 아이큐는 어떠한지 알지 못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이큐와 이큐에 대해 상세하고도 세밀하게 설명되어있다. 비록 '아이'라는 초점에 맞춰 만들어진 책이긴 하나, 성인인 우리에게도 꽤나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나, 어찌보면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열이 엄청난것 같다. 티비를 보면서도 '저렇게 까지 아이를 공부 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보기엔 아직 너무 어린 나이인데, 그 조그마한 아이가 ​감당하고 소화해 내기 버거울 정도의 많은 양,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부모들은 아이에게 강요하는듯 하다. 조기 교육이 나쁘다는 건 아니나, 이 책에서는 '조기 교육' 보다는 '적기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적기 이면서 조기일 때는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적기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조기교육을 하면 자칫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공부지능 중 한 축을 담당하는 집중력의 경우 적어도 만 6세는 되야 성숙해지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입학 연력을 만 6세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20~30분이라도 집중할수 있어야 하므로 집중력이 발달하는 만 6세로 입학 연령을 잡은 것이다. (p63)

<아이의 공부지능> 에서는 천재와 영재는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타고난 아이큐가 높아 공부를 잘할 수도 있지만, 오로지 노력만으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우리는 천재나 영재는 태어날때부터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책을 통해 알게됐지만 영재나 천재는 노력과 환경에 의해 이뤄낼 수도 있다.  결국 공부지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지능력(지능검사,  암기력, 처리속도, 어휘력, 연산력, 공간지각력 등), 정서지능, 집중력, 창의력등 이러한 모든 면을 두루두루 키워야 한다. 또한 부모의 역할,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공부지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결국 '노력'과 '연구' 그리고 인내와 끊임없는 반복을 해야만이 성과를 이룰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은 후, 한편으로는  공부지능을 높이기 위해 이렇게 광범위하게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에 , 놀랍기도 했지만,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라면 한번쯤 이 도서를 읽어 보길 추천한다. 내 아이의 교육을 어떻게 할지 , 고민과 걱정이 된다면 <아이의 공부 지능>은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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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여성 호르몬 교과서 - 초경부터 갱년기까지 여자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호르몬의 비밀
구로즈미 사오리.사다 세쓰코 지음, 이선정 옮김, 이석수 감수 / 북라이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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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가 순조롭지 않다면, 배란에 문제가 있거나 여성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생리주기가 39일 이상 90일 미만이라면 희발월경, 90일 이상 생리를 하지 않으면 무월경이라 진단한다. '아직 젊고 바로 임신할 것도 아닌걸. 나중에 아이를 원할 때 치료 받으면 되잖아? '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나이가 젊다고 해도 무월경 상태가 길어질수록 다시 생리를 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면 이후에 아이를 원할 때에도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는다. 그대로 폐경을 맞는 사람도 있다 (p.104)


마찬가지로 더는 임신이 어려운 '불이 시작'은 평균 41세 , 이어서 일어나는 '생리불순 시작(갱년기)'는 평균 46세, 난자가 완전히 소멸되는 '폐경'은 평균 51세다. 즉, 폐경하기 20년 전부터 임신 가능성이 서서히 저하돼 폐경 10년 전에는 이미 불임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생리를 하고 배란만 하면 임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폐경보다 10년이나 앞서서 난자는 임신하기 힘든 상태가 되는 것이다. (p.118)


의학적으로 1년 이상 생리가 없으면 폐경이라고 진단한다. 즉, 폐경을 했는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알수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많은 여성이 50세 전후에 폐경한다. 갱년기란 폐경을 중심으로 전후 총 10년을 가리킨다. 난소 기능이 쇠퇴해 생식 불가능한 몸으로 변하는 이행기이며 사춘기 못지않은 호르몬의 대변동기이기도 하다. 갱년기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지난다. 외모가 젊어도 아무리 건강에 신경을 써도 피할 수는 없다. 신체의 일대 변화인 만큼 갱년기에는 피로, 어깨 결림, 안면홍조, 두근거림, 어지러움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p.172)


우리는 여성 호르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렴풋이 TV 를 통해 종종 스치듯 보고, 들은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솔직히 어딘가 몸이 불편하지 않은 이상, 알아보려 하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게 현실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솔직히 건강에 관한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 한편으로는 급 관심이 생겨 어느날 우연히 읽게 된 건강정보 에세이 <친절한 여성 호르몬 교과서>이다. 이 책의 저자는 뜻밖에도 전문의가 아닌 <닛케이 헬스>편집위원이자, 지금은 닛케이 BP 히트종합연구소 주임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이다. 전문의가 아닌 사람이 이러한 건강정보 책을 출간했다하니 살짝 신의가 가지 않았던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친절한 여성 호르몬 교과서>를 읽고 나면, 오히려 의사보다 더욱 쉽고 , 명료하게 독자들이 이해를 쉽게 할수 있도록, 정리가 잘 되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1장에서 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성의 호르몬의 역할에서 부터 20대의 호르몬 황금기에서 , 임신, 그리고 격변기까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되는 호르몬의 변화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바보같은 얘기일 수도 있지만, 여성들 일부(또는 대부분)는 여성은 폐경이 오지 않았다면 언제든 임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커다란 착각이라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여성 호르몬에 대해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나 또한 배란일과 생리주기의 관계조차 잘 모를만큼 지식이 없는건 마찬가지)


이 책은 생리부터 갱년기, 피임법과 임신, 갱년기와 폐경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 이해하기 쉽도록 그래프와 그림, 도표, 그리고 자신의 몸상태는 어떠한지 체크하는 부분이 있어, 간단하게 나마 지금 자신은 어떠한 상태인지를 알아볼수 있다. 솔직히 정말 나 스스로도 정말 무지했구나 싶을 정도로, 여성 호르몬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아감에 쉽고,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수 있었던것 같다. 사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20대~30대 초에 이러한 여성 호르몬에 관한 책을 읽었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한다. 만약 결혼을 한 사람이고, 2세에 대한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해 주고 싶다. 꼭 기혼자가 아니더라도, 여성 호르몬에 대해 , 잘 모르거나 궁금하다면 정말 유용한 정보가 많으니 꼭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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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습관 A2Z
야마다 에이미 지음, 권남희 옮김 / 사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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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집어들게 된 책이였다. 되도록이면 책 구입을 자제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괜찮겠지 .. 싶어서. 불륜 소설을 읽고 싶어서 읽었다기 보다는 , 여 주인공의 심리가 궁금했을 뿐. 꿉꿉하고, 불편하게 그려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이야기의 흐름이 가볍다. 익숙하지 않고, 쉽지않은 , '불륜'을 다룬 소설 치고는, 내겐 그렇게 다가왔다. 이해할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 부부의 생각과 사고 방식이 마음에 들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남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 그걸 무덤덤히 아내에게 말하는 남자와 그것을 인정하며 거리낌없이 남편의 애인에 관해 대화하는 두 사람.  남편의 여인을 인정 하다기 보단, 어쩌면 아내 역시 다른 연하의 남자를 만나고 있음에, 또는 자신 또한 떳떳하지 못함에 쉽게 분노하지 못할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이건 아닌것 같다..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나 또한 가볍게 읽어내린다. 나는 모든 불륜소설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였던 걸까. 결국 부부의 불화로 날카로운 파편으로 끝나버려야 한다는 그런 생각으로. 이 소설은 무언가 부부의 외도가 미화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텍스트는 시종일관 당당하고 떳떳하며  가볍고 명랑하다고 느낄 정도로 밝은 느낌이다. 이런 관계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이해 되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나는 그녀의 감정에 나도 모르게 스며들고 있었나 보다. 겉으로는 툴툴 거리면서도, 나는 어쩌면 그녀의 감정에 끄덕끄덕 하며 맞장구를 치고 있었을지도.

   소설은 알파벳 A~Z까지 26개의  단어로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렇게 각 에피소드마다 스며들어있는 단어들은 무언가 어색하게 억지스럽게 보여지기도 한다. 각각의 이야기에 스며있는 단어들의 의미는 각 챕터에서 완벽히 조화를 이루지 못한채, 어색히 툭하고 볼록 튀어나온 느낌이다. 누군가는 사랑을 담백하게 그려냈다고 하고, 누군가는 불륜이지만 이 소설이 아름답다라고 잠깐 느낄수도 있겠으나, 그 모든 단평들에 나는 공감하지 못했다. 단지 뜨문 뜨문 그녀가 내뱉는 말들이나 , 생각에 잠긴 말들을 내뱉을때 , 느꼈던 순간의 같은 감정.  그러한 공감적 감정은  당연히 '불륜'이 포함되지 않았을때의 말이다. 단순히 '사랑' 자체만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그녀의 내면에 아주 가끔 동요 했을 뿐.  어찌보면 막장 아닌 막장 같은 소설, 또 어찌 보면, 이해 할수 있을 듯한 소설, 다른 한편으로는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상황. 그러하지만 '외도'는 순간의 달콤한 유혹일 뿐이 아닐까.            누군가 이 소설을 읽으려 한다면, 그냥 툴툴 거리며 가볍게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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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
테오 지음 / 예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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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야기는 달콤했고,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900일간의 사랑 끝에 다시 찾아온 선물같은 180일의 사랑. 가능할까.. 싶지만, 작가의 그림같은 실화 이기도 하다. 어쩌면 제목에 끌려 순간적으로 선택했던 에세이. 또한 어쩌면 테오, 당신의 이야기이니까, 그래서 궁금했던 이야기. 하지만 내게는 그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의 공백, 여백 읽는 순간 그리고 읽히는 순간,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 동조되어 때로는 공감을 하면서도, 다른 한켠으로는 그의 이야기는 겉돔이 심하기도 하다. 이 에세이를 읽고 느껴진 건 오로지 '과하구나' 라는 것. 모든 감성적인 텍스트를 꽉 꽉 눌러 담으려는 듯 써내려간 감정과 감성들은 그것을 표현함에 있어 과하게 넘쳐나니 읽는 동안 소소하게 두사람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와 닿기 보다는 미사여구로 가득 채워진듯 거북하기도 하였다. 

 

상황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그리고 이 에세이를 접하는 시간에 따라, 누군가에겐 슬픔과 아픔으로, 또다른 누군가에겐, 공감과 감성으로, 누군가에겐 타인의 사랑을 훔쳐보는 듯한 와 닿지 않는 '남의 이야기'로 읽혀질 것 같은 느낌이다. 내게 와닿던 느낌은 이러했다. 이쁘고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당신의 이야기가, 내게는 어쩌면 부담스러웠나보다. 이어질듯 끊기는 글은, 내게 집중을 방해 했고,  가끔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 할 수 없는 글귀에 나는 머뭇 머뭇, 책 페이지를 쉽게 넘기지 못하기도 하였다.  

 

그러해도 나는 당신의 사랑이 슬펐다. 사랑했지만 결국은 헤어질수 밖에 없었던 당신의 아픔이 느껴지는듯 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건조해져 버린, 그래서 어렴풋이 떠올리며 지나간 옛 사랑을 논 할수 있을 정도로, 무덤덤 해진 당신의 이야기가 서글프기도 하였다. 만약  , 어쩌면 아름답지만 슬프고, 화려하지만 섬세한 텍스트가 아닌 건조하고 초라하고 덤덤하게 써내려간 이야기 였다면, 나는 더 서글프게 아파 하며, 깊은 슬픔과 동질감(?)같은 마음으로 당신의 손을 잡아 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나의 존재가 잊혀진다는건, 그리고 잊혀질수 밖에 없다는건, 내게도 그리고 상대에게도 눈물날 만큼 커다란 슬픔이자 아픔이다. 문득 그러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여지는듯 저릿해온다. '영원'이란 , 존재하지 않는다고..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영원'이란 것은 '영원' 이란 단어에만 존재할뿐, 어떠한 것에도 존재 하지 않음이다. 영원히 사랑한다.. 라는 말보다, 오랫동안 사랑하겠다는 말... 오랫동안 간직하겠다는 말.. 그 말이 맞지 않을까..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어쩌면 당신(저자)은 많이 고민하고 고심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후회를 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내며 희미해졌던 사랑의 순간을 설핏 웃으며 다시 한번, 그녀를 떠올렸을지도.  누구나에게나 사랑은 설레임과 아픔이 공존한다. 그것이 영원하지 못하더라도 오랫도록 '당신'에겐 설레임으로 가슴 속에 살아 숨쉬길 .    바란다. 

사랑한다는 것은 온 생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행운의 전부가 모여 한순간 두 사람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는의미.

온 우주의 축복이 두 사람을 위해 한 방향으로 내리꽂혔다는 의미.

그리하여 더는 바랄 게 없는 마지막 단계의 행복에 도달했다는 의미.

잠시라도 좋으니

찰나의 ​순간이라도 좋으니

조금만 더 허락되기를.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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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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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막해서 읽기 좋다. 김영하의 문체는 거칠고 남성적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70세의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에 대한 이야기다.화자인 김병수가 병에 걸린후 건조하게 끄적여 놓은 메모장을 읽는 느낌이라해야 할까? 텍스트가 적고 때로는 길고, 때로는 짧게 끄적인 이야기는 큰 불편함과 부담감 없이 잘 읽히는 편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다 읽을 만큼의 분량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은 제목과는 달리 공포는 느낄수 없다. 오직 힘없고 늙은 한  남자가 잊혀지는 기억을 붙잡고자 끊임없이 써내려갈 뿐. 그러나 더 웃긴건 단지 살인자에게 느껴지는 공포가 아니라, 그를 통해 기억을 잃어가는 그 심리적으로 다가오는 '공포'가 꽤나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한다. 스스로가 낯선 느낌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기억을 붙잡고자 자신이 끄적여 놓은 메모들을 멍하니 응시하며 전혀 새로운 텍스트와 마주하는 느낌. 그런 것일 것 같다. 아마도... 그는 20년 넘게 살인을 해왔음에도 그는 죄책감과 수치감은 없다. 악과 선에 대한 경계도 없다. 어쩌면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아마 이렇게 '기억의 상실'에 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한장 한장 넘기다 보니 어느새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 다랐다. 쉼 없이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아니 점점 마지막 후반부에 가까워졌을쯔음.. 갑자기 김병수의 모든 기억과 기록들에 대해 섬뜩해졌다.

 

문득 언젠가 읽었던 리사 제노바 의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가 생각난다. 그 소설 역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유능한 여교수의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같은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문체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은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가 더욱 더 짙었던 것 같다. 김영하의 문체는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편이라, 섬세하지 않음에, 내가 읽기에는 그 텍스트에서 전해지는 어떠한 감성과 감정, 느낌들이 조금은 덜했던 듯 하다. 그러함에도 그 건조하고 메마른 듯한 차가운 문체가 오히려 뒷통수를 맞은 듯 후려침이 강렬하다. 갑작스럽게 확 밀어닥친 공포라고 해야할까? 그런 반면에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교수의 심리적, 행동 등 변해가는 과정을 무섭도록 디테일하게 묘사했다. 그 묘사는 읽는 나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암'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라고 생각하게끔 하기도 했다. 그런 반면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를 바탕에 두고  삶과 죽음, 악과 선, 시간, 기억에 관한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반전도 있고, 위트도 있다. 가벼운듯한 소설이지만,  이상하게 이 소설을 읽은 후 며칠은 내내 '김영하'의 메모들이 뜨문뜨문 생각나는 묘한 소설이다.

 

 

 

몽테뉴의 [수상록]. 누렇게 바랜 문고판을 다시 읽는다. 이런 구절. 늙어서 읽으니 새삼 좋다 . "우리는 죽음에 대한 근심으로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삶에 대한 걱정 때문에 죽음을 망쳐버린다".

 

프랜시스 톰프슨이라는 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서 태어나 자신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나를 낳은 어머니, 당신 아들이 곧 죽어요.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혹시 나는 인간 광우병이 아닐까? 병원에서 숨기고 있는 걸까?

 

인간은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치매에 걸린 인간은 벽이 좁혀지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숨이 막힌다.

 

모든 것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글로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면 아무것도 안 적혀 있다. 녹음했다고 생각한 말이 글로 적혀 있다. 그 반대도 있다. 기억과 기록, 망상이 구별이 잘 안된다. 의사가 음악을 들어보라고 했다. 그의 추천에 따라 집에서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다. 무슨 효과가 있을지. 새로운 약도 처방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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