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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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의 또다른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소설은 특별할것 없는 한 가족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 인데요. 그러니까 이 가족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스펙터클, 막장, 콩가루... 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난무할 정도로 뒤죽박죽 정신없는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큰 오빠 (철원), 작은 오빠 (학원) 그리고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혜나를 비롯해, 두 올케와 부모님 외, 자잘한 조연들의 등장으로 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은 주인공 '혜나'의 일인칭 시점으로 쓰였습니다.  그녀는 39세의 어릴적 소꿉친구 성민과 결혼한 10년차 유부녀이고 ,그리고 모든 사건과 대형 사고를 터뜨리는 둘째오빠, 학원. 그를 내조하고 오롯이 옳곧은 모습을 보여주는 어찌보면 답답한 캐릭터인 작은올케.  완벽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자신과 돈, 그리고 기회만을 엿보는 큰오빠 철원과 그의 부인, 낭만과 감성에 빠져 사는 엄마,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난채 가족을 떠난 아빠. 이렇게 캐릭터들의 소개만으로도 , 이 소설의 이야기의 반은 이미 읽은 느낌입니다.  

 

하나 하나의 캐릭터가 말해주듯 소설은 시종일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단순히 '재미'와 '웃음'라는 요소를 듬뿍 담고 있습니다. 허영과 허세로 매번 시작하는 사업에 빚만 수 억이 넘는 작은 오빠 학원이지만, 여동생에 대한 끔찍한 사랑과 무한 애정은  끔찍할 정도로 대박이네요. 하지만 그에 반해 오롯이 자신의 삶과 부귀영화에만 관심이 있을뿐, 가족에게는 단 한방울의 정(情)이라고는 없는 큰 오빠 '철원'은 오로지 아버지의 유산과 재산에만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을뿐입니다. 이렇게 정반대의 성격의 캐릭터를 가진 두 오빠 사이에 막내 혜나는 , 자신을 끔찍히 아끼는 작은오빠가 저질러놓은 뒷일들을 수습하느라 바쁘기만 하고요. 이렇게 소설 <사랑이 달리다>속 가족의 캐릭터들은 분명 30~40대의 다 자란 어른들이 분명함에도  부모의 황혼 이혼으로 인해 경제적인 문제에서 막상 부딪히자 흔들리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자신들이 무절제하게 펑펑 쓰던 돈에대한 유입경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입니다. 39세가 되어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한 혜나 역시,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한심한 존재였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고단한 첫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녀의 마음은 남편이 아닌 또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의 두근거림이 시작되고 있고요.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제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듯 합니다. 정신없는 이 가족들은 쉴새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각각의 캐릭터들이 수없이 떠들어대는 텍스트들을 읽고 있노라면, 혼자 우두커니 한 가운데 앉아  나를 빙 둘러싸고 앉은 이들 가족의 수다를 고스란히 홀로 견디고 받아내고 있는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수다스럽고 정신없을 뿐 아니라, 막장으로 치닫는 이들 가족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그 재미에 푹 빠져 정신없이 텍스트들을 훑어내느라 눈동자의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혜나'의 속마음을 읽는 재미도, 또한 순간 순간 그 상황에서의 표현의 코믹함은 기가 찰 정도로 감칠맛이 납니다. 책을 읽는내내 상황들이 이미지화 되어 머릿속에 오버랩되는 일은 저에게는 흔한 편이 아님에도, 이 소설은 읽는내내 각각의 캐릭터들의 개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절로 머릿속에 하나의 드라마가 그려지네요. 말도 안되게 너무  막장으로 치닫는 , 콩가루 뒤범벅인 이야기 이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오직 한명의 캐릭터. 솔직하고 돌직구적인 '혜나'의 성격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또다른 두번째 사랑을 위해 비난과 경멸이 가득 담긴채 쏟아질 비난을 무릅쓰고서도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그 용기와 자신감이 말이지요. 이 소설, 재미있네요. 늦은 새벽에 읽으면서도 혼자 쿡쿡 웃느라, 참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유치한듯 가벼운 , 조금은 오버스럽게 그려진 이야기 이지만, 가끔 기분전환으로 선택하기에는 꽤나 좋은 비타민 같은 소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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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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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도서관에서 눈에 띄어 빌려왔던 것입니다. 청소년문학 이라는 표시를 보니 많은 학생들이 찾는 소설같군요. 이 소설을 읽으며, 잠시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나의 치기어린 삶은 ,과연 그 수많은 고민과 생각, 그리고 상처들을 제대로 치유하고 지금의 성장에 이르렀던 것일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 시절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었던 것인지.. 이미 너무 자라버린 성인이 된 '나'는 이미 많은 것을 잊어버렸고 잃어버렸습니다. 내 기억조차도.

 

이 소설은 그렇게 청소년들의 고민, 상처, 슬픔,후회 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처럼 재준이는 절친한 친구 유미에게서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첫 장에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라는 글로 시작합니다. 섬뜩하지요. 유미가 이 일기장을 재준의 엄마로 부터 건네받고 읽기 시작한 것은 재준이가 이미 하늘나라로 간 다음이었으니까요. 유미는 선뜻 일기장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합니다. 재준이의 엄마가 그러했던 것처럼.. 겁이 났던 것이겠지요.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했던 것처럼 그렇게 무덤덤하게 쓰인 텍스트는 읽는 저에게도 섬뜩했습니다. 비록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재준이지만, 자신의 죽음을 이미 알고있었던 것이었을까... 그렇게 의문과 궁금증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다시 재준이가 사고를 당하기 전, 생전의 모습을 유미의 기억을 통해 고스란히 되살아 납니다. 소설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는 청소년(성장)소설 답게 그 시기에 많이 겪는 고민과 방황 속에 파묻힌 자신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늘 밝고 순수한 재준이에게도 가정에서의 소통의 단절 그리고 괴리감으로 부모에게서 많은 불편함을 느낍니다. 유경이 또한 가족의 불화로 '어른'에 대한 불신과 반항심으로 가득찬 아이로 점점 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소설은 '어느날 내가 죽었다' 가정하에 자신이 겪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시 한번 되집어보고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듭니다. 그렇게 현실적 문제들, 그러니까 동생과의 다툼이나 부모에게서의 꾸지람, 학교생활의 어려움과 고민들은 자신의 죽음에 비하면 소소하리만치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치유를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소설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스스로의 고민이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을 보여주며 , 성장소설 다운 풋풋함과 순수함 역시 그대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거의 10년 전에 쓰여졌음에도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청소년에 관련된 심각한 문제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반항과 폭력, 그리고 집단 따돌림등은 단순히 학교 교육 문제가 아닌, 가정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소설을 통해 , 다시금 보여 줍니다. 청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지금의 시기는, 죽음과 삶의 경계선이 뚜렷해지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입니다. 그러한 부분에서 이 소설은 아이들과 어른 사이의 소통, 이해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 시키지요.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비록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의 내면의 세계를 다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는 없었겠지만,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꽤나 와닿는 부분들의 많을듯 하기도 하군요. (많은 청소년들이 필독서로 읽을만큼) 부모의 입장에서 한번쯤 읽어봐도 좋은 소설이지만,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한번쯤 읽어보라 권해줘도 괜찮은 성장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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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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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하려다가 , 혹시 하는 마음에 도서관 자료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다행히(?) 있더군요. 낡은 책 한권을 책단비 서비스를 이용해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얇은 소설은 노란색의 표지 이네요. 금방 쉽게 읽힐 것이라 생각했어요. 쉽게 읽히는건 맞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때의 그 뭉클거림은 수 일이 지난 지금도 아스라히 남아있습니다.

 

소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는 70년대를 배경으로 시작을 합니다. 갓 스무살 대학생인 화자 '나'는 어느 강의실에서 그녀 '박은영'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가늘고 나풀거리는 외모에 반하게 되고 말아요. 그렇게 혈기 왕성한 나는 플레이 보이(포르노) 잡지에서 나오는 수많은 파란 눈의 여자들을 오버랩 하는 대신 딱 한번 만나고 알게된 '은영'을 떠올리며 가슴앓이를 합니다. 그렇게 화자의 플라토닉 사랑은 시작 되었어요.저는 책을 읽으며 어렵지 않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나 생각했지만 , 두 사람의 만남은 제대로 대화다운 대화도, 그리고 '나'(화자) 자신이 은영이란 여자에 대해 알수 있을 만큼의 많은 것을 알지도 못한채 흐릿한 기억속에 묘령의 여인처럼 '첫사랑'으로 각인되고 맙니다. 2~3번 우연으로 만난 인연 말고.. 내가 아는 그녀는 어떤 여자일까.. 활발하고, 도도하고, 새침하고 .. 그 이외에는 드러나는게 없습니다. 궁금합니다. 그녀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머릿속에 수만개의 물음표를 그려 넣은채, 텍스트를 쫓아 그녀의 존재를 캐내기에 저는 바빴습니다. 왜.. 자신을 좋아하는 화자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건지, 80년대.. 여행가이드를 하며 생활하는 서른 넘은 화자가 우연히 다시 은영이를 만나게 되었을때도 , 왜 그녀는 슬픈 눈빛으로 자리를 떠나야만 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화자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었어요.. 스무살.. 치기어린 시절에 몇 번의 만남과 짧은 대화로 수 십년이 지난 세월동안 그녀를 뚜렷히 기억할수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 그녀에 대한 애정과 갈망이 그렇게 컸던 것인지.. 과연 그런 기다림(?)이 가능할까 하는 마음 말입니다.  결국 나의 모든 의문들은 책의 끝자락 쯔음에 알게 되고, 그 결말이 한편으로는 뻔하고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알수없는 순수했던, 그리고 청춘의 사랑에 뭉클함이 심장을 걷돕니다.  오랜 세월 기다렸던 화자의 사랑의 결말도, 그리고 말하지 못했던 은영의 행복함과 상실, 슬픔을 함께 알아버린다는 것 말입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그대로 스며있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를 읽으며 아마 누군가는 '청춘'과 '추억'을 떠올릴 겁니다. 내가 알지 못한 그 시간들은 오로지 희미하게 상상의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텍스트는 구시대적인, 요즘의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볼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어쩌면 그러했기에.. 화려한 미사여구나 독특하고 개성 강한 텍스트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더욱 그 시대의 청춘과 사랑이 더욱 진하게 베어 나왔던 것이였겠지요. '화자'와 '작가'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음에, 잠시 회고록을 읽는듯한 착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진 비오는 어느 새벽에 다시 한번 읽어야 겠습니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중략)

Oh my baby dh my love
gone the rainbow gone the dove
your father was my only love
Johnnys gone for a soldier.
 

Peter, Paul & Mary <Gone the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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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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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김애란의 소설은 <비행운>이 처음이었습니다. 몇 권의 김애란의 소설책을 소장하고 있지만, 손이 잘 가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결국은 집에있던 책들을 제껴두고 동네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이 책을 먼저 만났습니다. 나는 단편을 싫어 하는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흐름의 끊김. 몰입하려는 순간 이야기는 끝이나 있다는 것이... 그러한게 싫었을 뿐. 깊이 빠져들수도 짧은 이야기를 이해할수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단편소설 입니다. 요즘 두꺼운 소설은 싫었고, 무료한 지루한 이야기를 질질 끌고 가는 소설도 싫었습니다. 그러했으니 나는 결국 <비행운>을 선택할 수밖에요. 

 

소설 <비행운>은 <너의 여름은 어떠니/벌레들/물속 골리앗/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하루의 축/큐티클/호텔 니약 따/서른> 이렇게 8편로 빼곡히 하얀 종이 위를 채우고 있습니다. 나는 무엇이 김애란이란 작가의 글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는지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지요. 그녀의 텍스트는 첫 장, 첫 문구에서부터 '끌어당김'이 있습니다. 단순히 몇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 벌써 뒷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니까요. 하지만 그 끌어당김이란 호기심의 가벼움은 책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김애란 특유의 문체나 표현에서 결국 깊은 탄식과 한숨으로 되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단편이라는 이유로 나는 이 소설의 모든 이야기가 가벼울 것이라 섣부른 판단을 했던 것이 실수였지요. 이야기 하나 하나가 쉽지가 않네요. 난해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텍스트 속에 베여있는 짙은 어둠과 우울, 상처, 아픔들이 너무 디테일하게 내게로 전해진다는 것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8편의 이야기들 중 특히 여운이 강했던 작품은 '너의 여름은 어떠니 / 벌레들 / 서른' 입니다. 그 외의 이야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내가 느낀 감정과 감성들이 이입되는 농도가 이 3편에 더욱 집중되었다는 것뿐. 하지만 마지막 이야기 '서른'은 내게 가장 저릿한 아픔과 울림을 주고 말았네요..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라는 소설 속 한 여인의 중얼거림은 '서른'이라는 단편 속 이야기를 한번에 단축해 놓은 한 마디  였던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끝이 찡해집니다. 서른 이란 단편속 여주인공도, 그리고 그녀로 인해 상처를 입은 한 소녀도.. 누구를 탓하기도 원망 할수도 없습니다. 그들은 살아가기 위해, 어쩔수 없이 선택한 것이였으니까요. 서른이란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녀의 고해성사 같은 편지를 읽으면서, 한없이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마네요.

 

소설 <비행운>은 그러합니다. 제목처럼 비행기가 남기고 간 긴 구름의 흔적일 수도, 아니면 불운을 의미하는 비행운(非幸運)을 뜻하기도 해요.. 새로운 삶을 동경하는 꿈과 그로인해 끝없이 이어지는 불운에 대한 이야기로 이 소설은 채워져 있는 것이지요. 내가 살고있는 지금의 고통스런 현실 사회의 내면을, 어쩌면 내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 일듯한 '그들의 삶'을 대변해 주는것 같기도 합니다. 세세한 텍스트의 묘사로 그들의 현실의 삶을 이해할수도, 공감할수도 있었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나' 그리고 '당신'다를까 싶은 생각을 하니 단순히 짧은 단편 소설로 치부하기가 어렵습니다. <비행운>을 읽으면서 때로는 지금의 내 삶에 안도, 안주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나에게도 같은 상황의 불운이 찾아올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합니다. 살아간다는것은, 어찌보면 노력과 선택이 아닐런지요. 생각의 차이 일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책 속의 인물들도, 그리고 삶이 고단한 '당신'들도 힘을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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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사운드 - 차우진 산문집
차우진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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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3월 초, 기차여행과 함께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에 가벼운 산문집이나 에세이가 좋을 것 같아, 도서관에서 대출해온 <청춘의 사운드>를 여행 가방에 담아 왔습니다. 여행을 함께하는 동행인도 있었지만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몇 시간을 음성으로 채울수는 없으니 , 잠시의 수다와 잠시의 잡다한 생각들과 그리고 잠시의 책 넘김을 함께 했습니다. 오랫만에 타는 밤 기차는 꽤나 매혹적이기도 하네요. 스스로 인디 문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깊이감이  얕다 보니 , 영화나 음악, 공연을 보고 난 후, 제대로 내가 느끼지 못했구나.. 라고 늘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합니다. 음악 역시 그러하지요. 얼마전 블로그에도 끄적였던 것처럼 취향이 변한다는 것은, 스스로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낭랑 18세적에는 랩이 들어간 노래나 발랄한 대중가요에 매료되어 늘, 워크맨과 어쩌면 불법 테이프인 노점의 최신인기 가요 테이프를 사들고는 오래된 카세트에 플레이어를 수없이 했습니다. 아직도 제 방 어느 한 곳에는 오래된, 그동안 내가 좋아했던 가수들의 가요 테이프들이 고스란히 먼지를 머금은채 꽂혀 있어요. 이제는 하나의 추억의 편린이 되어버렸지만.. 급속히 변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그리고 그에 따라 나의 감성이나 취향도 급속히 그 발빠름에 맞춰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대중가요를 즐겨 들었던 나는 어느순간, 언제였을지도 모르게 음악적 취향도 인디밴드 음악에 완전히 빠져 있었네요. 대중음악과는 다른 독특한 멜로디와 현실적인 청춘을 노래하는 가사들이 , 제 마음을 움직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노랫 가사말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청춘들, 그러니까 20~30대들이 겪고있는 많은 고민들을 담고있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 산문집 <청춘의 사운드>는  음악 평론가 차우진이 지금의 청춘들에게 전하는 , 그리고 하고자 하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아니 오로지 '음악' 이야기로 텍스트를 꽉 채운 책이였다면, 아마 저도 중간에 읽다가 책을 한 구석에 던져 버렸겠지요. 차우진 평론가는 다양한 장르를 이 책 속에 담고 있습니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와 ‘보편적인 노래’,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 가을방학의 ‘가을방학’ 등 인디그룹의 음악부터 샤이니의 ‘JOJO’, UV의 ‘집행유애’, 노라조의 ‘카레’,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ABRACADABRA’ 까지 다양한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대비해 지금의 청춘들이 느끼고 있는 사회적인 관점과 청춘들의 입장,관점에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인디 음악들을 들으면서도 아직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인디밴드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그리고 어느 한 밴드 음악의 음성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설명함으로써 '도대체 어떤 느낌이지?' 라는 궁금증이 생겨 뮤직 앱을 실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그 중 인디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나' 이기도 하지만, 늘 표면적으로 들리는 그들의 음성과 멜로디에만 빠져 지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들이 사람들에게 또는 자신의 팬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스마트폰 플레이 리스트에 수두룩히 담긴 노래들을 전과는 다른 생각과 느낌으로 다시 플레이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청춘의 사운드>라는 제목처럼 어쩌면 많은 청춘들은 현실에 지친 심신을 조금이나마 음악을 통해 치유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음악이 없는 세상, 노래가 없는 세상은 단연코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지금,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 적막하고 삭막한 공기를 어떻게 버티고 견뎌 낼수 있을까요..

 

<청춘의 사운드>는 음악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면 꽤나 지루하고 재미없는 산문집이 될 것입니다. 더욱이 인디음악에 관한 이야기라면 말이지요. 저도 차우진 평론가의 이번 산문집을 읽으면서 공감 백 하는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읽게 된 계기는 인디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듯한 기대감에서였지요. 분명히 이 이야기는 그러했습니다. 그동안 줄기차게 지겹도록 들어왔던 어느 인디밴드의 노래에 대해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솔솔했지만, 때로는 관심없는 특정 그룹이나 밴드의 이야기에선 건성 건성 텍스트를 눈으로만 훑어내렸으니 말입니다. 이 산문집은 음악에 관해 관심과, 무관심으로 갈라짐으로 호 불호도 또한 명확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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