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강세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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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구입해놓고, 수 일을 미뤄 두고, 또한 수 일이 지난 후, 또 수일에 걸려 읽었던 에세이, 저에게 이 책은 그러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음이 지칠때쯔음 한번씩 , 한 단어, 한 문장씩 조금씩 곱씹어 지고 싶은 그러한 에세이.. 말이에요. 어느날 어느 낯선 분께서 블로그 안부글에 강세형님의 신간 출간 소식을 알려왔어요. 그리고 나는 출간과 동시에 이 에세이를 구입했습니다. 여러 날이 지나간 후,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지, 또다시 수 일이 지난 후에야 이렇게 이 에세이에 대해 끄적이려고 합니다. 사실 여러 차례 리뷰를 쓰려했지만, 어떻게 이 책 속에 담긴 , 그리고 내가 느꼈던 뒤엉켜 버린 복잡한 감정들을 텍스트로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고 , 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 에세이는 수많은 생각들을 내 머릿속에  잔뜩 꾸역 꾸역 채워 넣었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표현하기가 참 버겁기만 하네요. 그대들도 나와 같은 느낌이었을런지요? <나는 다만, 조금 느릴뿐이다>의 작가 강세형님의 이야기는 참 소소할 뿐입니다. 여느 에세이와 비교해서 무언가 특출나거나, 텍스트적인 매력이나, 그녀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전작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역시 그러했지요. 하지만 저는 그녀의 그 무언가 특출함과 특별함이 없음이 더욱 마음에 들어요.

 

아마 누구나 그럴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모든 감정과 감성들이 담긴 내면 속 이야기를 '대신' 또는 '이해'해 줌으로써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위로를 받고 공감하는 것. 저 또한 그러하니까요.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생각했던, 또한 순간 순간 스쳐 지나갔던 감정과 마음들은 단지 나 '혼자'만의 생각이고 누구도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나만의 마음일뿐이라고 늘 - 그렇게 단정 짓고는 했으니까요. 그러한 면에서 이 에세이는 읽어 갈수록 낯설지 않은, 친근한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내가 했던 생각들, 고민들, 지금은 잊혀지고 버려지고, 지워진 내 모든 이야기를 그녀(강세형)가 대신해 나의 낡은 기억상자에서 찾아 꺼내어주는 느낌입니다. 단순히 자신의 일상 속 생각들을 끄집어 내어 끄적여 놓은 일기장 같은 텍스트들일 뿐인데, 그것이 대부분 나의 이야기 같고, 나의 생각 같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평범한 텍스트 속에서 나는 이 빠릿빠릿한 세상에 나 혼자 느릿한 것만은 아니라는걸 새삼 깨닫기도 하네요. 뒤쳐진다는 느낌이 들때마다 나 또한 늘 불안하고 , 두려웠으니 말입니다. 그럴때마다 나는 겉도는 위로가 아닌 따뜻한 누군의 심장이 필요했고,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랐지만 누구도 그런 나의 바람을 채워주지 못함에 실망을 했고, 슬펐습니다. 유난히 '혼자'라는 것을 즐기면서도, 또한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것을 바라고 즐기지만,  '삶' 속에는 단지 '사람'들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고 있어요. 나는 많은 감정들을 흡수하고 이해하고 적응하기에는 내 마음은 아직 그만큼 자라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담담히 써내려간 지난 시간들 속에서 느꼈던 슬픔,아픔, 상처, 사랑,고민,다짐, 목표, 각오 등에 대한 감정의 울타리 안에서 나는 오히려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단지 어떠한 미사여구로 잔뜩 포장된 위로와 공감이 아닌, 내 마음이 너의 마음과 같다..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당신의 이야기는 내게 '용기'와 그리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으니 말입니다. 진정, 고맙습니다.

 

 

- 책 속에서

드라마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정말 꿈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마흔이 돼도,쉰이 돼도, 환갑을 지나 엄마 나이가 돼도, 지금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할지라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 전성기는 아직 , 안 온 것 같은데요. (17쪽)

 

나는 이제부터 무엇이든, 써야만 할 것 같다. 그것이 대단한 글이 아닐지라도 아무도 좋아해주지 않는 글일지라도, 아무도 읽어주지조차 않는 글일지라도, 어쨌든 매일 조금씩 (28쪽)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한번도 예측하지 못했던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을 살고 있다는 생각. 그런데 참 묘하게도 그것은 오히려 내게 '위로'가 되고 있었다. 산다는 게 내 맘처럼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일 테니까, 그렇게 이렇게 살다가 5년, 10년, 20년... 빤히 보이는 나의 미래  또한. 사소한 계기와 인연이 어느 날 또 찾아와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나의 선택이 미묘하게 방향을 틀어, 지금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미래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  오히려 나는 위로받고 있었다. 내 맘 같지 않은 삶,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에 (43쪽)

 

당신은 기분 좋을 때 웃고, 기분이 나빠지면 울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른이 되는 대가로 당신의 감정을 숨겨야 했습니다. 가볍게 보이지 말아야 했고, 철 들어 보여야 했으니까요 (38쪽)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하루하루는 굳이 기록하지 않으먼 필름처럼 토막토막의 기억만을 남기고 일상에 묻혀 그대로 날아가 버리고 마니까. 또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일들은, 반복되는 일상보단 어쨌든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여행을 가고 싶어하고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128쪽)

 

우리는 모두 그런 섬일지도 모른다. 조금 큰 섬, 조금 작은 섬, 적당한 섬. 끝 없이 외로워질 수도 있는 섬. 하지만 다리만 건너면, 그 다리를 찾아내기만 하면, 다시 여럿이 될 수 있는 섬. 우리는 모두 그런 섬일지도 모른다. 그 섬에 갇혔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스스로의 선택이었을 뿐. 내일은 다리를 건너봐야겠다. 다른 섬의 친구를 만나러. (153쪽)

 

미친 짓이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으면서 다른 삶을 기대하는 것.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 내게 편하고 익숙한 것은 아무것도 놓아버리기 싫은데, 내가 꿈꾸는 것은 지금과 다른 '무언가'라면 그게 미친 거라는 얘기 (188쪽)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나는 가끔 두렵다. 단순한 육체의 늙음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늙을까봐, 내가 변할까봐. 지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잃게 혹은 잊게 될까봐.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어도 절대 저렇게 되진 않을 거야'했던 누군가의 모습으로 내가 되어 있을까봐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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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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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구입한 것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늘 책장에 꽂아 놓고는 선뜻 손이 가질 않아 마냥 '언젠가 읽어야지... '라며 차일피일 미루기만 수번... 그런 어느날, 문득 얇은 이 책이 눈에 띄네요. 한동안 고전을 가까이 하지 않음도 있지만, 가볍고 가벼운 텍스트들을 접하다 보니, 내 심장도 겉도는 느낌입니다.  아직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봄날... 아직 내 피부는 겨울과 같으니 .. 이불을 돌돌 말고 침대에 엎드려 페이지를 넘깁니다.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에 비해 텍스트가 전해주는 이 이야기는 참으로 참혹하고 비극적이며 암울해요. 이야기는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의 수용소 생활의 단 하루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 하루가 그들에게는 수 년간 반복되고 있는 일상인 뿐이지요. 나는 텍스트를 마주 하는 내내 이불을 더욱 꼬옥 감싸게 되네요. 읽는내내 그들이 겪어야 하는 추위의 고통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 '너무 춥다.'라고 내내 중얼거립니다.  어찌 이런 생활이 가능하다는 걸까요.. 너무 디테일한 표현에 몰입의 이완이 반복적입니다

 

강제 노동 수용소의 죄수들은 각기 다른 죄목으로 들어왔지만, 그것이 어떠한 큰 죄목이 아닌 억지스러운 죄를 씌워 그들을 강제 노동 수용소에 보낸 것입니다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극한의 추위에서 모든 생활은 절제되었고, 억압된채 그들의 인권이라고는 전혀 찾아볼수가 없는, 어찌보면 그들은 생각까지 스스로 하지 못하게 통제 당한 기계적으로 맞춰가고 따라야 하는 짐승과도 같은 생활을 하지요.<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에서 텍스트가 주는 디테일한 묘사와 담담하고 세련된 문체는 오히려 그들의 고통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야채수프는 따뜻하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인데, 다 식어버렸으니, 오늘은 그나마도 운이 없는 날이다. 그러나 슈호프는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설사, 지붕이 불탄다고 해도 서두를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수용소 생활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 아침 식사 시간 십 분, 점심과 저녁 시간 오 분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 것이다 . (23쪽)

 

동녘 하늘이 푸르스름해지고 밝아오긴 했지만, 아직 수용소 주변은 어두컴컴하다. 뼈를 애는 가느다란 동풍이 뼈 속에 스며드는 것 같다. 점호를 하러 가는 순간만큼 괴로운 순간도 없을 것이다. 어둡고, 춥고, 배는 허기진데다 ,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지내나 하고 생각하면 눈 앞에 캄캄하다. (36 쪽)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절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던 그런 날이었다 (208쪽)

 

이 소설은 두 가지의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시대 소련의 지배 권력에 대한 비난과 그 속에서 고통을 당하고 억압 당하는 약자에게 보내는 동정의 시선을 말이지요. 이렇듯 희망이 보이지 않는 비극적인 수용소의 일상이지만 슈호프의 시선을 통해 진한 인간애와 사랑을 느낄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가혹한 환경 속에서의 비애와 슬픔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그 속에서 희망과 아주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슈호프를 보며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평범한 일상이 '당연함'이 아닌 '축복'이고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각인 시켜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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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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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구입한 것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늘 책장에 꽂아 놓고는 선뜻 손이 가질 않아 마냥 '언젠가 읽어야지... '라며 차일피일 미루기만 수번... 그런 어느날, 문득 얇은 이 책이 눈에 띈다. 한동안 고전을 가까이 하지 않음도 있지만, 가볍고 가벼운 텍스트들을 접하다 보니, 내 심장도 겉도는 느낌이다.  아직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봄날... 아직 내 피부는 겨울과 같으니 .. 이불을 돌돌 말고 침대에 엎드려 페이지를 넘긴다.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에 비해 텍스트가 전해주는 이 이야기는 참으로 참혹하고 비극적이며 암울하다. 이야기는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의 수용소 생활의 단 하루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 단 하루가 그들에게는 수 년간 반복되고 있는 일상인 것이다. 나는 텍스트를 마주 하는 내내 이불을 더욱 꼬옥 감싼다. 너무 춥다. 어찌 이런 생활이 가능하다는 건가.. 너무 디테일한 표현에 몰입의 이완이 반복적이다.

 

강제 노동 수용소의 죄수들은 각기 다른 죄목으로 들어왔지만, 그것이 어떠한 큰 죄목이 아닌 억지스러운 죄를 씌워 그들을 강제 노동 수용소에 보낸 것이다.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극한의 추위에서 모든 생활은 절제되었고, 억압된채 그들의 인권이라고는 전혀 찾아볼수가 없는, 어찌보면 그들은 생각까지 스스로 하지 못하게 통제 당한 기계적으로 맞춰가고 따라야 하는 짐승과도 같은 생활을 하는 한다.<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에서 텍스트가 주는 디테일한 묘사와 담담하고 세련된 문체는 오히려 그들의 고통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해준다.

 

야채수프는 따뜻하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인데, 다 식어버렸으니, 오늘은 그나마도 운이 없는 날이다. 그러나 슈호프는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설사, 지붕이 불탄다고 해도 서두를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수용소 생활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 아침 식사 시간 십 분, 점심과 저녁 시간 오 분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 것이다 . (23쪽)

 

동녘 하늘이 푸르스름해지고 밝아오긴 했지만, 아직 수용소 주변은 어두컴컴하다. 뼈를 애는 가느다란 동풍이 뼈 속에 스며드는 것 같다. 점호를 하러 가는 순간만큼 괴로운 순간도 없을 것이다. 어둡고, 춥고, 배는 허기진데다 ,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지내나 하고 생각하면 눈 앞에 캄캄하다. (36 쪽)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절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던 그런 날이었다 (208쪽)

 

이 소설은 두 가지의 면을 보여준다.  그 시대 소련의 지배 권력에 대한 비난과 그 속에서 고통을 당하고 억압 당하는 약자에게 보내는 동정의 시선을 말이다. 이렇듯 희망이 보이지 않는 비극적인 수용소의 일상이지만 슈호프의 시선을 통해 진한 인간애와 사랑을 느낄수 있다. 또한 가혹한 환경 속에서의 비애와 슬픔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그 속에서 희망과 아주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슈호프를 보며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평범한 일상이 '당연함'이 아닌 '축복'이고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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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만 20년째
유현수 지음 / M&K(엠앤케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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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얇다. 겨우 235 페이지의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거의 20일의 시간이 걸렸다. 지루하다, 재미없다.. 이런 건 아니였다. 그냥 지지부진하게 망상 속에 파묻힌 삶을 살고 있노라니, 텍스트가 내 머리 주위를 겉도는 느낌이었다. 다른 핑계로 제목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랬다고 하자(웃음). 왠지 이 소설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지하철이나 카페에서는 쉽게 꺼내지지가 않았다. 제목 때문이다. 제목! 누군가 자꾸 힐끔 거리는듯 하기도 하고.. 왠지 꼭 내 치부를 들킨것 마냥, 나 또한 사람들의 시선을 자꾸 의식하게 되었으니까. 잠시 책을 읽다 다른 일을 할 때는 책을 뒤집어 놓기도 했다.  제목 .. 참 .. 마음에 안든다.

 

하지만 신기하다. 제목만큼 기대 없이 가볍게 읽으려 했던 건데, 이 이야기가 자꾸 나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기도, 나도 모르게 그녀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다. 그래.. 이 이야기는 지금의 내 나이쯔음 된 사람들이라면 (특히 여자) 아마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90년대 학번을 가진 자들이라면.. 그대들도 그러할 것이다! 분명히... 세 여자를 (엑스트라 느낌의 또 한 여자도 있었다)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갓 신입생의 20살 부터.. 40세가 되어가는 그 긴 세월과 시간 속에 그녀들의 아프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스며들어 있다. 그냥 단평으로 이 소설에 대한 느낌을 말하라 하면. 지금의 제목을 보면 된다. 하지만 그러기엔 하고픈, 쓰고픈 말들이 많다.

 

세 여인 중, 연예인인 보라와 그의 남자친구 진욱의 길고 긴 , 아픔과 고통, 헤어짐, 다시 사랑의 반복되는 러브 스토리를 읽고 있다보면,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 긴 사랑 이야기의 결정과 선택에서는 참 저릿했다. 결국 이 소설은 사랑 이야기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세 여인의 인생을 말하고 있는 듯 하지만, 나는 텍스트들 사이에서 많은 오묘한 감정의 엉킴을 경험했다.  그렇게 긴 세월과 시간동안 세 여자의 피보다 진한, 우정에 나는 잔뜩 심술과 부러움이 샘 솟는다. 드라마를 보는듯, 어떠한 면에서는 실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다분이 든다. 자꾸 감정 이입이 되다보니 나도 모르게 조울증 마냥.. 들쑥 날쑥이다.(아 .. 제길! 요즘 왜이리 심약한 내가 되어 버린 거지!)

 

그냥 그러하다. 스토리 자체에 빠져들어 읽었다기 보다는, 그들의 추억과 현실의  살아가는 그대로의 모습들에서, 그녀들이 내뱉는 텍스트와 생각하는 내면의  텍스트에서, 나는 심장의 울림을 여러번 느끼고 말았다. 부모님의 부재, 헤어진 남자친구의 부재.. '혼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여러 감정, 그녀들이 말하는 삶 속에는 참 많은 희노애락이 스며들어 있다. 울컥 했다가, 저릿하다가, 스리슬쩍 미소 짓다가, 나와 같은 마음에 고개를 주억 거렸으니.. 가볍고 그저 그런 유치한 연애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엔 , 좀 많이 아까운 소설이니 나는 당신들에게 이 소설을 살짝 권해 주고 싶다. 

 

 

 

- 이 소설을 읽고 당신도 나와 같은 감정과 감성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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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1825일의 기록 - 이동근 여행에세이
이동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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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에는 아직도 자라지 못한 '내'가 머물고 있는듯 보입니다. 어렴풋이 희미하게 보일듯 말듯 말이지요. 나의 기억과 나의 시간들은 모두 어디로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린 것인지 문득 문득 작은 편린들이 하나의 큰 공허함과 간절함으로 범벅되어 버렸어요. 이 한 권의 에세이로 인해서. 유난히 '낡은' 또는 '오래된' 그 무엇과도 잘 어울립니다. 호화스러움이 아닌, 감성으로 젖어버린 색감의 사진들이 아니라 꾸밈이 없으니깐, 있는 그대로 그 곳에 한 발자국씩 걸어가는 그가 보입니다. 그 낡은 돌계단을 지나, 매끈한 포장된 지면이 아니라, 울퉁 불퉁 한발 한발 딛기도 힘겨워 보이는 그 좁은 골목에서 그가 돌아 보네요.

 

유난히 그는 '그리움''추억' 그리고 '소통'을 원하고 있어요. 현실에서 재촉하듯 고개를 슬며시 들어 한곳을 바라 볼수 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게 흘러가는 '지금'의 건조해져버린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는 어쩌면 소소했던 그날들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나.. 역시 그러해요. 현실에 물들지 못하고, 자꾸 맴돌고 겉돌며 치기어린 그 날들로 스며들어 시간 여행을 하고 싶어지니까요.오래전 그러니까 각박한 세상속에 스며들지 않았던 그날, 부지런히 끄적이지 못한 채 결국 채워지지 않은 오래된 일기장에서는 지나간 토막의 기억이 희미하게 번진 짓눌림으로 뜨문뜨문 적혀 있을 뿐  공허하게 백지로 남은 수많은 날들의 나는 어떠한 하루를 보냈을지, 채우지 못했던 수많은 그날의 '내'가 문득 궁금해 집니다.

 

1825일동안 서성였던 수많은 골목 사이 사이에서 그는 오롯이 혼자의 여행을 그 시간과 공간 속으로 묻어 버립니다. 실컷 외로워하고 실컷 아파하고 실컷 행복해 하라며 그는 우리에게 , 외로움을 아픔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도 해요.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실감하고 때로는 사람과의 소통으로 치유하길 바랍니다.  내 여행은 너무나 개인적인 것이며,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본 것들을 당신이 본다고 하여, 나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도 없다. 나에겐 의미인데 당신에겐 하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것들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여유를 아는 사람이라면 나의 여행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163

 

그가 찍은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자꾸 그곳에 서 있는 그가 보이는듯 합니다. 그리고 저도 그와 함께 골목 골목의 사람 냄새 나는 그 곳을 지그시 한발 한발 내 발자국에 새기고 싶어져요. 1825일 동안 79곳의 관광지 그리고 어딘지도 알수없을 정도로 오래된 골목들 속을 거닐며 그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요. 우연히 마주 한 어린 아이들의 천진한 미소에서, 나이 지긋한 분들의 따스한 손길에서 그는 계속 자신의 노트에 순간의 감정과 느낌과 기억과 이야기, 그리고 어렴풋이 떠올랐던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써 내려갑니다. 그는 말해요.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 말이에요. 누구나가 외로우니까, 나만 그러한건 아니라고,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진솔함을 느낍니다. 미사여구로 뒤범벅된 텍스트가 아니라, 그는 우리에게 그러니까, '너'에게 전달하고 싶은 '나'의 진실된 이야기를 말입니다.내가 당신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 보며, 당신의 이야기에 진심을 담아 들어 줄수 없으니 그저 안타깝고 무력하다. 내가 그대에게 보여 주고 들려주고 싶은 것은 진심이 담긴 나의 마음 한 가지다. -20

 

저는 이렇게 단촐한 사진과 꾸밈없는 텍스트로 가득 찬 <너, 1825일의 기록>이란 에세이가 꽤나 마음에 듭니다.  아마 나에겐 '용기' 이겠지요 . 아니면 '공감' 이었을 수도 있고요. 어쩌면 '희망'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내가 이 에세이를 읽어 내려감에 있어 순간 순간 느꼈던 그 때의 감정과 감성들이 말입니다. 말하지 못한 사연 한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는지요.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는지요. 이해한다고 쉽게 말할 수도 없고, 견뎌 보라고 쉽게 말을 건넬 수도 없습니다. 좋은 말로 위로할 필요도 없고, 이해한다고 안아 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에게 필요한 건 가만히 들어 줄 누군가일지도 모르니까요.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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