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은…….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로마서 9장 38-39절>
어느 날 침대에 누어서 멀뚱멀뚱 천장만 보며 숨만 쉬고 있었다. 그러길 1분, 10분 , 30분……. 말 그대로 숨만 쉬고 있는 날 느낄 수 있었다. 내 속에 생기와 영은 온데간데없고 껍데기만 남아서 죽어 있는 시체와 다름없는 나. 한창 나이에 그런 내 모습이 슬프고 비참하게 느껴질 만도 하건만 도무지 감정이라는 게 생기지 않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나조차도 나를 위해서 울지 않는데 이제 어떤 일에도 흘릴 눈물조차 내게 남아 있지도 않은데 누가 우는 걸까?’
저 밑바닥에서부터 흐느끼는 작은 소리는 이내 통곡소리처럼 내 귀에 들렸고 작게 날 부르는 소리는 이내 내 온 마음을 흔들 정도의 울림으로 날 깨우고 있었다.
“아이야, 내 딸아. 네가 어찌하여 이러고 있느냐? 어찌하여 그건 모습으로 날 아프게 하느냐? 아이야, 딸아.”
화를 내는 것도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도 아니셨다. 그저 날 부르면서 너무나 슬프고 애달프게 울고 계셨다. 난 이제 더 이상 날 위해 아무도 울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조차 없이 항상 계시다는 그 분도 이제 더 이상 내 옆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내가 먼저 떠나리라 마음먹고 고개 돌린 지가 수개월. 근데 고개를 돌릴 건 나뿐이었다. 내 주인은, 내 주님은 아직도 내 안에서 나와 같이 계셨던 것이다. 나조차 잃어버린 날 향해 내 이름을 부르면서 그 많은 시간을 혼자 애통해하며 슬피 우셨던 내 주님. 끝까지 내 손 놓지 않으시고 떠나는 내 발목 잡아두고 마지막까지 곁에서 날 붙드셨던 주님.
그 순간 난 깨달았다. 그나마 이 껍데기뿐인 몸이라도 온전히 남아있을 수 있었던 건 내가 날 헤치려는 순간마다 그분이 내 생명과 마음을 끝까지 지키고 계셨기 때문이라는 걸.
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터전에서 벗어나 다른 하늘에 날 놓아두었다. 시간은 언제나처럼 똑같이 흘렀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날 침대에 누어서 멀뚱멀뚱 천장만 보며 숨만 쉬고 있었다. 그러길 1분, 10분 , 30분……. 낯선 하늘에서 아래서 내내 내게 들려 주셨던 그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어떤 것도 널 향한 나의 사랑에서 널 떠내지도 또 멀어지게도 할 수 없다. 세상의 누구도 그 무엇도 또 지금 이 순간이나 앞으로의 시간에서도 널 향한 나의 사랑을 멈추게 할 수도 끊을 수 없다.”
편안했다. 내 머리칼을 흩뜨리는 시원한 바람도 좋고 내 입가에 살짝 걸린 미소도 좋고 볕에 누운 고양이처럼 졸고 있는 내가 너무 좋았다. 살아있었다. 그냥 숨을 쉬고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나누어 준 호흡으로 살아 있었다.
세상의 어떤 고백보다도 달콤하고 향기로웠던 이 고백.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 고백이 나를 다시 살렸다.
“저도요. 저도 그래요.”
속으로 조용히 기도한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잔잔하지만 밝고 또렷하게.
“그래, 알지. 하지만 내가 더 많이. 내가 더 많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