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다시 늘었다. 봄이라서 입맛이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왕성했던 식욕을 억제하며 5kg이나 살을 뺏건만 어느새 빠진 것만큼 다시 채워 나가고 있는 나의 신체 회복력. 참 대단하지 아니하다 할 수 없다.
뭐 어차피 태어 날 때부터 3.4kg의 우량아로 태어나 아직까지 아기살이라고 우기는 나의 모든 살들을 다 떼어 내고 청순가련형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지언정 사실 통통한 몸에 비해 가는 발목이랑 허리는 오래 앉아 있는 일을 하는 내게 좀 부담이 된다.
‘이대로 있다가는 다시 원상복귀다. 절대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입을 옷도 없는데 …….’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좀 있으면 오빠 결혼식도 있는데 사진도 예쁘게 나와야하고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 앞에서 조금은 가늘어진 내 모습을 보여주자. 이제 아기살이라고 우길 나이도 지났다.’
새로운 각오로 집근처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퇴근하자마자 옷 갈아입고 산에 오르기를 일주일. 산을 오르면서는 등에 있어 보이지 않던 달이 내려오면서는 내 앞에서 환하고 밝은 빛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비추고 있다. 처음에 산에 오르고 내려 온 날은 가는 초승달이었는데 어느새 반쪽에 조금 더한 반달 모양이 제법 풍성해 보인다.
이상하게 마음이 뿌듯했다. 그냥 1시간 열심히 운동하고 집에 가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스스로가 기특하고 대견했다. 일주일동안 싫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산에 오르던 운동은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튼튼한 내 몸과 마음을 위해서 하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 되어있었다.
마치 가는 초승달 모양이 점점 차고 차서 풍성한 보름달 모양을 만드는 것처럼 내 안에 부족한 어떤 부분이 채워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땀에 적은 운동복을 벗고 샤워를 하고는 거실에 앉았다.
부스럭~~~ 부스럭~~~
“야, 너 다이어트 한다며? 근데 오자마자 단팥빵이냐?”
오빠가 기가 막힌다는 듯 나를 본다.
“그나마 운동하고 먹는 거잖아? 안하고도 먹었을 텐데. 그것보다는 났지 않겠어? …….암! 그렇고 말고.”
이미 단팥빵을 반 정도 먹은 내 입가가 저절로 벌어진다.
오빠는 할 말을 잃은 듯 했다.
“‘맛있다.”
만족스러웠다. 방금 씻은 몸은 너무 상쾌했고 몸과 마음도 차고 그리고 배도 차고 있었다.
“아! 좋다.”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운동했더니 피곤하다, 자야지. 오빠도, 잘 자.”
오빠한테 밤 인사를 하고는 일어선다.
어버버……. 어버버…….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한 오빠, 그냥 입을 다문다.
‘고마워, 오빠.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들었으면 편히 못 잤을 텐데…….’
고마운 마음으로 내 방에 들어와 이불을 폈다.
다시 시작하는 하루, 오늘도 난 정발산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