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사람은 소심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려면...정말 많이 망설이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조금의 주저함 없이 택했던 영화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레오까락스와 왕가위의 영화였다...
그러고 보면...두 사람의 영화는 동서양이란 커다란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말이다...
그들의 영화에는 희망없는 영혼들이 등장한다...
부랑아, 사생아, 동성애자, 범죄자....
때론 보통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따윈 이야기 할수도 없는
이미 숨쉬는 화석과 같이 되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변하는 것은 시간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한순간에 이해하며 이끌린다...
닮아 있기에 서로를 너무도 잘 이해한다...
그건 한순간에 일어나 마치 이해가 아니라 갑자기 타오르는 흔한 사랑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에게서 자신을 보는 것뿐이다....
화양연화에서 장만옥이 양조위에게서 보는 것이나
해피투게더에서 양조위가 장국영을 버리지 못함이나...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줄리엣 비노쉬가 드니 라방에게서 떠나지 못함이나...
모두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함이다...
어쨌든 그런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서로를 잘 이해하는 듯이 보이나...
자신의 문제는 자신도 어쩔 수 없듯...
그들도 서로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결국 그들이 서로에게서 택할 수 있는 것은 이별뿐이다...
자신이 택해서 떠난 것이든...
(해피 투게더에서는 스스로 양조위가 장국영을 떠난다...)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파국이든...
(폴라엑스에선 여자 주인공이 차에 뛰어든다...)
그들은 이별하게 된다...
영화가 조금은 더 과장되고 극적이기는 하지만...
내 생각엔 이런 순서는 현실과도 닮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흔한 이별이야기가 그들의 손을 거치면 괜찮은 영화로 태어나는 것은
그들이 이야기에 접근해 나가는 이런 관점의 차이와
또한 과장됨이 적어 담담한 서술과 세심한 심리 묘사 때문 아닌가 싶다...
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주저리주저리 나오는 사족 같은 내용설명이 아니라
영화를 따라가며 느끼게 되는 식의 관찰자적 시점도
영화에 좀 더 몰두하게 만들지 않나 싶다...
또한 그들은 둘 다 대단한 스타일리스트이다...
그들의 영상은 참 아름답다...
대사를 잊고 영화를 계속 그림감상 하듯이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해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다...
어쨌든 그들의 영상이 모두 아름답긴 하지만
내 개인적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왕가위 스타일이 조금 더 좋다...
가끔 레오 까락스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그림을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데...
특히 나쁜피에서 느꼈던 느낌은 마치 팝아트 그림들을 보는 듯한...
어찌되었든 그의 영화에선 다른 기존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왕가위의 영화는 그만의 느낌이 있다...
어쨌든 왕가위는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지 않은가??
또한 내가 왕가위의 영화를 조금 더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그의 영화가 레오까락스보다 덤덤하다는 것이다...
그의 영화보다 덜 극적이라 그런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
아무튼 그들의 영화는 나에게 항상 묘한 감동을 주고...
덕분에 난 그들의 영화를 항상 이렇게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어찌되었든 그들의 영화를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