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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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때 그냥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무작정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사 놓고는 쫓기는 시간에 책꽂이에 꽂아 놓고 그저 바라만 봤었다...

그러다... 보고 싶다는 열망도 다 사그라들무렵
넘치는 시간을 주체할수 없어 마지 못해 들었는데...
그런 기분과 더불어... 한없이 무기력한 문체...
특히 Rosso의 욕조...
생각이 조금씩 질식되어 갔다...
그리하여 급기야는 나마저 무슨 고급 치즈나 와인처럼...
정해진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보내야만 하는 것처럼...
그것이 무슨 신성한 의무처럼...느껴지게까지 되었던 것이다...

약속과 희망을 말하고 있는데...
어찌나 절망과 죽음과 같은 먹먹함과 닿아있던지...
읽는내내 그 우울함에서 허우적거려야 했다...

그녀의 시간은
헤어짐과 동시에 화석으로 단단히 굳어...
기나긴 세월을 찰라라는 이름으로 통과해...
그와 만나는 동시에 다시 시작된다...
그녀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잠자는 공주같다...
 
기분좋은 결말....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그 화석같은 시간뿐...
다시 만났으니 행복해지겠지라는 생각은 
굳어버린 시간을 함께한 나의 그저 그런 바람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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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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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남미라는 단어에는
무엇인가 뜨거운 열기와 땀과 같은 끈적함이 공통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제목과 덤덤한 바나나의 글...
도대체가 어떤 식으로 어울릴 것인지...
그것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그러나....
불륜과 남미라는 단어가 가진 힘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바나나스러움에
난 피식거릴수밖에 없었다...
바나나 소설을 불륜과 남미로 시작했다면...
난... 아마 더 이상 바나나를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허나...난 바나나소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에 이미 반해 있었다...
 
죽음,  동성애,  불륜등의 도대체가 사회에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드라마틱하게 만듬으로써 주인공에게 동조되게 만들어...
그에 대한 반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끄적임으로써...
아예 처음부터 편견없이 대하는 그 덤덤한 용서가 아닌 이해가 난 좋다...
 
그래서 틈틈히 엿볼 수 있는 그녀 특유의 덤덤함이 반가왔고
그 힘으로 이 책을 끝낼수 있었다...
다만 그녀의 그 덤덤함이...단편을 만나...
읽고 있다 갑자기 마지막 문장을 만나게 되어
조금 당황스러웠다고나 할까?
그 당황스러움과 불륜과 남미라는 단어가 가진 어감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다시 만난 바나나가 나의 경우처럼 반가울 수도 있다...^^ 
아~!  그리고 삽화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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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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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의 글을 찾게 되는 건...
편견이란 자기가두기를 통한 자학의 고통을 그녀가 덜어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회에서 옳다고 심어주지만...마음속으로부터는 틀리다고 거부하는 그 무언가를
아무렇지 않게 말해 버림으로써...
나 역시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게 하여...마음의 짐을 덜어준달까?
 
하드보일드 하드럭은...
호러가 될법한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말함으로써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무섭다'라는 편견을 거두게 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죽음과 그 죽음 전의 삶을 연결시키는 죽은이의 사연이
우리 마음을 일깨워 그들도 한 인간이었음을, 나 역시 그런 인간일뿐을 인정하게 만드는
'연민'이란 것을 끌어올리게 하는 소설인 것이다 ...
 
죽음을 극복하기에 이은 또 하나의 특징은, 평범하지 않음을 평범하게 받아들이기다...
(이런 성향은 키친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하드보일드엔...동성애적인 부분이 나온다...
이것 역시 사회에서는 기준에서 벗어난 그릇된 것으로 인식되어지는 부분인데...
그녀는 그것을 파란만장하다거나...일상과는 다른 것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냥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로 묘사한다...
사실 줄거리로 보면 엄청난 사건이지만...
그녀 특유의 차분함과 묘한 발랄함이  일상적인 평범한 것으로 소화해 버린다...
(이 어울리지 않음이 소설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많고 많은 인생에 어떤 모범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
얼마나 미련스러운 짓이냐 싶다...
그런 말도 안되는 기준에 맞춰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는 것이야 말로
넓디넓은 인간 사회에서 우물안만 고수하는 것 같아 슬프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평범하지 않음을 평범하게 말하기는 계속 되어야만 한다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녀의 소설을 기다린다고
그렇게 한번 소심하게 땡깡을 피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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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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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챕터를 읽고는 이런~! 이라고 생각했다...
악한이라해도 나름의 이유가 있고 복잡한 인격이 있는 타 소설과는 달리
마치 신다렐라나 뭐 그런 동화처럼  괴롭히는 이와 괴롭힘을 당하는 이가 선명했다...
이유도 없었고 그냥 그랬다...(책 후반부에 나름대로 이유가 나오긴 한다...^^)
 
두번째 챕터를 읽고는 맙소사...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눈물이 너무 많아 케이크반죽을 묽게 만들었고
그녀의 눈물때문에 케이크를 먹은이들은 모두 슬퍼졌고 토해댔다...
말도 안됨에 머리가 띵했다...
 
그러나...
난 그 다음부터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단순한 인물들의 극단적인 성격이든 어이없는 줄거리든
그 어떤 것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에 장애가 될 순 없었다...
오히려 그 어이없음과 단순함이
동화와 소설의 경계에서 색다른 아름다움을 창조하여
그녀가 음식을 통해 마법같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소설이 전하는 마법같은 메시지에..
사로잡힌 것이였다...
 
때론 관능적인 묘사도 나오는데...
그게...관능적인 묘사가 그렇게 마녀의 스프단지마냥...
신기함 반.. 황당함 반...
그래서 관능적이기라기보다 오히려 귀여운 동화같이 묘사가 되는데
그런 독특함을 머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존의 남성문학에서 소외되어 있던 부엌과 음식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부각시켜
요리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작품' 이라는데...
난 솔직히 요리라는 소재보다는 기존소설에서 볼수 없었던
그녀의 동화스럽기도하고 소설스럽기도한 화법이
오히려 더 독특하고 매력적이라 느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라...
음... 정말 황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맛이였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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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최영미 지음 / 사회평론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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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그 이름 석자 앞에서 또 한참을 망설였었다...
뜨거운 감자처럼....품지도 못하고...버리지도 못하고...
그렇게 어쩌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여자...
그냥 휘익 잘 지나쳤는데...
결국...그녀의 책을 사고 마는 나를 보며 쓴웃음이 나왔다...
읽고 나면...우울해지는 탓에...다른 책에 낑겨...
한 채프터씩 읽자고 다짐했건만....
그러기엔 그녀의 글은 중독성이 너무도 강했다...

푸른 하늘을 마실 자유...
맘에 드는 소제목에...하나만 읽자 했지만...역시나...
탐닉하듯 읽어내려가던 나는...
결국...읽던 책도 집어치우고 밤을 꼴딱 새가며 다 읽어버렸다...

현실의 무게가 영화보다 더 무거웠다던...그녀는
제대로 젊지 못했기에...제대로 늙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시퍼렀게 날이선...그녀의 문체는
종이에 베인 상처에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날 아리게 만든다...

잉게보르그 바하만의 삼십세를 읽으며...
19세에 이미 삼십세로 겉늙어버렸다는...
근데...그런 그녀는 그녀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어떤 사람이 20대에 이미 삼십세를 살았을 수도 있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목적을 상실한 방황의 무게가
그 어이없던 이념의 무게만큼...
지키지도 팔아버리지도 못한 양심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양심만큼...그렇게 가지고 있기 힘들었다면...
그랬다면...거짓이라 하겠지?...그럴거다...그리고 아마 그랬을거다...

이념의 시대와 편리의 시대 사이에서
모든 걸 외면한 이의 알량한 변명...^^;;

내 양심만은 살 수 없을껄 이라며
당당히 말하던 그녀가 난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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