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최영미 지음 / 사회평론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최영미...
그 이름 석자 앞에서 또 한참을 망설였었다...
뜨거운 감자처럼....품지도 못하고...버리지도 못하고...
그렇게 어쩌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여자...
그냥 휘익 잘 지나쳤는데...
결국...그녀의 책을 사고 마는 나를 보며 쓴웃음이 나왔다...
읽고 나면...우울해지는 탓에...다른 책에 낑겨...
한 채프터씩 읽자고 다짐했건만....
그러기엔 그녀의 글은 중독성이 너무도 강했다...

푸른 하늘을 마실 자유...
맘에 드는 소제목에...하나만 읽자 했지만...역시나...
탐닉하듯 읽어내려가던 나는...
결국...읽던 책도 집어치우고 밤을 꼴딱 새가며 다 읽어버렸다...

현실의 무게가 영화보다 더 무거웠다던...그녀는
제대로 젊지 못했기에...제대로 늙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시퍼렀게 날이선...그녀의 문체는
종이에 베인 상처에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날 아리게 만든다...

잉게보르그 바하만의 삼십세를 읽으며...
19세에 이미 삼십세로 겉늙어버렸다는...
근데...그런 그녀는 그녀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어떤 사람이 20대에 이미 삼십세를 살았을 수도 있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목적을 상실한 방황의 무게가
그 어이없던 이념의 무게만큼...
지키지도 팔아버리지도 못한 양심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양심만큼...그렇게 가지고 있기 힘들었다면...
그랬다면...거짓이라 하겠지?...그럴거다...그리고 아마 그랬을거다...

이념의 시대와 편리의 시대 사이에서
모든 걸 외면한 이의 알량한 변명...^^;;

내 양심만은 살 수 없을껄 이라며
당당히 말하던 그녀가 난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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