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가까와 오니 여러가지로 생각만 앞선다
이 분을 챙기면 저 분도 챙겨야 하지 않을까? 혹여 섭한 마음 드시면 어쩌나...
그러나 예산에는 한계가 있고 그래도 섭섭하신 분 없이 성의표시라도 하고 싶고
게다가 머리는 별로 좋지도 않아 생각하고 앉아 있길 반나절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씁쓸한 일도 많다
신랑의 친할머니는 항상 고운 옷에 단정하신 모습이 참 아름다우신 온화한 분이시다
자식마다 일이 잘 풀린 할머님은 챙겨주시는 분들도 워낙 많다
그러나 신랑의 외할머니는 이상하게도 자식들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형편이 어려우신데다
아흔이 가까우신데도 명절때 놀러가면 항상 부엌일로 바쁘시다
그러나 정이 워낙 많으셔서 찾은 이를 챙겨주시느라 분주하시기만 한데 그게 어쩐지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외할머님 용돈을 더 많이 드릴까 하고 물었는데
남편, 외할머니 용돈은 이제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다가
친할머니는 모든 식구가 용돈을 많이 챙겨드리는데 자기만 적게 드리면 왠지 좀 창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래부터 식구가 아니라 어느날 가족으로 편입된 나는 그런 생각이 없어
체면보다는 보이는 모습에만 맘이 쓰인다. 결국 합의 하에 똑같이 드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체면이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말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외할머니가 안쓰러웠나 보다
일일히 맘쓰는 세심한 면은 없지만 사실 마음은 여리기만한 남편은 현관 앞에서 담배를 물고 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늘그막 용돈까지도 부익부 빈인빈이라니
별 일도 아닌데 마음이 참 뭣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