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식사시간마다...어머니께서는 손이 안간 음식들만 골라서 드시곤 하셨다...
식구들이 알맹이만 쏘옥 먹어버리고 남은 양파며, 부추며, 파며...생선 꼬리, 머리며...
난 그게 속상하다 못해 화가나 펄떡거리며 숨넘어가곤 했다...
어머니께서는 나의 성화에 젓가락을 놓으시곤 하셨지만...
결국 은근슬쩍 어머니의 젓가락은 외면당한 음식들에게로 향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문득 식탁머리앞에서
오이소박이의 오이는 빼고 부추만 집어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갑자기 어머니생각이 났다...
그러고는 그날의 어머니의 마음을 갑자기...
그렇게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그랬구나...'
음식을 내손으로 차리면서 알게 된건 음식은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애착도 커진다는 것이였다...
사온 음식은 선뜻 버리면서도 만든 음식은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버릴려면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은 것도 그 탓일게다...
그러고 보면... 식사라기보다 남겨진 음식을 드시기에 바쁘셨던 어머니의 밥상은
모두가 다 정성스러운 그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오이없는 오이소박이를 먹다 갑자기 느낀 어머니의 마음이 달큼씁쓰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