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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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그 틈새는 돈과 체면이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시간이 갈 수록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 같아서, 시간이 갈 수록 큰 눈치를 보게 된다.

그것이 현실이 되어 꿈의 발목을 붙잡는다.

우리는 그렇게 된 꿈을 이상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상이란, 우리가 꿈을 잡지 못하는 어떤 별처럼 치부하게 되었을 때

그럴 듯 하게 내 놓을 수 있는 변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은수의 꿈과 현실의 괴리도 크기만 했다.

꿈이야 누구든 꿀 수 있는 법, 하지만 꿈을 현실로 만든다는 것은

서른 살이 넘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에게는 큰 모험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나 혼자만 생각해서는 되지 않는, 가족과 주변의 눈치까지 덩달아 봐야 하고

또 돈, 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은수에게 직결한 문제는 연애이며 결혼이었다. 그것은 평생의 숙원 사업인 듯 싶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처럼, 수순을 밟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또한 행복함의 지름길은 아닐런지 하는 착각 마저 들 정도의

사회적 기준. 이것은 은수에게 크나큰 담이었다. 어쩌면 갇혀 있어야 했던 울타리였는 지도 모른다.

지리멸렬한 하루의 반복과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끼리 오가는 대화는 그녀를 지치게 함이 분명했다.

그러던 중, 태오는 그녀에게 신선한 소재였다.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가야하는 똑바로 걸어야 하는 그 길에

갈림길이 나타난 것이다. 태오는 가보고 싶은 다른 길이었을 지도 모른다.

허나, 은수는 태오 마저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것은 너무도 어린, 직장도 없는, 이 남자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냐 하는 저울질 때문이었다. 친한 친구들에게 조차 털어놓지 못했던 은수의 고민은

현실이었고, 태오는 꿈이었다.

꿈인 태오를 놔두고 현실에서 그럴 듯한 남자 김영수를 만난다.

참, 그럴 듯하다. 나이도 적절하며 성격도 까칠하지 않으며, CEO라는 직함도 달고 있다.

매너도 좋은 편이나 큰 재미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에서 원하는 남자다.

사랑은 꿈이고 결혼은 현실인 것이다. 사랑은 태오와 하고 결혼은 영수와 하고 싶어하는 은수.

이것은 한국 사회의 적령기를 넘긴 여성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림인 것이다.

꿈과 현실의 중간쯤에 서 있는 것이 유준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그 중간쯤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은수가 아니다. 꿈과 현실 이것을 적절히 혼합한다면 은수에게는 어떤 남자가 나타나야 할까.

현실을 선택함과 동시에 그 현실은 모래성처럼 스르르 파도에 밀려나가 버리고 만다.

꿈 또한, 주춤주춤 하는 사이 이상으로 멀어져 간다.

 

현실보다 꿈을 선택한 유희, 현실에 들어갔다가 돌아서 나온 재인을 보며

은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 세상 사람들에게 그럴듯 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것.

하지만 은수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다.

직장에서 현실만 바라보며 우유부단했던 그녀는 우유부단한 채로 사표를 던진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있다.

그것이 나이가 많다고, 혹은 여자라고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자신은 양다리 아닌 양다리를 걸치면서도 엄마의 남자친구는 절대로 안된다고 악을 썼던 은수도

깨닫게 되었을 것.

어떤 누구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난 은수를 통해 알았다.

세상 사람들이 현실로 뿌려놓은 몇 가지의 경우의 수 중에서

어떤 것도 잡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그녀의 세상을 향한 펀치가 통쾌하다.

남과 여의 결합이 행복의 조건은 아닐 것이다. 더욱, 그 뒤의 더 큰 희생이 따른다면 그것은 행복이라고 할 수 없다.

현실 속에서 스르르 무너져 사회의 잣대대로 인생을 선택하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임을 달콤한 나의 도시에선 분명히 말하고 있다.

달콤한 나의 도시란,

내가 당당히 만들어 나가는 도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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