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교사 양성과정
홍세화.이상대.이계삼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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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전쟁이다. 전쟁 속에서 피칠갑을 하고 나가떨어지는 선생님과 학생. 그들은 서로에게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된다.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일까? 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두 명의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나는,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숨이 나온다. 학교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인지, 주입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며 대부분의 학습은 부모에게 맡기고 있다. 아이들의 수준도 생각하지 않은 채 교과과정은 점점 어려워지기만 한다. 국어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하며, 문제는 문제대로 꽈배기처럼 꼬여 해석을 해야 할 판이다. 문제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하고, 학기가 끝날 때마다 치르는 일제고사 덕에 부모도 아이도 스트레스다. 인권을 보호한다는 학교는, 전혀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주지 않으며, 담임 선생님은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두렵다.

 

어릴 때 내가 만난 선생님들을 떠올려 보면, 냉정한 선생님보다 따뜻한 선생님이 많았다. 무서워도 아이들을 감쌀 줄 알고, 아이들과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꽤 많았다. 그런 따뜻함 때문이었는지, 미웠던 선생님도 어느새 잊혀져갔고 지금은 좋았던 선생님만 마음에 담고 살아간다.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을 얼마나 좋아할까? 선생님에게서 포근함과 따뜻함을 얻을까? 그마저도 사치일까?

 

선생님은 치열하게 싸워 얻어낸 안정적인 직업이다. 누구보다 더 공부를 열심히 했고, 누구보다 더 시간을 들여 흐트러짐 없이 직선코스로 달려 얻은 성과이다. 결혼 배우자로 인기 있는 선생님. 사회에서는 좋은 직업으로 인식 되는 선생님이라는 위치. 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달라보인다.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불행하게 하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사실 그것은 선생님만의 잘못이 아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선생님의 상은 얌전히, 조용히, 닥치고 하라는 것만 잘하는 사람이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위에서 하라는 대로 잘 하는 선생님을 선호한다. 불행한 일이다. 아이들을 가르쳐야할 선생님의 위치가 이렇다 보니,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선생님을 적대시하고, 무시한다.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은 불온한 9명의 선생님들이 불온해지고 싶은 또 다른 선생님들에게 자신들만의 방법에 대해 썰을 풀어낸 것을 묶은 책이다. 이책은 순응하는 선생님에게 불온해지라고 말한다. 사실, 딱히 대단해보이거나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냥 교육에 대한 주체성을 가지라는 것이다. 아닌 것에 의문을 품을 줄 알고, 때로는 학생의 편에 서서 학생을 돕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바꿔나갈 줄 아는 선생님이 되라는 것이다.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이해되면서도 안쓰러워지는 게 또 선생님이다.

그럴수밖에 없는 선생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선생님.

안주하고,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할 것인가. 아웃사이더로 찍힐지언정 아이들을 위해 교육을 위해 뛰어볼 것인가.

대부분의 선생님이 선택하는 코스를 밟아 안정적으로 살 것인가.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하며 교육 현장을 바꿔나가볼 것인가.

 

이 자리에 모여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선생님들에게는 많은 고민이 있다. 현장을 경험한 사람들이 뼈져리게 느끼는 부조리함. 답답함. 학부모는 아주 쉽게 선생님을 욕하지만, 선생님들 또한 이유가 있다. 교사가 되고 싶지만 공무원으로 만들어버리는 현장. '아니'라고 말하면 찍혀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회의. 점수제로 언제나 성과점수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 선생님 말이라면 똥으로 알아 듣는 학생들. 치열하게 공부해서 얻어낸 자리지만, 정작 대우 받지 못하는 학교 안의 생활.

뿌리박힌 학벌의식, 관료주의, 성과주의, 대학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집단. 고민보다는 답습, 의문 보다는 순응.

학생이 주인인 학교에서, 학생은 선생님에게 조련당하며 억압당한다. 그것을 죄의식 없이 지켜보는 선생님은 몇이나 될까? 선생님들은 과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침묵하는 것일까?

 

학생이 학교 화장실에 목을 메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져도 위기 의식을 갖지 않는 교육. 그것이 선생님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생님이 좀 더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바라는 게 또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이런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이 반갑다. 적어도,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다. 고민은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 되지 않는가? 청산이 벽계할 혁명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기억할만한 선생님 한 두명쯤 있었으면 바랄 뿐이다. 엇나가는 아이들에게 겁박과 무시, 폭력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를 받아들일 넓은 마음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스스로 불온하다고 말하는 여기, 이 선생님들은 그러한 작은 싸움부터 시작했다.좋은 선생님은 시험문제를 잘 찍어주고, 애들이 하고 싶은대로 방치하는 선생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식만 귀한 줄 아는 학부모와 싸울 줄 알고, 상처입은 아이들을 위로할 줄도 아는 그런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불온한 선생님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불온한 세상이 된다고 하여도~

 

 

"학생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수업은 공책에 필기한 내용도 아니고, 교과서에 인쇄된 궁색한 문장도 아니다. 그것은 수업하는 내내 교사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시지다." 

- 조너선 코졸, <<교사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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