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씨를 부탁해 - 작은 풀씨들의 유쾌한 반란
박철웅 지음 / 봄풀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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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 만남 속에서 삶이 급선회되기도 한다. 좋은 스승을 만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거나, 힘들고 고된 삶 속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 다시 일어날 힘을 얻거나, 어떤 상황에 감동을 받아 전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꾸려나갈 수도 있다. 이런 소중한 만남도 어쩌면 타이밍이다. 마음과 상황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도 그 뿐 아무것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박철웅 씨는 원순 씨를 만나며 삶이 바뀌었다. 그것도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 11년간 근무했던 직장을 정리하고 원순 씨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는 삶에 조금 지쳐있었지만, 원순 씨를 만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어찌보면 세상은 예측 불가. 소셜디자이너로 낮은 자리, 눈물로 젖은 자리, 힘든 자리에 사는 사람들을 돕고 응원하며 살던 원순 씨. 악독한 정권을 만나 뜻에도 없던 '서울 시장'을 하겠다고 나섰다. 정말 백지였다. 정치인들이 갖고 있는 '조직'도 없었고, '정당'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돈'도 없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 그가 살아온 족적만 있었을 뿐, 순수하게 그를 따르는 사람들만 있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위대한 당들이 그를 위협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세훈이 물러난 자리 나경원으로 채울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민들을 물로 본 것. 하지만, 상황은 그들 뜻대로 되지 않았고 원순 씨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다.
 
이 책은 그 지난했던 순간, 순간들을 기록한 것이다. 저자 박철웅 씨는 원순 씨 옆에서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고, 그 상황들과 고민들을 기록했다. 시민과 박꿈(박원순과 함께 꿈꾸는 서울) 회원들은 그를 응원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가 바라는 선거의 모습은 모두가 함꼐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함께 뜻을 나누고 성과를 나누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을 터였다. 경선인단선정시에도 인증한 후 함께 홍보하고 기쁨을 나누었다. 재미 있는 선거였다. 시민들이 주최가 되어 자발적으로 움직이니, 누구에게는 끝도 없이 들어가는 선거자금 때문에 곤혹스러울 선거가 축제의 장으로 바뀐 것이다." - 86p
 
어쩌면, 시민들은 이런 상황을 원했을 것이다. 함께하는 삶, 함께하는 선거, 함께 만드는 시장. 권력이나 조직, 돈에 좌우되지 않고, 시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직접 찾아서 우리의 말을 듣게 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원순 씨에게 바란 것은 그런 것. 약속을 호떡 뒤집듯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믿고 응원해준 만큼, 기대한만큼 더 열심히 뛰는.
 
저자는 원순 씨를 수행하며, 상황들을 낱낱이 기록에 남기면서 즐거움, 어려움, 당혹스러움, 개선할 점 등을 찾게 된다.
 
"정당의 조직력과 자금력은 정말 우습게 볼 게 아니었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당에 대한 가벼운 우월감이 내 속에 있었는데, 막상 마주하고 보니 귿르의 힘이란 장난이 아니었다. 시민후보 측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적.물적 자원으로 무섭게 치고 들어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 94p
 
경선을 치르면서, 불안한 마음도 가득했고, 열정과 즐거움으로 하는 일도 실수가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시민들은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마음이 앞섰기에 실수를 하며 배우고, 우왕자왕하기도 했지만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원순 씨를 응원하고 있었다.
 
상대편에서는 '기부금'을 네거티브로 이끌어내는 기상천외한 전략도 펼쳤고, 원순 씨의 사생활도 물고 늘어졌다. 선의로 한 행동들도 진흙탕물에 빠져 상식은 물건너간 정치판을 실감하게도 했다. 하지만, 그 비상식적인 생각을 갖고 행동했기에 스스로 진흙탕물로 들어가는 면모를 보이며, 원순 씨의 지지율을 높여주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정치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단한 일인가 생각하게 한다. 정치인이 되기 전, 그의 행보는 칭찬받아 마땅하고, 존경받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정치판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런 기본적인 진실이나 사실들은 묵살되고, 티끌보다 작은 것들이 진짜 그의 모습인 것처럼 확장되기도 한다. 사실 정치판이라는 게 착하고 순한사람이 버티기 쉽지 않다는 것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원순 씨에게는 뒤를 받쳐주는 시민들이 있었기에 스스로 발로 뛰어주고, 스스로 행동해주는 지지자들이 있었기에 그 모든 것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조간신문에 실린 온갖 흑색선전에 아침부터 기분을 잡친다. 출근해 컴퓨터 모니터를 켜면 쏟아지는 원색적인 헤드라인들에 또 한 번 무력감을 느낀다. 미디어로는 원순 씨를 소개하고 알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기까지 한 지경이었다.
그뿐인가! 일과를 마치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팬카페와 페이스북, 트위터에 들어와 보면 우리편이라는 사람들도 날이 시퍼렇게 세우고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러니 무엇을 하든 그대로 상처가 되었다.
우리는 직업 정치인도 아니고 선거를 많이 치러 본 정당 지지자도 아니었다. 모든 상황을 달관하여 받아들일 줄 아는 성인군자도 아닐 뿐더러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경험과 지식도 부족했다. 서로에게 내뱉은 한마디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다녔고, 다시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일을 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 168p
 
원순 씨에 대해 고민하고, 고뇌했던 저자의 생각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분명, 더 잘 살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가끔은 이런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부딪혔다고 누워만 있다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는 힘들어 하면서도 원순 씨 곁을 지키며 자기가 할 일을 꿋꿋하게 해나갔다. 원순 씨의 '경청투어' 일정과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해 올렸고, 그가 일정 중에 전하는 마음 담긴 말들을 지지자들에게 전했다. 그렇게,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할 준비를 단단히 해낸 것이다.
 
선거가 10여일 남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동행취재기를 접고, 유세 활동 힘을 쏟았다. 광화문 유세에 참여하고, 희망합창단을 구성해 다같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지지활동을 펼쳤다. 원순 씨는 원순 씨대로 새로운 개념의 유세방인 '박원순과 함께하는 거리 이야기 콘서트(박콘)', 경청카페 '마실'도 열었다.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시민을 위한 시장으로 살아가겠다는 원순 씨의 다짐이 담긴 유세들이었다.
 
"그렇다 '밥'이 문제였다. 단지 어린 아이들의 급식 이야기가 아니다. 상식과 원칙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자 하는 공동체의 모습은 '잘 먹고 잘사는 것', '그것도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었다. 따뜻한 밥 한 공기에 대해 차별되지 않는 삶,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최소한이었다. 상식이고 원칙이었던 것이다."  - 196
 
어쩌면 세상은 원순 씨 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상대진영의 후보는 1억원 피부과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대통령 '내곡동 사저'가 드러났다. 알아서 척척척 그들이 엑스맨이 되어 원순 씨를 지원해주었다. 바람개비를 든 시민들은 썩어빠진 세상이, 1%를 위한 세상이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바뀌길 바라고 있었다. 그 열망과 희망이 원순 씨를 만들어낸 것이다.
 
SNS로 퍼져나갔던 투표 독려, 안철수 교수의 마음의 지원, MB정권에서 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나꼼수'의 지원, 그는 서울시장이 되었고, 아직 세상의 주인은 국민이고, 서울시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어쩌면, 그것은 작지만 큰 희망이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지난한 과정을 함께해오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는 다른 길의 삶을 걷게 되었다. 원순 씨를 만나 급선회한 삶. 그 안에서 보람을 찾고 기쁨을 찾았던 삶. 그와 같은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내었기에 원순 씨가 시장이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크게 남기고 가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모든 정치행위의 목표지향점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사람'이 주체가 되어 모든 일들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 '사람'의 모습으로 이번 선거를 치러냈다. 어느 한 정치세력도 아니고, 이념도 아니며, 돈도 명예도 아닌 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람'의 모습이 오롯이 전달되는 정치를 이루어냈다. 그리고 그것은 내일의 희망을 현실에 구현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 268p
 
이제 서울시장이 된 원순 씨를 잘 지켜보며, 비판하기도 하고, 응원하는 일만 남았다. 그가 약속한 것들이 이루어져 나가는 서울시가 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우리가 그에게 가졌던 꿈들이 헛된 것이 아니었기를 그가 증명해야 한다. 그가 말했던 희망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서울시'가 되기를. 그리고, 이 서울의 희망이 전국에 퍼져나가기를. 저자가 원순 씨를 만나 삶이 바뀌었듯, 서울시민도 원순 씨를 만나 변화되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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